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90 '가장 실용적인 프리미엄 세단'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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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25 09:20
[시승기] 볼보 S90 '가장 실용적인 프리미엄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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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 일명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고급스러운 디자인부터 넓은 실내와 편안한 승차감, 여기에 브랜드 이름값까지 이 모든걸 두루 만족시켜야만 한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삼총사가 강력한 이유이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 힘든 이유다. 

이런 가운데 독일차의 대안으로 떠오른 브랜드가 있다. 바로 볼보다. 오랫동안 추구한 핵심 가치인 '안전'을 바탕으로 단정한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 안락한 승차감 등을 갖추며 철옹성 같던 독일 브랜드의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다. 반일 정서와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렉서스의 빈자리는 어느새 볼보 차지가 됐다.  

볼보의 최상위 모델이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S90 T8 리차지를 시승했다. 

볼보 S90 T8 리차지
볼보 S90 T8 리차지

S90은 과할 정도로 화려한 최신 트렌드에서 벗어나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에 빗대자면 군살 없는 몸매에 깔끔한 정장을 입은 느낌이다. 수트를 입은 축구선수처럼 당당한 비율을 매끈한 디자인이 감싸고 있다.

단아한 가운데 나름의 멋도 있다. 새롭게 디자인된 3D 엠블럼과 안쪽으로 움푹 패어 있는 그릴, 그리고 '토르의 망치'라고도 불리는 T자형 주간주행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프리미엄 세단답게 범퍼 하단부나 그릴에도 크롬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크롬 장식은 옆 창문 테두리와 도어 하단부까지 이어진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크롬 사용을 최적화해 고급스러움을 잘 챙겼다.

볼보 S90 T8 리차지
볼보 S90 T8 리차지

후면부는 독특하게 생긴 테일램프가 존재감을 드러낼뿐, 나머지 요소들은 티 내지 않고 숨죽여 있다. 트렁크 끝에 있는 듯 없는 듯 붙어있는 통합형 스포일러와 숨어있는 배기구가 대표적이다. 스포티해 보이기 위해 없는 배기구를 가짜로 만들어 놓는 다른 차들과 달리 친환경차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포인트다. 

볼보 S90 T8 리차지
볼보 S90 T8 리차지

실내에 들어서면 동급 최고 수준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손 닿는 대부분의 곳은 대부분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했고, 곳곳에 나무 장식을 더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파 가죽으로 만들어진 시트는 푹신하게 운전자를 반긴다. 허리는 물론 허벅지와 옆구리 받침까지 전동식으로 조절 가능하다. 

운전석에 앉아 살짝 오른쪽을 보면 오레포스가 만든 천연 크리스털 기어 노브가 보인다. BMW의 각진 크리스털 기어 노브가 화려하게 실내를 장악하는 느낌이라면, 오레포스는 우아하게 실내와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볼보 S90 T8 리차지
볼보 S90 T8 리차지

시선을 살짝 위로 올리면 9인치 세로 디스플레이가 있다. 이 안에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300억원을 투자해 SKT와 만들었다는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다.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찰떡궁합이다. 스마트폰과 거의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도 화면은 센터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디지털 계기판에도 큼직하게 연동돼 더욱 편하다.

볼보 S90에 탑재된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볼보 S90에 탑재된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비게이션과 더불어 음성 인식 서비스 누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가 필요 없을 정도로 활용성이 좋다. 주변이 시끄러울 때는 물론, 음악을 듣는 도중에도 '아리아'라는 호출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한다. 또, 전화나 문자 전송, 온도 및 시트 열선/통풍 작동, 심지어는 "더워", "추워", "나 힘들어", "다녀올게"와 같은 자연어까지 알아듣고는 상황에 맞게 대답해준다. 

2열도 만족스럽다. 전장이 5m를 넘는 전륜구동 기반 롱휠베이스 모델인 만큼 무릎 공간이 광활하다. 후륜구동 기반인 5시리즈나 E클래스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조수석을 조금만 앞으로 당기면 키가 183cm인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을 정도다. 뒷좌석에 탈 VIP를 위한 전동식 커튼, 조수석 시트 조절 레버, 편안한 암레스트, 심지어는 재떨이까지 마련됐다. 독립 공조 시스템이나 충전을 위한 USB-C타입 포트까지 꼼꼼하게 갖추고 있다. 

볼보 S90 T8 리차지 2열
볼보 S90 T8 리차지 2열

아쉬운 점도 있다. 실내 디자인은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한 체급 아래인 60 시리즈랑 그리 큰 차이가 없다. S90의 최상위 모델인 T8 엑설런스에만 탑재되던 크리스털 기어 노브도 이제는 60 시리즈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좋은걸 여러 사람들이 누리게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플래그십에 걸맞는 차별적인 요소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롱휠베이스 모델이라면, 2열에도 전동식 리클라이닝 기능이나 다리 받침대를 넣어 좀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 좋았겠다. 시트 통풍과 마사지 기능도 1열만 지원해 아쉽다. 뒷좌석 VIP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겠다. 

볼보 T8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볼보 T8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PHEV답게 시동을 걸어도 엔진은 깨어나지 않는다. 배터리가 약 80% 정도 남은 상태에서 전기로만 약 50km를 달릴 수 있다는 표시가 나왔다.

볼보는 PHEV 모델의 배터리 용량을 기존 11.6kWh에서 18.8kWh로 60%가량 키웠다. 덕분에 순수 전기 주행 거리가 34km에서 59km로 길어졌다. 한국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승용차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37.2km다. 기름 한방울 쓰지 않고도 출퇴근을 포함해 일상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터리와 함께 모터 출력도 107kW(143마력)로 60% 늘었다. 넉넉한 배터리에 강력한 전기 모터까지 더해져 도심에서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아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더 강력해진 회생제동 덕분에 전기차에서나 볼 수 있던 원 페달 드라이빙까지 가능하다. 도심 지역을 운행할 때 발의 피로를 상당히 줄여준다.

볼보 S90 T8 리차지
볼보 S90 T8 리차지

한층 강해진 PHEV 시스템은 2.0L 4기통 엔진과 함께한다. 처음에는 작은 심장에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아보면 출력에 전혀 아쉬움이 없다. 엔진만으로도 312마력을 내는데, 여기에 모터까지 더해지니 합산출력은 455마력, 최대토크는 72.3kgf·m다. 5미터 장신을 단 4.8초 만에 100km/h까지 몰아붙일 수 있다. 고성능 전용 모델을 제외한다면 S90급 세단 중 이렇게 짜릿한 차가 또 있을까 싶다.

볼보 S90 T8 리차지에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
볼보 S90 T8 리차지에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

PHEV에는 뒷바퀴에 에어 서스펜션이 전용 사양으로 적용됐다. 배터리나 모터로 인해 무거워진 뒷바퀴를 지지함과 동시에 뒷좌석에 탈 VIP의 승차감도 개선해준다. 마일드하이브리드 모델(B6)을 탈 때보다 잔진동을 더 잘 걸러주고, 과속방지턱에서도 한층 안정적으로 반응한다는 느낌이다.

안전의 볼보답게 안전 관련 사양도 풍족하다. 자동 제어나 충돌 회피 시스템이 합쳐진 시티 세이프티는 반대 차선 차까지 인식해 사고를 막아주고, 최대 140km/h까지 작동하는 파일럿 어시스트가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모두 운전의 피로를 덜어준다.

볼보 S90 T8 리차지
볼보 S90 T8 리차지

볼보 S90은 독일차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일본차가 불매운동으로 주춤한 사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았다. 특히 S90은 작년 4361대가 판매되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볼보의 인기 모델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볼보코리아 전체 판매량의 30%에 달하는 숫자다. 이번에 시승한 T8 리차지 역시 2021년 148대에서 2022년 407대로 크게 늘었다.

볼보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들이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묵묵히, 그리고 묵직하게 한 걸음씩 내딛는 브랜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지금처럼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자동차'로 볼보 S90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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