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간선로를 달리다 보면 중랑천변에 자리 잡은 거대한 메르세데스-벤츠 건물을 볼 수 있다. 용답동에 문을 연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다. 벤츠 내에서도, 심지어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수입차 정비 네트워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상 8층, 지하 3층 총 11개 층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13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정비를 위한 워크베이는 80개에 달한다. 

# 마이바흐를 고치는 곳은 따로 있다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마이바흐 풀만 전용 워크베이)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마이바흐 풀만 전용 워크베이)

성동 서비스센터는 단순히 스케일만 큰 곳은 아니다. 메르세데스-AMG, 마이바흐를 비롯해 전동화 모델인 EQ까지 전문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고칠 수 없는 벤츠는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고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비스센터 3층엔 진귀한 차들로 가득했다. 수리를 기다리는 마이바흐들이 늘어서 있고, G클래스를 비롯한 다양한 AMG 모델들도 출고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다. 두 차종을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테크니션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김민준 테크니션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김민준 테크니션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리프트에 올라가 있는 마이바흐 풀만이다. 전장이 6500mm에 달하고, 휠베이스는 무려 4418mm에 육박하는 스트레치도 리무진이다. 육중한 차체에 다양한 방탄 기능까지 더해졌나 보니, 공차중량은 5.1톤이나 된다. 이 어마어마한 자동차를 고치기 위한 설비는 오직 성동 서비스센터에만 갖춰져 있다. 

언뜻 봐선 평범한 워크베이 같지만, 풀만을 고치는 구역은 모든 게 특별하다. 리프트는 풀만의 고하중을 견딜 수 있는 독일 누스밤 제품이다. 벤츠 서비스센터를 통틀어 성동에만 딱 2개가 설치되어있다. 떠받칠 수 있는 무게가 6.5톤이다보니 거대한 리무진을 들어 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볼트나 너트를 조이기 위한 스패너부터 진단 장비까지, 차를 고치기 위한 마이바흐 전용 공구들도 갖추고 있다.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김민준 테크니션의 AMG 배지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김민준 테크니션의 AMG 배지

3층 소개를 맡은 김민준 테크니션은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AMG 배지를 소개했다. 오직 한 명의 기술자가 조립한 AMG V8 엔진과 V12 엔진에 부착되는 그 배지다. 서비스센터에서 근무 중인 김 테크니션이 이 증표를 가지고 있다는 건 AMG 엔진을 직접 조립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갖췄다는 의미다. 센터 내에는 그 외에도 3명의 기술자들이 배지를 갖고 있었다. 

EQ를 수리하는 곳은 2층에 있다. 이곳에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각종 부품을 수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성동 서비스센터에서 배터리팩 등 고전압 부품을 만질 수 있는 테크니션은 단 한 명. 향후 전동화 모델 출시가 많아질수록 관련 전문가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도장 파트

"다 만들 수 있습니다."

7층에서 만난 도장부 안성호 팀장의 말 한 마디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현재의 시설로 몇 가지 색상을 만들어낼 수 있냐는 질문이 다소 민망해질 정도였다. 그의 설명대로 성동 서비스센터 도장 파트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에 적용되는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 펄 소재가 녹아든 페인트는 물론, AMG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무광 도색까지 모두 가능했다.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 안성호 팀장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 안성호 팀장

안 팀장은 컬러 샘플 여러 장을 함께 보여줬다. 맨눈으로 봐선 똑같은 색인데, 각기 다른 차에 적용되는 전혀 다른 색상이라는 설명이 뒤따라왔다. 의구심만 깊어졌다. 립스틱이나 매니큐어 컬러를 구분하는 건 이 정도에 비하면 쉬운 일이었다. 

이런 난제를 극복해낸 건 스캐너 페이크 판독기였다. 무전기보다 조금 큰 판단 장비가 색상을 읽고, 컬러 코드가 무엇인지, 조색을 위해선 어떤 페인트를 얼마나 섞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파악해낸다. 이렇다 보니 '눈대중'으로 비슷한 색을 구현해내는 게 아닌, 생산 단계에서 적용된 페인트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는 변색한 도장까지도 상당 부분 재현할 수 있다. 

다양한 컬러 샘플과 스캐너 페이크 판독기. 언뜻 봐선 다 같은 색상처럼 보인다.
다양한 컬러 샘플과 스캐너 페이크 판독기. 언뜻 봐선 다 같은 색상처럼 보인다.

안 팀장은 "워낙에 고가의 장비이다 보니 다른 서비스센터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데, 이렇다 보면 색이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라며 "성동 서비스센터에서는 스캔 장비를 이용해 이색 없이 최대한 실제 차와 가까운 색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장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의 전문성도 상당했다. 안 팀장 설명에 따르면, 성동 서비스센터 내 작업자 중 많은 사람들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인증 QPS를 취득했고, 도료를 공급하고 있는 독일 바스프(BASF)사의 인증 교육프로그램도 수료했다. 벤츠를 도색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있는 셈이다. 

# 1mm 단위의 찌그러짐도 읽는다고?

6층과 5층 판금부에는 곳곳이 찌그러지고 깨진 자동차들로 가득했다. 고가의 마이바흐부터 C클래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워크베이에 늘어선 차들에는 1~2명의 테크니션이 붙어 사고 수리 차량들을 손보고 있었다. 사고 수리만 전담하는 워크베이는 35개로, 이 또한 국내 최대 규모다. 

사고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C클래스, 차체 아래에 위치한 장비가 카올라이너다.
사고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C클래스, 차체 아래에 위치한 장비가 카올라이너다.

사고 수리 파트 안내를 맡은 성혁제 과장은 후면부 구성요소가 모두 탈거되어있는 C클래스를 소개했다. 후방 추돌 사고로 입고된 해당 차량은 뒷부분이 모두 손상된 상태였지만, 차량 운전자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며 벤츠가 안전하게 만들어진 자동차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파손된 C클래스를 고치는 과정에서도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 첨단 3D 계측장비 카올라이너(Car-O-Liner)다. 카올라이너는 사고 차량이 얼마나 찌그러지고, 틀어졌는지를 미세하게 측정해낼 수 있는 장비인데, 5~10mm는 물론, 맨눈으로 알아보기 힘든 1mm 단위의 손상도 계측할 수 있다. 

수리를 마친 차들 캐올 라이너로 계측해보니 차체의 고른 정도가 0~0.9mm가량으로 표시된다. 평균 오차 범위가 3mm라는걸 감안하면, 사실상 출고 상태의 신차와 동일한 컨디션으로 회복된 셈이다.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성혁제 과장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성혁제 과장

성 과장은 "사고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피치 못할 사고가 발생한 차들은 다시 완벽하게 고쳐내고 있다"며 "차량에 가해진 상처는 물론이고, 고객들의 마음속 상처까지도 고쳐드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성 관계자들은 사고 수리 파트 한쪽에 자리 잡은 알루미늄 용접 구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벤츠 판매회사 내에는 단 2명만 있는 알루미늄 용접 기술자 중 1명이 근무하고 있는 곳으로, 차체의 알루미늄 구성 요소들을 별도로 작업하는 공간이었다. 

직접 둘러본 성동 서비스센터는 아주 거대했다. 그런데 2025년까지 더 확장될 예정이다. 엔지니어도 더 채용하고, 정비 공간도 더 늘릴 계획이다. 가동되고 있는 시설은 3분의 2에 불과하단다. 단순 계산상 워크베이는 100개 이상까지 늘어나고, 근로자 수도 200여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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