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표는 2050년까지 전세계 혼다 모터사이클 및 자동차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입니다"

설명 중인 혼다 연구원
설명 중인 혼다 연구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는 목표는 어쩌면 허무맹랑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무리 자동차를 안전하게 만들더라도,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나 다른 제조사의 자동차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다는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를 넘어 도로와 시스템 자체를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재팬 모빌리티쇼가 한창이던 지난 28일, 일본 도치기현에 위치한 혼다 R&D센터를 찾았다. 

# 자동차부터 도로, 보행자까지 하나로 연결해 사고를 막는다!

개념도
개념도

혼다는 도로 인프라와 탈것, 모든 도로 이용자를 통신으로 연결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세이프 앤 사운드 네트워크 테크놀로지'로 이름 붙여진 이 시스템은 차량이 운전자의 실수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도로 위 구성요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혼다의 첫 전기차 '혼다e'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ESV(Enhanced Safety Vehicle)을 동승했다.

혼다 ESV
혼다 ESV

겉으로 보기에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혼다e 그자체이지만, 실내는 여러 디스플레이와 센서들로 요란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운전자 좌우측에 위치한 센서인데, 운전자의 현재 상태를 감지하기 위한 카메라가 탑재됐다. 운전자의 표정이나 시선, 눈꺼풀 등을 인식해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준다.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모습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모습

심지어는 안전벨트가 당겨지는 정도로 호흡을 감지하고, 시트 안에 숨겨진 센서로 운전자의 심장박동까지 파악한다. 이같은 '바이탈 신호'는 실시간으로 그래프화되어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은 수집된 신호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더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시스템은 차량 바깥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위협을 적극적으로 줄인다. 이를 위해 도로 위 자동차들은 물론, 인근에 설치된 CCTV나 신호등과도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맞은편에 정차한 차량에 의해 가려진 오토바이를 감지하고 소리, 빛 등으로 알려준다
맞은편에 정차한 차량에 의해 가려진 오토바이를 감지하고 소리, 빛 등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면, 맞은편에 커다란 버스가 회전을 위해 서 있고, 버스로 인해 가려지는 부분에서 오토바이가 다가온다면, 차량이 미리 경고한다.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오는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인근의 CCTV가 사람을 감지하고, 주변 차량에게 경고한다.

경고는 음성은 물론, 앞유리 아래쪽의 LED 조명으로도 이뤄진다. 특히, 위험 요소가 위치한 곳에 조명을 띄워 표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서 더욱 인지하기 편하다. 시각, 촉각, 청각 등을 모두 동원해 운전자의 실수나 예측 오류를 방지하는 것이다. 

승합차에 가려진 어린아이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모습
승합차에 가려진 어린아이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모습

이론상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프라 확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다는 일본 정부는 물론, 여러 자동차 및 부품 제조사가 연합한 일본자동차공협회(JAMA)와도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혼다가 꿈꾸는 미래는 가까워질 전망이다. 

# 간단하지만 큰 효과! 이륜차 안전 기술

혼다는 태생이 이륜차 제조사인 만큼 일반 승용차뿐만 아니라 이륜차 안전 관련 기술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었다. 글로벌 1위 제조사로서의 책임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후미등과 번호판 사이에 부착된 반사판
후미등과 번호판 사이에 부착된 반사판

가장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차량 앞뒤에 반사판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자율주행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지만, 폭이 좁은 바이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거울과 비슷한 반사판을 앞뒤에 붙이는 것이다. 다른 차량의 ADAS 시스템이 보낸 전파는 반사판에 의해 센서로 되돌아가게 된다. 

특히, 복잡한 기계장치가 아닌 만큼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이미 판매된 이륜차에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에어백이 전개된 이륜차
이륜차용 에어백이 전개된 모습

다음으로는 스스로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에어백을 설치하는 것이다. 원리는 자동차 에어백과 같다. 충돌 시 에어백이 급속도로 전개해 운전자가 받는 충격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에어백이 흉부는 물론 복부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위아래로 길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광범위하게 충격을 줄여주기 때문에 충돌 시 운전자가 튕겨져 나가는 것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혼다 연구원에 따르면, 아직까지 허리를 세우고 탑승하는 스쿠터에만 적용 가능하다. 상체를 구부린 채 운전하는 스포츠 바이크를 위한 에어백은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23 재팬 모빌리티 쇼 혼다 부스
2023 재팬 모빌리티 쇼 혼다 부스

혼다는 자신들의 자동차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나아가 다른 자동차들까지 서로를 안전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혼다의 목표대로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가 실현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기술의 혼다'라면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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