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신형 싼타페와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를 앞세우며 '중형 SUV 1위'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맞붙는다. 쏘렌토가 타이틀 수성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가운데, 파격 변신을 선택한 싼타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현대 싼타페(왼쪽)와 기아 쏘렌토(오른쪽)
현대 싼타페(왼쪽)와 기아 쏘렌토(오른쪽)

싼타페와 쏘렌토의 신형 모델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싼타페는 완전변경을 거친 5세대 풀 체인지, 쏘렌토는 4세대 모델의 부분변경이다. 두 차량은 첫 등장부터 항상 3~5개월 간격을 두고 신 모델을 출시하곤 했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지만, 신차 효과와 판매 간섭 등을 이유로 일정 기간의 간격을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불과 일주일 차이로 신형 싼타페와 쏘렌토가 등장한 것이다. 두 모델이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신차를 선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 신형 싼타페(MX5)
현대 신형 싼타페(MX5)

왕년엔 싼타페가 잘 나갔지만 지금은 쏘렌토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싼타페 판매량은 2만8205대까지 떨어졌다. 2018년에는 연간 10만대를 넘어서는 등 국민 SUV의 저력을 발휘했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4년전 실적의 27% 수준으로 떨어졌다.

싼타페 자리는 쏘렌토가 차지했다. 2020년 8만1869대로 싼타페(5만8240대)를 앞지르더니 2021년 7만18대(싼타페 4만1739대), 2022년 6만8220대(2만8205대)로 격차를 벌여가고 있다.

싼타페·쏘렌토 판매 비교표
싼타페·쏘렌토 판매 비교표

이런 역전 현상에는 외관 디자인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싼타페가 급격히 추락하며 쏘렌토에게 추월당한건 4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나온 2020년부터다. 당시 현대차는 세 달 먼저 출시한 4세대 쏘렌토를 견제하기 위해 부분변경임에도 '풀 체인지급' 외모 변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고,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는 데 그쳤다. 단정하면서도 엣지를 살린 기존 모델과 달리 통일성이 없는 괴이한 모양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새로운 그릴 디자인은 '마스크를 쓴 것 같다', '메기를 닮았다'는 등 놀림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쏘렌토가 절제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은 것과는 반대였다.

게다가 이런 비호감 디자인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가 처음도 아니었다. 2018년 6세대 아반떼 페이스리프트는 '삼각떼', 2019년 8세대 쏘나타는 '메기타' 등 혹평을 받으며 전작만 못한 성적을 거뒀다.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 4세대 부분변경 모델(TM PE)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 4세대 부분변경 모델(TM PE)

문제는 이번 신형 싼타페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전면부의 'H' 모양 헤드램프는 모 도시락업체의 로고와 닮았다는 말이 많고, 후면부의 아래로 쳐진 테일램프는 위치를 수정한 렌더 이미지가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은 안정된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싼타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두 차량은 성능과 사양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차량의 핵심요소를 구성하는 구조물인 플랫폼도 현대차그룹의 3세대 사양(N3)으로 동일하고, 엔진과 파워트레인, 대부분의 안전 및 편의사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남는 건 디자인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자동차가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취향의 영역이고, 신형 싼타페가 마음에 든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미의 기준은 다수가 인정하는 개념으로,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라는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아 신형 쏘렌토(MQ4 PE)
기아 신형 쏘렌토(MQ4 PE)

이런 반응을 의식한 것일까. 신차 출시 행사에서도 두 브랜드의 차이가 드러났다. 자신감 넘치는 기아는 서울 광진구의 고급 호텔을 빌려 대대적으로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출시회를 연다. 행사와 관련해 별도 엠바고도 없을 뿐더러 취재 즉시 보도 및 현장 라이브 중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는 풀체인지 모델 출시임에도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아웃도어를 강조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의 한 갤러리를 빌려 총 8대의 차량을 전시했다. 다만 연출에 치중한 나머지 실제 취재에 적합한 모델은 단 3대에 불과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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