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맥라렌 720S, 물리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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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3 01:01
[시승기] 맥라렌 720S, 물리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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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자동차라는 평범한 물건이 UFO처럼 느껴지게 되는지를 맥라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만나보면 그 외관도 충격적이지만 운전 해보면 로켓을 레일위에서 발사 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만 같다. 알고는 있었지만 트랙모드를 집어넣고 막상 계기반이 접혀 들어가게 세팅되면 그 비현실적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괴력을 뒷바퀴에만 보내겠다는 발상부터가 보통은 아니다. 600마력대 슈퍼스포츠카, 이를테면 포르쉐 911 터보, 아우디 R8, 람보르기니 우라칸 모두 4륜구동이 아니고선 일반인이 다룰 수 없다고 주장할때, 맥라렌은 720마력을 고스란히 뒷바퀴에만 보내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이 종교처럼 떠받드는 레이스를 위해 차를 만드는 소위 ‘덕력’이 양산차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는 셈이다. ‘이 정도를 컨트롤 하지 못하면 우리 차를 사지 말라’는 느낌이다. 

게다가 카본으로만 뭉쳐진 초경량 차체, 2.5차원의 초고성능 에어로다이내믹, 시속 100km까지 2.7초라는 초맹렬한 파워트레인까지 갖춰진데 이르면 도저히 내가 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싶지만 정작 타보면 어떻게 이렇게 안정적인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기막히는 기분이 된다. 

# 시동을 걸면, “진정한 도로용 레이스카”

‘나는 슈퍼카’라는걸 보여주듯이 문을 위로 들어 올린다. 그저 멋을 위한게 아니다. 차체가 낮은데도 천장 일부가 함께 열리기 때문에 드나들때 꽤 편리해진다. 

그저 공회전만 하는데도 차가 요동치는 기분이 든다. 엔진 마운트가 매우 단단해 작은 엔진 움직임도 느껴지는 기분이다. 엔진 회전수도 7000rpm 정도로 낮게(?) 제한되는데, 일단 열이 오르면 엔진 진동도 안정되고 8500rpm(!)까지 회전 영역이 열린다. 출력도 720마력, 토크는 78.5kg-m까지 치솟게 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고개가 시트에 툭 부딪치는 동안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1단에서 2단, 3단으로 팟,팟 소리를 내며 변속된다. 변속시간이 엄청나게 빠르고 시트 등판을 때리는 느낌이다. 과속의 영역에 너무 쉽게 접어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기어노브는 없고 D버튼을 누르면 전진, R버튼을 누르면 후진하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다만 슈퍼카 답게 P모드는 따로 없고 N에서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반드시 패들을 당겨 출발해야 하는 페라리와는 달리 패들시프트를 당기지 않고도 자동 변속으로 운전하는것도 자연스럽다. 

그러고보면 허세가 없는게 이 차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람보르기니나 포르쉐를 타면 느껴지는 팝콘소리 같은게 이 차에는 전혀 없다. 오로지 잘 달리기 위해서 부차적으로 소리가 나는 것이지, 소리를 즐기기 위해 유별난 장치를 붙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소리는 좀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또 후륜이라서 오버스티어, 라는 식의 등식은 이 차에는 맞지 않다. 도로에서 어지간히 불법 주행을 일삼는 사람도 한계는 커녕 그 근처까지도 끌어올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 운전자에게는 타이어는 어지간해선 미끄러지는 소리조차 들려주지 않는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 들어있는 손오공이 된 기분이다. 

# “빠르고 싶으면 가볍게, 물리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빠르고 싶으면 가볍게’ 콜린채프만과 브루스맥라렌이 70년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과도한 장비로 무거워지는 레이스카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했던 말인데, 요즘은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슈퍼카들이 훨씬 덩치도 커졌고 무게도 상당하다. 그래서 맥라렌은 720S를 만들면서 무게를 덜어내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전 650S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카본 뼈대는 ’모노케이지2’로 발전했다. 윈드실드 가장자리와 천장 뼈대까지 한 덩어리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강성을 높이고 무게도 줄었다. 4.0리터 트윈 터보엔진을 싣고도 건조중량은 1283kg에 불과하다.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 2.7초에 불과한 것은 물론 제동, 코너링, 운전감각에서 모두 감탄할 수준인게 바로 이 가벼운 무게와 강성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다. 

레이스카를 만드는 기술이 그대로 적용돼 있는데, 공기의 흐름이 차체의 바깥으로만 흐르는게 아니라 차체 안쪽으로도 날개를 만들어 다운포스를 높이는 동시에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리어윙은 평상시 접혀서 최고속을 올리기 좋도록 매끈하게 주행하다가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펼쳐져서 다운포스를 향상시키고, 가속페달을 갑작스럽게 떼거나 브레이크를 전개하면 극단적으로 세워지면서 에어브레이크 역할까지 한다.

맥라렌 720S는 전문 레이서는 물론 비전문가까지 짜릿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초고성능 슈퍼스포츠카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이태리 슈퍼카와 대적할 유일한 브랜드, 가격은 더 저렴하지만 성능은 월등한 것을 목표로 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바로 맥라렌이다. 역사와 브랜드 가치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물리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스펙을 보면 단연 세계 최강의 자동차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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