[Erin 칼럼] 신형 수프라 디자인을 본 일본사람들의 냉정한 반응
  • 김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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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1 08:47
[Erin 칼럼] 신형 수프라 디자인을 본 일본사람들의 냉정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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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토요타 신형 수프라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토요타의 전설적인 스포츠카인데, 신형은 뼈대와 동력계통을 BMW와 공동개발 했고, 형제차인 Z4가 먼저 발표되는 등 여러 이슈들이 더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자동차인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지요.

출시 전부터 이슈를 몰고 다녔던 수프라이기에 발표 후의 반응도 궁금했습니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 소속 자동차 사이트인 카뷰(carview.yahoo.co.jp)를 살펴봤습니다. 이곳에 처음 수프라 디자인이 소개된 기사의 댓글 반응을 가감 없이 전합니다. 위로부터 인기순입니다. 즉, 먼저 등장하는 댓글부터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는 뜻이지요.

‘별로 멋있지 않다. 그렇게 설레발치더니 겨우 이거야?’

이 댓글은 가장 많은 동의(931개)를 받아 해당 기사 댓글 최상위에 올라와 있네요. 이 의견에 반대하는 숫자(192개)에 비해 5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여론과도 크게 동떨어지지 않아 보입니다.

‘사이드 실루엣은 꽤 글래머러스해서 신선하지만 전후 범퍼 디자인은 여전히 토요타답다. 프리우스도 그렇지만 디자이너가 개성을 너무 뽐내는 것 같다. 기발한 디자인이 반드시 멋있는 것은 아니다. ‘

754개의 동의를 받아 2위에 올라와 있는 댓글입니다. 신형 프리우스의 무척 낯선 디자인은 일본에서도 비판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수프라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토요타의 디자인도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 같습니다.

‘음, 역시 이 정도 (수준이)군. 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역시’라는 표현에서 요사이 토요타 디자인을 대하는 일본 네티즌들의 자세가 느껴집니다. 이 댓글은 735개의 동의와 137개의 비 동의를 받아 3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촌스럽다. 너무 관종이야’

‘奇を衒う(키오 테라우)’라는 건 이상한 짓으로 눈길을 끈다는 뜻입니다. 즉 관종이란 것이죠. 과했다는 표현까지 더해졌으니 눈길 끌려는 디자인이 너무 과장됐다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346개의 동의를 받아 4위 댓글에 올랐습니다.

‘이거라면(이런 디자인이라면) Z4가 낫다’

개인적으로는 요사이 BMW의 디자인도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만, 이 댓글도 345개의 동의를 받아 5번째 인기댓글에 올라와 있네요.

‘멋 없다. 뭐야 이거’

굉장히 짧고 굵은 한 마디입니다. 무엇보다 멋있어야 할 스포츠카 디자인이 보자마자 이런 평가를 받으면 안 되는데, 안타깝게도 이 댓글이 335개의 동의를 받아 6번째 인기글에 올라와 있습니다.

‘디자인 해먹었네’

물론 부정적인 뜻입니다. 커피를 노트북에 쏟았을 때, 차를 긁었을 때, 흔히 사용하는 ‘해먹었네’라는 표현이 수프라의 디자인에 붙었습니다. 327개의 동의를 받아 217개 중 7번째로 많이 공감된 댓글이네요.

‘멋 없다. 토요타가 디자인하면 왜 이렇게 되는 거야? BMW(Z4)와 비교하면 디자인의 좋은 사례, 나쁜 사례가 되겠다. 물론 토요타는 나쁜 사례.’

개인적으로는 이번 Z4도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디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일본에서는 그래도 Z4가 낫다는 의견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최악의 디자인. 마츠다 제자로 들어가면 어때? 토요타는 이상한 프라이드에 대해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는 게 좋을 듯’

욕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욕에 가까운 단어를 썼지만 순화하여 번역했습니다. 자국 브랜드의 디자인이 점점 이상해가는 와중에도 마츠다는 아직까지 일본 내에서 디자인실력을 인정 받는 분위기 입니다.

‘디자인도 공동개발 했어야지’

물론 공동개발은 많이 팔리지 않는 스포츠카의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수프라의 디자인에 실망한 일본 네티즌들은 디자인까지 BMW와 합작하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272개의 동의를 얻어 217개 댓글 중 10번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멋있게 뽑아낼 수 있었을 디자인인데 이 수준이라니! 퇴화하면 어쩌자는 거냐?’

스포츠카는 디자인의 제약사항이 적습니다. 많은 인원을 태우거나 커다란 짐칸을 만들 필요 없는데다가, 넙적하고 낮은 형상이기에 멋 부리기 유리한 조건이죠. 미니밴이나 SUV라면 다소 멋없게 디자인해도 핑계거리가 있습니다만 스포츠카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멋있게 뽑아낼 수 있었을 디자인’이란 아마도 스포츠카 디자인을 염두에 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기대시켜놓은 것 치고는 멋 없다’

‘오랜 기간 기대시켜놓은 것’ 이라는 문장 때문에 설명이 다소 길어질 것 같습니다.

한동안 일본 자동차시장에 스포츠카가 거의 없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차를 사지 않고, 젊을 때 국산 스포츠카를 탔던 가장들은 가족을 위해 미니밴으로 넘어가버려 일본산 스포츠카 시장이 거의 붕괴상태였지요. 그러나 몇 전 년부터 토요타 86을 시작으로 NSX와 수프라 등 왕년의 스포츠카들이 컴백 중인데 이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젊은이들이 다시 차를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미니밴을 샀던 가장의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해 나가자, 부부만 남게 된 중년 소비자들이 젊은 시절 탔던 스포츠카를 다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컴백한 86과 NSX, 수프라 입니다만, 판매 전 움직임이 묘하게도 닮았습니다.

원래라면 출시 전 신차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피하려 하는 자동차회사들이 유독 스포츠카에 대해서는 출시 오래 전부터 ‘공식적으로’ 정보를 흘리는 것이지요. 잡지에 정보 흘리는 건 귀여운 수준입니다. 어느 경기에 튜닝파츠 잔뜩 붙인 프로토타입을 실제로 내보낸다든지, 심지어 모터쇼에 위장막 차를 전시하기도 합니다.

이것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의 대명사를 제외하고, 국적과 브랜드를 떠나 모든 스포츠카에는 판매곡선의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출시 초반에 (어떤 때에는 생산라인이 부족할 만큼) 판매가 몰렸다가, 이후 금방 뚝 떨어지는 것입니다. 판매대상이 많지 않고, 출시 초에 바로 구매해버릴 마니아층의 수요가 전체 판매대수에 가까운 것이지요. 스포츠카를 구매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원하는 모델이 또렷하고 자동차정보 또한 풍부하기 때문에 개발할 때부터 기다렸다가 출시 초에 바로 구매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카에 대해서는 출시 전부터 사전정보를 풍부하게(?) 흘리는 것입니다. 일종의 설래발인데, 댓글 내용은 그렇게 설레발쳐서 기대하게 만든 것 치고는 멋이 없다는 뜻입니다. 글쓴이의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네요.

‘선과 면을 더욱 깔끔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보디 파츠의 선, 디자인의 선이 따로따로 논다. 그림 잘 그리는 어린애가 그린 차 같다. 배트맨의 배트모빌 같고. 마츠다가 디자인했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꽤 분석한 내용인데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습니다. 보디의 굴곡이 정리되어 보이지 않고, 파팅라인도 차의 생김새와 따로 논다는 뜻이지요. 주로 이런 디자인은 ‘정리와 완성도’보다 ‘파격’을 추구하는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합니다. 배트모빌 같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온 것 같습니다. 요사이 일본차들이 건담 디자인 같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고요.

수프라 디자인공개 기사에 달린 댓글은 200개가 넘었습니다.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상위 13개로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기사 댓글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일본 네티즌이라고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직 우리 모두 실물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 신형 수프라를 길거리에서 실제로 보게 되면 디자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물 보게 될 날을 기대하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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