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까지 전기 승용차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더 지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노골적인 현대기아차 몰아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6'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6'

환경부는 25일 '전기승용차 구매 국비보조금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늘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승용차는 정체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8월 3만9409대 판매됐던 전기 승용차는 2022년 7만1744대로 크게 늘었지만 올해 6만7654대로 다시 줄어든 상태다.

이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이 남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기준 올해 전기 승용차 보조금 지급 대수는 9468대인데, 현재까지 접수된 것은 3962건에 불과하다. 4분기가 다가오는데도 절반이 채 소진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정부는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을 할인하면 국비보조금을 차등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구매 의사 결정 시 가격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보조금은 자동차 제작사의 차량 할인 금액에 비례해 늘어난다. 예를 들어 당초 680만원을 보조받는 차종을 300만원 할인하는 경우 60만원을 추가 지급받아 74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대 보조금은 현재 680만원에서 최대 780만원까지 늘어난다.

현대차 양희원 부사장(오른쪽)이 2022 자동차안전도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수상 차종은 아이오닉6.
현대차 양희원 부사장(오른쪽)이 2022 자동차안전도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수상 차종은 아이오닉6.

환경부의 발표와 동시에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 할인에 나섰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400만원, 아이오닉6 400만원, 코나EV 200만원을 할인한다고 밝혔고 기아 역시 EV6 기준 320만원에 달하는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덕분에 아이오닉5 기준 80만원, EV6 기준 24만원의 보조금이 추가 지급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골적인 현대기아차 몰아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상이 5700만원 미만 전기차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은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EV6, 니로 플러스, 니로EV, 레이EV 등 국산차가 대부분이고, 수입차는 미니 일렉트릭, 볼트EV, 볼트EUV, 모델Y RWD 등으로 훨씬 적다. 그나마도 제조사가 차량 할인을 해야 보조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차량 운반비에 딜러 수입까지 고려해야 하는 수입차는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갑자기 V2L 기능을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등 환경부의 현대기아차 몰아주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해 꺼내든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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