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그래프는 7월 국내 출시된 신차를 평가했다. 같은 매체의 소속 기자지만 차를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르다. 각자 나름의 시선으로 차를 평가했다. 

지난달엔 많은 신차가 출시됐다. 특히 풀체인지된 국산차와 국내에 처음 출시되는 수입차가 많았다. 또 파워트레인이 추가된 모델과 다양한 에디션(특정 옵션 모델)도 연이어 출시됐다. 경차부터 수억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풀체인지 모델로는 기아차 신형 K5, 쉐보레 신형 스파크, 신형 스마트 포투 등이 출시됐다. 페라리 488 GTB,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1 등 기존 국내서 판매되지 않았던 신차도 출시됐다. 크라이슬러 300C,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등의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파워트레인이 추가된 현대차 2016년형 쏘나타, 쌍용차 티볼리 디젤 및 코란도C 2.2, 메르세데스-벤츠 C200d, 볼보 V40, V40 크로스컨트리, S60, XC60 등이 출시됐다.

 

이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차는 기아차 K5였다. 또 가장 평가가 좋지 않았던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였다.

김한용 기자와 전승용 기자는 최고의 차로 K5를 선정했고, 김상영 기자는 488 GTB를 최고의 차로 뽑았다. 김민범 기자는 스파크를 선정했다. 최악의 차로는 김한용 기자와 전승용 기자가 B클래스를 뽑았고, 김상영 기자는 스마트 포투, 김민범 기자는 300C를 뽑았다.

# 기아차 K5...조금 달라졌지만, 훨씬 나아진 차

김한용 : 호랑이가 달려오는 상황에선 아무리 열심히 도망가야 소용없다. 하지만 옆사람보다 조금만 빨리 뛰면 살아남는다. K5 또한 대단히 잘 달리는건 아니지만 현대 쏘나타보다 약간 스포티한 세팅, 약간 멋진 디자인, 약간 고급스런 실내가 판매 포인트다. 벌써 길에 꽤 많이 보인다. 초반 조짐이 좋다. 택시를 보면서까지 구매욕구가 일어나기는 또 처음이다.

전승용 : 이전 K5의 디자인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 바꾸기란 쉽지 않았을게다. 큰 변화 대신 화장을 짙게 한 듯 인상이 뚜렷해졌고, 취향에 따른 2가지 디자인 버전을 내놨다. 차체 강성과 스티어링, 주행 감성 등 기본기를 높이고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췄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김민범 : 이전 모델에 비해 변화가 적은 것도 아쉽지만, 기본 모델과 고성능 터보 모델의 차별성이 적은게 가장 아쉽다. 쏘나타처럼 기본 모델과 터보 모델의 구분이 명확하면 좋겠다. 실내 소재 및 구성은 기존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김상영 : 좋은 변화다. 굳이 좋은걸 그저 바꾸기 위해서 뜯어고치는 것은 낭비다. 기존 틀 안에서 더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또 자세히보면 기존 K5와 똑같은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단, 모두 변화가 예측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언제나 쏘나타에게 새로운 것이 먼저 적용된다는 점도 아쉽다.  

# 쉐보레 스파크...마지못해 타던 시대는 끝났다

김한용 : 경차는 별 필요없다는 경차 무용론을 펼쳐왔지만 요즘의 경차들을 보면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다. 더 아담하고, 더 귀여운 차체. 경차가 아니고선 낼 수 없는 오붓하고 젊은 분위기. 이런 것들이 경차의 경제성과 맞물리며 인기를 끌어올린다는걸 스파크를 보고나서야 알았다. 상쾌하고 매력적인 자동차를 타고 달리자면 매 순간 ‘와, 경차 맞아?’라는 감탄사가 나오고, 기분마저 좋아진다.

전승용 :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싹 바꿨다. 장난감 같았던 이전 모델 흔적은 실내외 어디서도 찾을 수 없고 한 단계 윗급인 아베오보다도 고급스럽다. 애플 카플레이와 전방 추돌경보 등 경차를 뛰어넘는 최고급 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다만 가격도 경차 수준을 뛰어넘은 데다 경차 취득세 부활 움직임까지 있는 점은 좀 아슬아슬한 부담이다.

 

김민범 : 운전석에 타면 준중형차에 탄 느낌이다. 그만큼 여러 면에서 완성도가 우수하다. 고속안정성과 출력이 좋아졌음에도 조금 더 강력했다면 하는 욕구는 여전하다. 하지만 묵직해진 핸들과 주행감각이 경차임을 감안하면 괜찮다. 

김상영 : 모닝도 이번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신형 스파크는 모든 면에서 두어단계는 발전했다. 역대 쉐보레 신차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다. 기본이 튼튼한 것은 여전하고, 새로운 것들도 많이 추가됐다. 쉐보레가 아무래도 단단히 벼른 것 같다. 그때문일까, 우리나라보다 먼저 출시된 유럽에서는 이미 인기폭발이라고 한다.

# 페라리 488 GTB...위대한 자동차의 재탄생

김한용 : 위대한 자동차라면 어쩌면 더하기 보다는 덜어내기를 잘한 차다. 8기통 페라리도 작다고 했던게 얼마전인데, 배기량을 더 줄이고 금기시 되던 터보까지 얹은게 바로 페라리 488 GTB. 진정한 페라리란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고집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의 빠른 도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 전환점, 슈퍼 스포츠카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있다.

전승용 : 458 이탈리아의 감동이 남은 탓인지, 아직 488 GTB는 여러모로 낯설다. 옆구리의 공기흡입구를 보면 458의 매끈한 자태가 그립기도 하다. 새로운 트윈터보 엔진을 위해 필요하다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대신 이전 4.5리터 자연흡기보다 105마력, 22.5kg·m나 강력한 성능을 낸다고 하니 불만은 없다. 사실, 페라리가 차를 허투루 만들리 없다.

 

김민범 : 완전히 다른 차라고 국내에 소개됐지만, 여전히 458 이탈리아가 보인다. 온전히 다른차라고 하려면 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겠다. 다만, 자연흡기 대신 배기량 낮춘 터보 엔진이 탑재돼 출력이 100마력이나 향상됐다는 사실은 놀랍다.

김상영 : 488 GTB를 어찌 최고의 차로 뽑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고, 큰 희열을 주며, 가장 진보된 과학기술이 적용됐다. 더욱이 이차는 페라리 아닌가!

#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1...좋지만 그리 좋지 못하다

김한용 : 솔직히 말해보자. 문이 위로 열리나. 섹시하게 잘빠져서 눈길을 끌어 당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만드는 힘이 있는가. 그런 면에서 이 차는 전작 SLS AMG보다 못하다. 달리기 성능이 여유롭고, 실내는 편안해지고 품질도 향상 됐지만 그런건 슈퍼 스포츠카로부터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이다.

전승용 : 날개는 없어졌지만, 끝이 안 보일 정도의 긴 보닛과 극단적으로 짧은 후면부 등은 SLS AMG의 강렬한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엔진이 6.2리터 자연흡기에서 4.0리터 트윈터보로 바뀌면서 동력 성능은 다소 줄었지만, 차체가 작아 더 빠릿빠릿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포르쉐 911 등과 좋은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범 : 기본 모델보다 한정판인 GT S 에디션1이 먼저 출시됐다. 출력을 높인 모델이 먼저 출시돼 기본 모델이 시시하게 느껴질 것 같다. 벤츠의 최신 디자인이 적용돼 깔끔해졌지만, 강력한 슈퍼카라고 하기엔 인상이 너무 부드럽다. 강력한 슈퍼카 느낌은 전작인 SLS AMG에서 다 소진해 버린듯 하다.

김상영 : AMG GT는 SLR 맥라렌, SLS AMG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거품을 덜어내고 내실을 다진 것이지만, 특별함이 너무 크게 줄었다. 분명 더 잘 달리고, 세련됐지만 강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긴 힘들 것 같다. 또 스스로 경쟁모델로 포르쉐 911 터보를 지목한 것도 ‘악수’로 작용할 것 같다. 나라면 911 터보를 사겠다.

# 크라이슬러 300C...새로 나온 클래식카?

김한용 : 크라이슬러가 독일 벤츠(Daimler)와의 결합-결별 끝에 낳은 여러 자식들 중 유일하게 제 할일을 해내는 늠름한 자식이다. 그만큼 300C는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자존심이라 할 만하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2005년에 만들어진 플랫폼이 아직도 쓰인다는 점인데, 중년이 된만큼 판매량에서도 그리 화끈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독일-미국 혼혈이 내는 우아한 승차감이 꽤 섹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승용 : 300C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국' 세단 중 하나지만, 독일차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했다. 그런데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하다. 최신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대거 적용했음에도 차값을 무려 1000만원이나 내려 가격 경쟁력이 확 좋아졌다.

 

김민범 : 4000만원대에 이렇게 큰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 그리 멋지거나 혁신적인 디자인도 아니면서 굳이 기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점도 아쉽다. 실내는 나파가죽 시트, 무드등, 아날로그 시계 등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최고급과는 거리가 있다.

김상영 : 수입 대형차 중에서 300C의 가격 경쟁력은 뛰어나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 또한 그 장점이 고스란히 담겼다. 문제는 국산 대형차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너무 큰 산이다. 300C가 제네시스보다 표면적인 가격은 저렴하지만, 상품성이나 품질은 제네시스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 스마트 포투...너무나 작지만 경차는 아니다

김한용 : 마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뭐 그럴 수 있지 생각 할만한 차가 스마트 포투다. 양산차 중 가장 가벼운데다 크기도 작아 세로로 대야 하는 주차장이라면 가로로 두대를 주차할 수도 있다. 더구나 엔진이 뒤에 있는 RR모델이어서 코너를 돌아가는 느낌도 매력적이다. 또 르노 트윙고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원가 절감한 비용을 여러 곳에 재투자한 덕도 본다. 

전승용 : 스마트의 고민은 점점 늘어날 듯하다. 날로 늘어나는 첨단 기술을 집어넣기에는 차가 너무 작은 탓이다. 이번에 나온 신형 스마트 포투도 최적화를 위해 열심히 머리를 쥐어짠 흔적이 역력하다. 변속기를 6단 DCT로 바꿔 효율을 높이면서 RR 방식 특유의 주행 감성을 더욱 향상시켰다. 차선이탈방지, 추돌경보, 크루즈컨트롤 등 안전·편의사양도 남부럽지 않다.

 

김민범 : 소형차의 출시는 언제나 반갑다. 게다가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돼 CVT, 4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국산 경차와 급이 다름을 증명하는 듯 하다. 외관 디자인도 기존에 비해 훨씬 보기 좋다.

김상영 : 모든 것이 바뀌었고, 기존에 없던 많은 새로운 장비가 추가됐다. 스마트 포투는 작은 차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혁명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욕심을 내서 이번엔 크기가 다소 커졌고 그로 인해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선 치명적인 단점이 생긴 셈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벤츠'

김한용 : 스포티함, 럭셔리, 재미, 자랑꺼리, 아름다움, 여유로움, 사회적 성취감 등 이런 것들을 모두 빼면 남은게 B클래스가 된다.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자동차가 B클래스인데, 그렇다면 더욱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국산차들을 제치고 굳이 벤츠를 살 이유는 뭘까. 원래 해치백의 불모지인 국내 시장 상황과 맞물려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희귀 아이템이 됐다.

전승용 : 징글징글하게 안 팔리는 B클래스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반전을 노린다. 최신 패밀리룩을 기반으로 새로운 그릴과 범퍼, LED 램프로 잔뜩 멋을 냈다. 여기에 충돌 방지 및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등의 안전 사양도 추가됐다. 다만, 워낙 비인기 모델이다 보니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김상영 : 실용적이고, 효율적이지만 B클래스나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기 쉽다. 실용과 효율이 목적이라면 B클래스보다 월등히 뛰어난 국산차가 많고, 고급스러움이나 성능, 안전을 위한다면 수입 세단이나 SUV에 더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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