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와 스텔란티스에 이어 GM과 잠정 합의를 이끌었다. 파업을 시작한 지 6주 만이다. 협상의 핵심 의제였던 임금 25% 인상을 사측이 받아들임으로써 사실상 UAW 승리라는 평가다. 다만, 또 다른 쟁점이었던 주 32시간(주 4일) 근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조사 측은 이번 협상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하는 반면, UAW는 가격과 관계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UAW의 파업은 사실상 노조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UAW의 파업은 사실상 노조의 승리로 끝났다.

# 포드·스텔란티스·GM 합의안은?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4년 6개월에 걸쳐 현재보다 25% 인상된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근로자 시급은 현재 32달러(약 4만3000원)에서 40달러(약 5만4000원)로 오르게 된다. 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연봉 8만4000달러(약 1억1000만원)를 받게 되는 셈이다. 신입 근로자의 시급은 현재보다 68% 오른 28달러(약 3만8000천원)를 받게 된다.

GM은 더 큰 지출을 해야 한다. 임금 25% 인상과 2009년 폐지됐던 생활비 수당이 복원됐다. 최고 임금에 도달하기 위한 기간도 8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여기에 9개월 이상 근무 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입사 후 3년만 근무하면 연봉 1억 원 이상 받는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22년간의 인상액보다 앞으로 4년간의 인상액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3사 모두 두 가지 협상안 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회적인 반발을 일으켰던 주 32시간 근무와 공장 폐쇄 시 근로자에게 무기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안이다. 그러나 해당 조건이 제조사 압박용 카드였음을 고려하면 UAW의 완승이라는 평가다.

# 자동차 업계 울상 “가격 올릴 것”

미국 미시간에 위치한 포드 생산 공장
미국 미시간에 위치한 포드 생산 공장

전례 없는 파격 협상으로 인해 미국 대표 3사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기본임금과 복지혜택이 좋은 GM은 향후 4년간 인건비만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 측은 "차량 1대당 제작비가 850~900달러(약 120만원) 증가할 것"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불똥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조나단 스모크 수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조사는 인건비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것"이라며 "높은 가격과 높은 금리가 겹쳐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BC 캐피털마켓 측은 "이번 합의로 제조사는 순이익률이 약 1%p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아이씨카(iSeeCars)는 "기업은 늘어난 비용을 상쇄하려 움직일 것이고, 결국 자동차 가격은 더 비싸질 것"이라고 밝혔다.

# "공포 퍼뜨리지 말 것" 반대 의견도

이런 우려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있다. 에드먼즈 측은 "이번 파업은 주로 중형 트럭과 SUV 같은 특정 모델에 집중됐다"면서 "앞으로 2~3개월 동안은 소비자들이 가격 변동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생산 차질이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특정 모델일분, 전체 차량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UAW 역시 가격 상승 주장에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4년 동안 우리의 임금은 오르지 않았으나, 자동차 가격은 30%나 올랐다"면서 "우리가 실현한 것은 경제 정의인데, 이를 악용해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공포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 국내 수입차 시장 가격 변화는?

이번 협상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중요하다. 현재 포드와 링컨, 쉐보레, GMC 등 6개 브랜드의 25개 모델이 미국에서 생산돼 수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가격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GM 관계자는 "국내 수입되는 물량은 (실버라도와 같은)미국 주력 모델이 아니고, 판매 규모도 제한적"이라면서 "국내 시장에 미치는 가격 영향은 특별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 소속 지프와 포드 역시 '당장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갈수록 높아지는 지출 부담으로 인해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만 해도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120만원이나 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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