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야 팔린다' 파격 할인에 이어 저가형 모델 내놓는 전기차 시장
  • 김선웅
  • 좋아요 0
  • 승인 2023.11.09 11:05
'싸야 팔린다' 파격 할인에 이어 저가형 모델 내놓는 전기차 시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우링(五菱)자동차의 홍광 미니 EV(宏光MINIEV). 500만원짜리 전기차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전기차가 점차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팔리지 않고 쌓인 재고는 눈물의 할인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전기 중고차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전기차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한국·중국에서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테슬라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가 전기차 개발에 '명운'을 걸고 있다.

# 비싼 전기차, 이제는 잘 안 팔려요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보다 수천만원 비싸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불편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참았지만, 보조금이 줄어들고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등 경제성마저 떨어지자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한때 뜨거웠던 전기차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꼬집었다.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얼리 어답터' 구매는 거의 끝났고, 이제 일반 소비자와 대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잘 팔리지도 않는다. 미국 에드먼즈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기차 1대를 판매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개월이 넘었다. 일반 내연기관은 4주, 하이브리드는 3주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긴 것이다. 에드먼즈 애널리스트 조셉 윤은 "(전기차)수요에 대한 잘못된 계산이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 전기차는 지금 ‘바겐세일’ 중

최대 600만원 할인 혜택을 적용 중인 현대자동차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자동차와 포드 등이 일부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현금 할인을 시행했다고 전했다. 우리 돈으로 약 1000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테슬라도 지속해서 가격을 내리고 있는데, 모델3의 시작 가격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고점 대비 3분의 1까지 떨어진 상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BYD는 2만위안(약 360만원) 할인과 24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링파오자동차(零汽)는 1만위안(약 180만원) 내렸으며, 만리장성자동차의 오라 브랜드(城拉)는 최대 3만위안(540만원)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팔기 시작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통해 아이오닉5 최대 600만원, 아이오닉6 최대 600만원, 코나EV 최대 400만원 등을 할인한다. 수입차 역시 1억 2312만원인 아우디 e-트론 스포츠백 55 콰트로를  2216만원 할인하는 등 빠른 재고 소진에 나섰다. 

# 저렴해야 팔리는 전기차… 이제는 가격 경쟁으로

시트로엥 e-C3. 소형 전기 SUV로, 동급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한 가격표를 제시했다.
시트로엥 e-C3. 소형 전기 SUV로, 동급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한 가격표를 제시했다.

이같은 '바겐세일'은 확실한 효과를 봤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지난 7월 누적 100만대를 돌파했다. 또,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중단하자 지난 1월 가격을 13.5% 내리며 판매량을 전년 대비 76%나 끌어 올렸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기아가 가격을 내리자 기아 EV6는 전월(9월) 대비 160% 증가한 1564대가 팔렸고, 현대 아이오닉5도 109% 늘어난 1471대가 팔렸다. 코나EV와 아이오닉6 역시 각각 62%, 32% 성장했다. 

할인뿐 아니라 각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저가형 전기차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시트로엥은 1회 완충 시 320km를 달리는 e-C3를 2만유로(약 2860만원)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세제혜택까지 받으면 내연기관과의 가격 차이는 사라지는 셈이다. 같은 프랑스 기업인 르노도 르노5 EV를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수준에 출시하겠다 밝혔다. 폭스바겐도 ID.2 ALL을 2만5000유로 정도에 판매해 본격적인 대중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쉐보레는 단종 예정이었던 볼트EV의 내외관을 개선한 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볼트EV의 미국 현지 가격은 2만6500달러(약 3450만원)로, 새로 나오는 모델은 이보다 더 저렴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전시된 기아 EV9, EV3, EV5, EV4, EV6(좌측부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전시된 기아 EV9, EV3, EV5, EV4, EV6(좌측부터)

현대차와 기아도 캐스퍼EV와 레이EV 등 2천만원대 전기차를 서둘러 내놨다. 특히, 기아는 EV3·EV4·EV5를 3만5000달러(약 4700만원)에서 5만달러(약 6700만원) 사이로 출시할 예정으로, 향후에는 3만5000달러보다 더 저렴한 EV2도 준비 중이다.

테슬라도 저가 전기차 전쟁에 합류한다. 독일 공장에서 2만5000유로(약 3480만원)짜리 저가형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공식 출시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