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 사이에서 '과태료의 덫'이라고 불리던 시내 버스전용차로 2곳이 바뀐다. 단속 카메라를 철거하고 안내를 강화해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서울시는 25일, 버스전용차로 단속 건수 1‧2위 구간으로 지목된 송파구 잠실역과 노원구 화랑대역 인근의 실‧점선 노면 표시를 3월까지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작년 8월까지 이 지역에서 버스전용차로 위반으로 단속에 걸린 차량은 무려 8만5000대에 달한다. 버스전용차로 과태료는 건당 5만원으로, 약 42억5000만원이 부과된 것이다. 과태료를 낸 운전자들은 "잘못된 도로 체계 때문에 지나가기만 해도 걸린다"고 비판했다. 

잠실역 4번 출구 인근 버스 전용차로. 해당 도로는 '과태료 덫'으로 불려왔다=네이버지도 갈무리
잠실역 4번 출구 인근 버스 전용차로. 해당 도로는 '과태료 덫'으로 불려왔다=네이버지도 갈무리

앞서 방송인 정형돈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지역을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잠실역에서 정씨가 우회전하기 위해 오른쪽 도로로 진입하자, 갑자기 버스가 아닌 차량은 운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의 실선이 나타났다. 급하게 차로를 바꾸려고 했지만, 실선 다음에 바로 차단봉이 나타나 왼쪽으로 옮겨갈 수도 없었다. 결국 무인 단속 카메라를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화랑대역 인근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정씨가 우회전을 하기 위해 오른쪽 차선으로 진입하자 갑자기 실선으로 바뀌고 단속 카메라가 보였다.

정씨 콘텐츠가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해 11월29일부터 두 지점에서 단속 카메라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미 작년 11월에 이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이후에는 단속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운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2~3월 중에 이들 구간의 단속 카메라를 철거하고, 실‧점선 노면 표시도 개편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씨가 진입한 점선 구간은 우회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트 등 주변 시설 진출입을 위한 구간"이라며 "해당 구역은 버스전용차로 노면 표시 정비 지침을 준수해 운영해왔지만 운전자들의 혼란이 지속돼 도로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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