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순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보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가 더 직관적이고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더이상 IT 업계에게 센터 디스플레이 시장을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 자동차 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스마트폰이 모든 걸 뒤집다

애플과 구글 운영체제는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전에도 제너럴모터스(GM)의 온스타, BMW의 iDrive 같은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있었지만, 조작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애플 카플레이 실행화면
애플 카플레이 실행화면

2013년과 2014년에 등장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이런 점을 파고들었다. 일단 복잡한 연결 과정을 거쳐야 했던 기존의 블루투스 페어링보다 간편하다. '연결'과 '충전' 이라는 과정을 동시에 거칠 수 있는 데다, 익숙한 스마트폰 인터페이스가 그대로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두 시스템은 빠르게 자리잡았다. 한국GM이 2015년 쉐보레 스파크에 처음으로 애플 카플레이를 도입했다. 2016년에는 현대차가쏘나타 뉴라이즈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동시에 탑재했다. 

구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7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론칭했다. 미러링 방식을 넘어 인포테인먼트를 통제하는 OS 그 자체다. 구글 지도, 구글 플러스, 구글 나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고,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SKT와 개발한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이 OS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볼보 S90에 탑재된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볼보 S90에 탑재된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애플은 2022 세계 개발자 회의를 통해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를 선보였다. 차량과 iOS가 더 긴밀해진 게 특징으로, 내비게이션 화면을 넘어 계기판 디스플레이까지 접근할 수 있다. GPS 값을 읽어 내비게이션을 구현하고, 클러스터 디자인 변경, 라디오, 공조 장치 제어 기능까지 더해졌다.

애플과 구글의 시장 장악력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중인 신차 90% 이상이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출시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베리를 추월하고 1위 리눅스의 점유율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업계는 2024년경 안드로이드가 리눅스를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격 나선 자동차 업계

자동차업계는 당장은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동행하고 있지만, 뒤로는 애플과 구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준비중이다. 현대차, 폭스바겐, GM,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차량용 OS 독자개발을 선언했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

신호탄을 쏜 건 GM이다. 올해 출시될 신차부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배제하고, 자체 OS 플랫폼 '온스타'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모두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차 회사들도 분주하다.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소프트웨어 전담 조직 카리아드는 하반기부터 아우디에 자체 OS 기반의 통합 앱스토어를 도입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25년에 도입할 자체 소프트웨어 MB.OS의 선행 버전을 신형 E클래스에 우선 탑재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현대차그룹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에만 18조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권역에서 관련 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용 디바이스와 솔루션도 개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SDV 전환을 선언한 자동차 업체들은 언젠가 애플과 구글의 하청 기업이 되어버리진 않을지 두려워 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정책이나 요구 사항에 따라 OS를 계속 업데이트 해야 하는 등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뺏기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기 투항한 포드와 고민에 빠진 테슬라

물론 모든 회사가 같은 마음은 아니다. 많은 소비자가 이미 애플 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고 있기 대문이다. 익숙한 UI를 자동차에서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안한 소프트웨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는 결국 만족도와 구매 결정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모델 3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행관련 정보 / 사진=테슬라 
모델 3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행관련 정보 / 사진=테슬라 

실제로도 애플과 구글의 OS는 차량 구매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애플 측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79%는 애플 카플레이 대응이 되지 않는 자동차를 구매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답했다. 

포드는 일찌감치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대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폰 프로젝션 기능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GM의 '탈애플·구글' 선언과 관련해서도 "자동차 업계는 이미 (애플, 구글과의) 전쟁에서 패배했으며, 이는(관련 기능 제외) 고객 중심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테슬라는 또 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대신 자체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OS를 자동차 업계에 개방하는 방식이다. 포드가 테슬라의 O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테슬라도 이와 관련한 긍정적인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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