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희열이 가득했던 'AMG 서킷 데이'…AMG GT를 만나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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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1 11:06
공포와 희열이 가득했던 'AMG 서킷 데이'…AMG GT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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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를 제외한 모든 AMG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준비됐다. 세부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마음에 드는 모델을 골라 타 마구 가속페달을 밟고, 마구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됐다. 더군다나 지난달 출시된 메르세데스-AMG GT와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신형 C 63을 타고 서킷을 돌 수 있었다. 

각 프로그램은 철저한 통제 속에서 진행됐다. 또 올바른 시트포지션에 대한 교육도 반복됐고, 차체자세제어 시스템 ESP가 켜져 있는지 매번 확인했다. 독일 본사에서 날아온 AMG 인스트럭터들은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했다. 속도나 재미는 그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 몸풀기

가볍게 서킷을 도는 것으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말이 가볍게지, 감당하기 힘든 AMG 모델이 준비됐다. SLK 55, SL 63, E 63 4MATIC, CLS 63 4MATIC, 그리고 S 63 쿠페 4MATIC이 출발선에서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가장 먼저 S 63 쿠페 4MATIC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 중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쿠페다. 한눈에 보더라도, 입이 쩍 벌어진다. 가죽으로 포장된 각각의 패널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꽉 맞물렸다. 꼼꼼한 바느질과 알루미늄, 우드그레인 등으로 치장했다. BMW나 아우디 등은 S클래스 쿠페와 대적할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S클래스 쿠페는 독보적이다.

 

아무리 AMG라지만 S 63 쿠페 4MATIC은 서킷에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차체가 크고 무거운 탓에 순발력이 부족했다. 스포츠+ 모드였음에도 스티어링이나 스로틀, 변속 등은 다소 여유로웠다. 급제동과 재가속이 반복되는 코너에서는 다소 굼뜬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쭉 뻗은 직선코스에서는 넘치는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고, 우렁찬 배기음도 흥분을 고조시켰다. 또 B필러가 없는 탓에 개방감이 무척 뛰어났던 것도 특징이었다.

이어 SL 63에 올랐다. SL은 60여년 동안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한 스포츠카다. 로드스터 전용 모델인 강점도 있다. 꽉 닫힌 하드톱은 빠른 속도로 서킷을 달리는 동안 잡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S 63 쿠페 4MATIC에 비해 훨씬 민첩했고, 가속페달을 밟기가 두려울 정도로 빨랐다.

 

마지막으로 SLK 55를 탔다. 이날 준비된 AMG 중에서 유일하게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됐다. 터보 엔진을 강요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자연흡기의 매력은 뛰어나다. 확실히 작은 차체는 서킷에서 부담이 적다. 앞머리는 휙휙 돌고 꽁무늬도 빠르게 쫓아온다. 엔진의 일정한 반응과 민감한 스티어링을 바탕으로 형님들을 머슥하게 만들 정도로 서킷을 달렸다.

# AMG의 새로운 기대주

슬라럼 프로그램에는 메르세데스-AMG의 소형차가 준비됐다. A 45 4MATIC, CLA 45 4MATIC, GLA 45 4MATIC 등이 당장 달려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에 탑재된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은 무려 36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단조로운 슬라럼 구간에서는 스티어링 및 가속, 제동 등의 반응을 살폈다. 

 

3대의 소형 AMG를 번갈아 탔는데, 초반 가속 페달의 반응이 민감하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도 즉각적이지 않았다. 다만 잠깐의 숨고르기 후에는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감당했다. 속도를 높이면 거의 매 구간에서 언더스티어가 발생했는데, 다시 자세를 잡는게 무척 신속했다. 

터보가 동작하는 시점에서부턴 속도가 순간적으로 높아지면서 코스를 벗어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또 슬라럼 구간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어서 무리한 주행도 빈번했다. 덕분에 마지막 급제동 구간에서 정지선 안에 안착하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제동 성능을 의심하는 순간, AMG 인스트럭터가 모든 불신을 날려버렸다. 그는 ‘레이스스타트’를 활용해 쏜살같이 튀어나갔고, 마치 벽에 충돌이라도 한듯 제자리에 멈춰섰다. 고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았다.

# AMG의 본질

몸풀기를 마치고, 다시 서킷으로 향했다. 이번 AMG 서킷 데이의 주인공인 메르세데스-AMG GT와 C63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차의 핵심은 코드명 M178의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다. 이 엔진은 AMG의 본격적인 터보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것이다. 

 

먼저 한정판 모델인 GT S 에디션1에 올랐다. 최근 들어 AMG는 일반 모델과 S 모델을 구분하고 있다. GT S는 최고출력 510마력의 힘을 낸다. 사실 그리 큰 기대감은 없었다. SLS AMG에 비하면 여러모로 특별함이 적게 보여서다. 거대한 엔진도 없었고, 걸윙도어도 없다. 하지만 막상 서킷을 내달리니 AMG가 추구하는 본질엔 더 가까워졌다고 느껴졌다.

 

시종일관 부드럽게 움직였지만 무섭도록 빨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향기가 잔뜩 풍겼다. 여전히 실내는 폐쇄적이고 드나들기 불편했지만, 막상 시트에 앉으면 S클래스의 부드러움이나 안락함도 느껴졌다. 양립할 수 없는 두 성격이 공존하고 있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그렇게 편안했던 차가 S+ 모드에서는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가변배기 시스템까지 작동하면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작은 실내 공간은 거센 엔진 소리와 거친 배기음으로 가득 찼다. 넓고 낮은 차체는 조금의 쏠림도 허락하지 않았다. 아주 매끈하게 모든 코너를 돌았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여느 AMG와는 차원이 달랐다.

 

짧은 직선주로에서 바퀴는 빠르게 노면을 할퀴었다. 불과 몇초만에 시속 200km를 넘어섰다. 이후 나타나는 코너 앞에서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서킷에 타이어 흔적을 남기며 빠르게 차를 멈춰세웠다. 어떤 위화감도 없다. 연신 서킷를 울리는 굉음을 발산하면서도 모든 과정은 그저 순조롭기만 했다. 

 

GT S에서 내리는 것이 몹시 아쉬웠지만 궁금했던 C 63 S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C클래스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았다.

GT S와 마찬가지로 터보 엔진은 지체하는 모습이 없었다. 미세한 발동작에도 민감하게 반응했고, 힘을 왈칵 쏟아버리지도 않았다. 강력한 힘이 꾸준하게 발휘됐다. 예전 C 63은 코너에서 움직임이나 핸들링이 다소 느끼하기도 했는데, 신형은 무척 담백해졌다. 스티어링은 나무랄게 없었다. GT S에 비해 서스펜션이 다소 부드러워 약간의 쏠림이 있었지만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훨씬 서킷 친화적으로 변했다.

 

#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마지막 프로그램은 드래그 레이스였다. 과연 AMG다운 프로그램이다. 출발과 동시에 서킷 직선주로를 힘껏 내달렸고, 준비된 정지선 앞에 멈춰야 했다. A 45, CLA 45, GLA 45, CLS 63 S, S63 쿠페 4MATIC 등이 준비됐다. 

짧은 직선주로에서도 AMG 모델은 거친 배기음과 함께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AMG에겐 이보다 쉬운 일도 없다. 문제는 감속과 제동이었다. 신나게 달리다 한순간에 정지선 앞에서 멈추기란 쉽지 않았다. AMG 인스트럭터는 차걱정 말고, 모든 힘을 동원해 페달을 밟으라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ABS가 작동하면서 드드드 진동이 느껴졌지만 항상 조금씩 부족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서킷 프로그램이나 드라이빙스쿨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치는게 제동이다. 일반적인 운전자들은 일상생활에서 풀브레이킹을 쓰는 일이 드물다. 실제 내 차가 얼마나 잘 멈추고, 그 한계가 어딘지 알아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 원점으로 돌아간 AMG

반나절 동안 서킷에서 AMG와 씨름하니 진이 빠졌다. 여전히 AMG 특유의 사운드가 귓가를 맴돈다. 팔이 아릴 정도로 스티어링휠을 돌렸고, 무릎이 뻑뻑할 정도로 페달을 밟았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AMG로 서킷을 달리고 싶다. 특히 GT S를 떠올리면 아직도 짜릿하다. 

 

AMG는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킷에서 태어나 서킷에서 이름을 알렸다. 최근 출시된 GT나 C 63은 그 태생을 숨기지 않았다. 또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 배기량은 물론 출력까지 낮췄다. 가장 이상적인 출력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 덕에 주행성능이나 질감은 한층 발전했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 셈이다. AMG는 표면적인 성능을 과시하기보단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차를 만들었다. AMG의 뛰어난 승부사 기질을 그들의 최신 모델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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