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자동차의 대대적인 신차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렉서스에서는 새로운 전기차 RZ와 5세대 풀체인지 RX가 출격했다. RZ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첫 렉서스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고, RX는 하이브리드, 터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3가지 선택지를 마련하고 흥행을 예고했다. 

RZ와 RX에 대한 렉서스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전동화 시대에도 정숙성과 편안함으로 요약되는 렉서스 고유의 주행 질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RZ 개발에 참여한 카사이 요이치로 부수석 엔지니어와 RX 개발을 이끈 오노 타카아키 수석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렉서스 RX, RZ
렉서스 RX, RZ

Q. RZ의 주행거리가 예상보다는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카사이) RZ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건 밸런스였다. 차량의 무게는 운동성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지는걸 원하지 않았다. 자유자재로 차량을 다루고, 자연스러운 드라이빙을 구현하는 게 중요했을 뿐,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던 건 아니다. (주행거리가 부족하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나가겠다. 

Q. RZ의 운동성능을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동승자를 배려한 사양은 무엇이 있을까.

(카사이) 조수석이나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파노라믹 루프가 대표적이다. 뒷좌석이 상당히 넓고 바닥도 평평하게 설계했다.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기능적인 면에서도 심플하고 깔끔한 구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Q. RZ는 루프를 여닫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어떤 부분 때문인가. 

(카사이)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다. 개폐기능이 더해진다면 여러 부품이 추가될 수 밖에 없고, 헤드룸도 좁아진다. 차량의 가장 높은곳에 부품이 더 얹어진다면 이는 무게 중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밀폐 구조를 채택함으로 인해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소음과 공기역학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카사이 요이치로 부수석 엔지니어
카사이 요이치로 부수석 엔지니어

Q. 렉서스의 타즈나(たづな, 말의 고삐) 컨셉의 인테리어가 잘 와닿진 않는다. 

(오노) 사실 '말을 타는 것 같은' 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아직 말을 타본 경험은 없다(웃음).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구성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기능들을 조작하기 위한 과정에서 운전자의 시선 이동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Q. RZ 트렁크 상단에 마치 '뿔'과 같은 요소가 있던데, 어떤 역할을 하는 요소인가.

(카사이) 비행기의 날개 끝단이 솟아올라있는 걸 본 적이 있을텐데,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쉬울 것 같다. 공기역학성능을 고려한 디자인이며, 일반적인 리어 스포일러에 비해 직진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능력도 더 뛰어나다. 참고로 RZ의 공기저항계수는 0.29Cd다. 

Q. 전기차 플랫폼은 후륜구동인 경우가 더 많던데, RZ는 전륜 모터 출력이 더 강한 것 같다. 

(카사이) 중량 배분을 고려한 결정이다. 55:45 정도인데, 앞 바퀴의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전륜의 출력이 더 높으면 후륜구동에 비해 직진 안정성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렉서스 RX, RX
렉서스 RX, RX

Q. 렉서스 하면 정숙성을 빼놓을 수 없는데, 전기차에선 어떤 부분을 고려했나.

(카사이)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거의 없다. 이렇다보니 평소엔 들리지 않던 소음들이 관찰되어 상당히 고생했다. 가장 크게 들려오는 소리가 풍절음이었고 그 다음이 로드노이즈였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모터 소음이 있으며, 모터를 제어는 컨트롤러에서도 청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000~3000Hz 영역대의 고주파가 발생한다. 렉서스는 이 부분을 억제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고,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음을 최소화했다. 

Q. 전기차 시대에도 렉서스의 철학은 계속 이어질까.

(카사이) 전기차여도 렉서스는 렉서스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회사 차원의 방향도 이런 명확성을 갖고 있다. 전기차는 수단이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오랜 기간 쌓아온 렉서스의 역사와 철학을 전기차 시대에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오노 타카아키 수석 엔지니어
오노 타카아키 수석 엔지니어

Q. RX는 후드를 결박하는 고리가 세개나 되던데, 이유가 있을까.

(오노)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건 소음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다보면 후드는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후드 안쪽으로도 공기가 유입되며 미세한 풍절음이 생긴다. 후드를 확실히 체결함으로서 전반적인 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덤이다. 

Q. RX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들었다.

(오노)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통상 테스트 트랙에서 2~3바퀴를 주행한다. 개발 도중에 있던 RX를 시승했던 적이 있는데, 채 한 바퀴도 돌지 않고 시험 주행을 중단했던 적이 있다. '좀 더 노력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 지금의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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