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740Li, 가장 혁신적인 플래그십 세단
  • 독일 뮌헨=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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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0 16:04
[시승기] BMW 740Li, 가장 혁신적인 플래그십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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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은 4월에도 눈이 내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다고 했다. 그만큼 독일의 봄날씨는 변덕스러웠다. 740Li를 타고 테건제(Tegernsee) 호숫가를 달리는 동안에도 날씨는 수시로 변했다. 내리던 눈이 갑자기 비로 변하기도 했고, 오르막에선 한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지만 내리막에선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선명하게 보였다.

740Li는 모진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플래그십 세단의 무게가 느껴졌다. 당당하게 속도를 높였고, 진중하게 코너를 돌았다. 때론 강력한 엔진의 힘으로 권위를 뽐내기도 했고, 변속기의 결단은 날카로웠다. 독일에서 만난 740Li는 신형 7시리즈의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고난이 따른다

시승의 시작은 주차였다. 물론 평범한 주차는 아니었다. BMW 직원은 들뜬 표정으로 우리를 불러 모았다. 그는 “내가 엄청 재밌는걸 보여줄게”라며 7시리즈 특유의 디스플레이 키를 꺼내들었다. 디스플레이 키 측면에 작은 버튼을 누르자 스스로 시동이 걸렸고, 디스플레이를 아래로 쓸어내리니 스스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게 마냥 달갑진 않았지만 누군가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기술이 당장 유용하지 않아도, 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의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게 BMW의 생각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제스처 컨트롤’은 신기함이 클 뿐 유용함이 크진 않다. 엄지손가락을 살짝만 움직여도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고, 팔을 살짝만 뻗어도 모든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굳이 허공에 손가락을 돌릴 필요가 없다.

 

때마침 BMW의 실내 전자 장비 및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담당하는 마르쿠스 베렌트가 곁에 있었다.  난 “손가락을 돌려 볼륨을 조절하는 것과 손을 뻗어 스위치를 돌리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그는 “그렇다. 차이가 없다. 제스처 컨트롤은 아직 완벽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우린 이것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했다.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넣은 것이 아니다. 피드백을 얻고, 방향성을 잡기 위함이었다. ‘리모트 컨트롤 파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 솜씨가 워낙 유창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완벽한게 어디 있나. 그리고 완벽에 가까워지기까지 기다리면 결국엔 늦는다. 선점하는게 중요하다. 결국엔 ‘최초’만을 기억하게 된다. 

# 카본 파이버의 무한한 가능성

BMW가 신형 7시리즈를 통해 유독 ‘최초’에 집착한 것은 사실이다. 제스처 컨트롤이나 리모트 컨트롤처럼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은 것도 있지만, 초고장력 강판, 카본 파이버,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의 복합 소재로 제작된 ‘카본 코어’는 BMW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차체 제작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BMW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본파이버 제조 공장을 갖고 있다. 카본파이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카본 파이버는 일반적으로 같은 부피의 철에 비해 무게는 25%에 불과하며, 인장강도는 10배나 된다. 당연하게 좋은 만큼 가격이 비싸고, 제조도 까다롭다. BMW는 더 가볍고, 더 튼튼한 차를 만들기 위해 카본 파이버가 필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i3와 i8을 통해 카본 코어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신형 7시리즈를 통해 더 진보된 차체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실제로 카본 코어 차체를 통해 신형 7시리즈는 많은 것을 얻었다. 굽이진 알프스 산맥 끝자락을 오르는 동안 740Li는 여느 플래그십 모델과 차별화됨을 숨기지 않았다. 

 

쉴새없이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돌렸다.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오가는 오른발도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와인딩에 동승자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가장 느긋했던 것은 740Li이었다. 차가 운전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는 결국 일체감이다. 740Li는 시선을 따라 움직였고, 촉촉이 젖은 산길에서 단한번도 삐끗하지 않았다. 

 

견고한 차체와 ‘느끼함’이 줄어든 서스펜션 덕분에 이전 세대 7시리즈에 비해 코너를 한층 빠르고 여유롭게 돌 수 있었다. 휠베이스가 긴 모델임에도 빠른 속도에 대한 부담감이 적었다. 다소 모순적일 수도 있지만, 잘 달릴 수 있는 차가 승차감도 좋다. 물론, 페라리를 얘기하는건 아니다. 740Li를 경쟁 모델에 비해 잘 달리게 하기 위한 차체와 무게 밸런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휠과 타이어 등의 조율은 곧 뛰어난 승차감으로도 이어졌다. 

# 당신은 혁신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눈은 어느새 굵은 비로 바뀌었고, 산길을 벗어나 아우토반에 올랐다. 8단 자동변속기는 차분하게, 하지만 빠르게 단수를 높였다. 아우토반의 1차선을 달리는 와중에도 엔진은 쉽사리 성을 내지 않았다. 다만 꾸준하게 속도를 높일 뿐이었다. 특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에 추가된 어댑티브 모드는 산길과 고속도로에서 확연히 다른 주행 감각을 전달했다.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는 내비게이션, 스테레오 카메라, 주행 스타일 분석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노면과 도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스스로 서스펜션을 제어한다. 또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을 기반으로 에어 서스펜션은 스스로 높낮이를 조절한다. 위 시스템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매직 바디 컨트롤’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요철을 지날땐 단번에 충격을 상쇄시키기 위해 댐퍼가 단단해지고, 방지턱을 넘을 땐 댐퍼가 부드럽게 차체를 떠받친다. 산길에서는 매우 탄력적으로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댐퍼가 아우토반에서는 승차감을 위해 약간의 바운싱을 허용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했다.

 

역설적이게도 ‘기술’은 사용자가 그것을 의식한 순간 혁신성을 잃는다. 의식적인 조작없이 기술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BMW는 신형 7시리즈를 통해 무엇보다 ‘혁신’을 가장 강조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된 것 같았다.

 

그래서 한편으론 신형 7시리즈가 바뀐 것이 없다고 하는 지적도 이해가 간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사한 ‘아이보리 화이트’ 색상의 최고급 나파 가죽이 사용된 실내는 얼핏 보면 이전 세대 7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기존과 같은 부분은 거의 없다. 

 

작은 버튼 하나까지 전부 새롭게 바뀌었다. 단순히 모양만 다른게 아니라, 소재까지 전부 변경됐다. 특히 거의 모든 물리적 버튼이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전달되지만, 무엇보다 사용감이 훌륭했다. 버튼을 누르는 감촉이 꽤나 고급스러웠다. S클래스가 중후함을 앞세우고 있다면, 신형 7시리즈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내세우고 있었다.

# BMW가 만든 플래그십 세단

대개 플래그십 세단은 어떤 상황에서도 엔진 소리를 차단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740Li는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면 가솔린 엔진 특유의 격렬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잘 다듬어진, 운전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엔진 소리였다. 강렬한 사운드와 여유로운 힘은 궂은 날씨에도 상쾌함을 전달해줬다. 740d xDrive가 제원상으로는 더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가솔린 엔진이 주는 청량감은 결코 흉내낼 수 없다.

 

그래서 최고급 세단이지만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박진감 넘쳤다. 엄청난 고성능이 아님에도 마치 스포츠 세단을 타는 기분까지 들었다. 전차종에 대해 이렇게 꾸준한 감각을 전달하는 브랜드도 흔치 않다.

326마력의 최고출력은 큰 덩치를 가볍게 이끌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V6 엔진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BMW는 꾸준하게 직렬 6기통 엔진을 고집하고 있다. 여전히 엔진의 회전은 매끄럽고, 진동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 엔진은 크랭크 케이스와 실린더 헤드, 오일 섬프 등이 알루미늄으로 제작됐고, 트윈 스크롤 터보와 밸브트로닉, 직분사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출력은 기존 엔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아우토반에서 오른발로 속도를 높이는 것도 즐거웠지만, 740Li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고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젠 플래그십 세단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스티어링 어시스트 시스템은 꽤 대중화됐다. 차가 스스로 달리는 과정에서 운전자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 것이 승부처다. 또 메르세데스-벤츠는 두 시스템이 함께 통합돼있는 반면, 신형 7시리즈는 각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무조건 좋다. 이 경우가 사용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 BMW에게 ‘럭셔리’란 무엇인가

아우토반을 달려 뮌헨 오페라하우스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승은 끝났다. 신차를 경험하는 것도 유익했지만, 신형 7시리즈의 개발을 주도한 책임자들과의 대화는 무엇보다 즐거웠다. 신형 7시리즈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리는 시간이었다. 어떤 것에 대한 가치를 두고 개발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7시리즈 프로덕트 매니저 크리스티안 메츠거에게 신형 7시리즈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신형 7시리즈는 혁신적인 럭셔리 세단”이라고 답했다. 단 ‘럭셔리’란 단어는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고급스러운 소재를 두고 ‘럭셔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BMW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 또한 럭셔리다. 즉 7시리즈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나 많은 혜택들, 예를 들면 7시리즈 오너를 위한 더 향상된 서비스와 여러 이벤트 등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라고 그는 강조했다.

고개는 끄덕였지만, 사실 짧은 시승만으로는 높아진 삶의 질까지 느끼긴 힘들었다. 하지만 드높아진 신차의 완성도는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7시리즈만이 갖고 있는 성격이 유독 두드러졌던 시승이었다. BMW코리아는 올 상반기 중으로 740Li와 740d xDrive를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최고의 플래그십 세단을 놓고 벌이는 승부는 이제 곧 시작될 예정이다.

 

BMW 740Li 시승기 화보 - 모터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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