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2023년 중국 자동차 생산과 판매 모두 30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생산은 3016만 1000여 대, 판매는 3009만 4000여 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6%와 12% 늘어난 것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 기록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뜻하는 신에너지 자동차는 생산과 판매가 각각 958만 7000여 대와 949만 5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8%, 37.9% 증가했다. 전체 신차 중 신에너지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31.6%까지 높아져 전년대비 5.9%나 상승했다.

최근 유럽연합이 공개적으로 중국차를 배제하기 위한 ‘편가르기’까지 시작한 상황이기에 급격히 달라지는 중국차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지금부터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리샹자동차(理想汽车) L8. 중국인들의 드림카 중 하나로 꼽힌다.
리샹자동차(理想汽车) L8. 중국인들의 드림카 중 하나로 꼽힌다.

2023년은 중국이 일본을 꺾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가로 올라선 해다. 지난해 중국은 491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57.9% 증가한 수치다.

과거 중국시장에서 판매됐던 대부분의 신차는 수입차나 합작 브랜드와 같은 외산 브랜드였다. 하지만 토종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따라 중국 브랜드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에는 중국 브랜드 승용차의 시장 점유율이 전년대비 6% 증가한 5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신차 2대 중 1대 이상은 자국 브랜드인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한 브랜드는 BYD다. 한때 저렴한 짝퉁차 제조사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로 올라섰다. BYD는 지난해 302만 4417대를 판매해 당초 목표 판매량이었던 300만 대를 초과 달성했다.

장안자동차가 255만 대 이상 판매하면서 국영기업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때 상하이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베이징자동차 등과 함께 중국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 최상위권에는 장안자동차만 남게 됐다.

르노코리아 지분인수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린 지리자동차는 168만 6516대를 판매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볼보의 안전 성능과 로터스의 운동 성능, 지리만의 전기차 노하우 등을 섞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고 있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4위는 테슬라다. 2023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3% 증가한 60만 3664대로 시장 점유율 7.8%를 기록했다. 테슬라에게 중국시장은 3대 중 1대가 팔릴 정도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홍보로 판매량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시에도 이름을 올린 리샹, 니오, 샤오펑 등 전기차 스타트업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특히 리샹은 스타트업 중 최초로 월 5만 대를 돌파했으며,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2.2% 증가한 37만 6030대를 기록했다.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모델 Y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판매 모델을 살펴보자.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 부문(상용차 제외)은 테슬라 모델 Y였다. 연간 누적 판매량은 45만 6394대를 기록했으며 12월 한 달에만 6만 대 이상 팔렸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그랜저가 대략 연간 10만대 전후로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차이다.

BYD 친 PLUS
BYD 친 PLUS
BYD 송 PLUS
BYD 송 PLUS

2위와 3위는 모두 BYD 친과 송이 이름을 올렸다. 중형 세단인 친과 중형 SUV 송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고 100km 가까운 거리를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 모아 강력한 출력도 선사한다. 

닛산 실피
닛산 실피

순수 내연기관 승용차 부문(상용차 제외) 중 판매 1위는 닛산의 준중형 세단 실피가 차지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토요타 코롤라와 혼다 시빅에 밀려 인기가 낮지만 중국에서는 당당히 동급 판매 1위 타이틀을 획득했다.

폭스바겐 라비다
폭스바겐 라비다

폭스바겐의 준중형 세단 라비다가 전체 판매 5위를 기록하며 중국 폭스바겐의 자존심을 지켰다. 폭스바겐은 20년 가까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지켰지만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올해는 판매량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다.

현대자동차 중국형 엘란트라
현대자동차 중국형 엘란트라

한중간의 얽혀버린 정치적 상황과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선전 등 쉽지 않은 환경에서 국산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차의 2023년 중국 판매 성적은 어땠을까? 

현대자동차 중 가장 선전한 모델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였다. 10만 8673대를 판매해 전체 64위를 차지했으며, 투싼은 5만 3000대를 팔아 1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무파사 228위, 쿠스토 279위, 싼타페 343위, 라페스타 454위, 쏘나타 466위, 밍투 582위 등이 뒤를 이었다.

기아 중국형 포르테
기아 중국형 포르테

기아는 중국형 포르테가 2만 6416대 팔리면서 190위를 기록했다. 스포티지는 1만 1291대로 293위에 올랐으며, 중국 전략 스포티지 모델인 즈파오는 1만 887대로 30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서 중국형 스토닉인 이파오 331위, K3 350위, 셀토스 367위, KX3 407위, K5 461위, 카니발 491위, 중국형 프라이드인 피가스 515위 등이다.

현대기아차는 한때 중국 내수 시장에서 7%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간 생산과 판매 모두 3000만 대를 넘긴 중국 내수 자동차 시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 회복과 성장이 좀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현대차그룹의 지혜와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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