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글을 선택했다. 미국 전기차 충전 규격이 테슬라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방식으로 통일되는 것처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구글이 장악하는 모양새다. 개발 주도권을 어느 정도 내주더라도 당장의 비용 절약이 먼저기 때문이다. 

포르쉐 신형 카이엔 실내. 3개의 화면으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됐다.
포르쉐 신형 카이엔 실내. 3개의 화면으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됐다.

# 포르쉐,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융합된 생태계” 예고

포르쉐가 2025년 전후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향후 포르쉐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에서 서드파트 앱을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 음악 스트리밍과 유튜브와 같은 영상까지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PCM(Porsche Communication Management)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을 비롯한 디자인과 메뉴 설계는 현재와 비슷하게 설계해 포르쉐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음성명령이나 지도 등 구글만의 특화 기능까지 누릴 수 있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포르쉐 회장은 "현대 소비자들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과 성능 이외에 뛰어난 디지털 경험까지 원한다"라며 "이것은 소비자들의 이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차량이 서로 융합된 생태계를 통해 구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인포테인먼트 시장 장악하고 있는 구글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대신,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탑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과 확장성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향후 탑재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14에서는 유튜브 시청뿐 아니라 줌(Zoo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Microsoft Teams)을 활용해 자동차를 이동하는 회의실로 바꿀 수도 있다. 물론, 게임도 가능하다. 

볼보와 폴스타를 시작으로 포드, 쉐보레, 혼다, 아우디, 캐딜락, 마세라티 등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구글 안드로이드를 선택했다. 리비안과 같은 신생 전기차 업체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구글을 넣었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ID.2all을 시작으로 구글과 손잡았으며, GM은 구글과 함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애플 카플레이를 빼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스템을 내놓을 예정이다.

# 소프트웨어 개발만 ‘조’ 단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도 절약해야

당초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체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고수해왔다. 시스템 개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향후 다양한 기능과 콘텐츠 제공, 이를 통한 수익까지 자체적으로 통제하길 원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연구와 개발에 매년 10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로 따지면 조 단위가 투입되고 있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의 경우 한화 약 4~5조원가량을 투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워즈오토(WardsAuto) 발표에 따르면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연 평균 연구 개발비용은 약 67억달러(약 9조원) 수준이다. 신차개발, 배터리 공장 확충,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투자할 일이 많은데, 소프트웨어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채택하면 이런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 필요 없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고정밀 지도,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User Interface, UI)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지(User Experience, UX)와 관련된 고민까지 덜 수 있다. 비용 절감과 소비자 맞춤 기능 제공이 가능한 일거양득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애플이 공개한 차세대 카플레이 개념도
애플이 공개한 차세대 카플레이 개념도

특히, 스마트폰 연결 방식을 고수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시스템을 차량에 내장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술력이나 확장성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