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되어버린 포터·봉고 전기차…"이게 다 부족한 충전기 탓"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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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2 16:01
'공공의 적' 되어버린 포터·봉고 전기차…"이게 다 부족한 충전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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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속도로 전기 화물차 막는건 너무 이기적일까요?"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작성자는 "주말이나 공휴일도 아닌데 휴게소마다 전기 화물차가 모두 차지하고 있어 한 시간만에 겨우 충전할 수 있었다"며, "요즘 장거리를 자주 뛰는데 가는 곳마다 충전 스트레스가 점점 많아진다"고 주장했다.

#확 늘어난 전기차, 화물차 충전 논쟁 발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신규등록대수는 6만8996대로, 작년 상반기(3만9302대)보다 75.6%나 급등했다. 매년 1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새롭게 도로로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 중인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이러한 상황에 자연스레 전기차 충전을 둘러싼 논쟁이 촉발됐다. 전기차가 대대적 보급됐지만, 정작 충전 인프라는 이를 따라오지 못해서다. 충전 시간이 짧은 급속 충전기 대수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장거리를 달리는 택시와 화물차 등 영업용 전기차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 택배용 차량에 디젤 번호판이 금지되면서 전기차 충전 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충전소마다 천지 '불편해' vs '포터·봉고가 무슨 죄?' 주행거리 짧아 어쩔 수 없어

화물 전기차 충전 논란은 충분히 예견됐다는 평가다. 무거운 짐을 싣고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화물차의 특성상 충전을 자주해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전소마다 포터와 봉고가 충전기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결코 이상한게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주행거리가 매우 짧다는 것이다.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의 경우 58.8kWh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겨우 211km를 달릴 수 있다. 이마저도 물건을 싣지 않은 공차(空車) 기준이다. 화물을 가득 적재한다면 주행 가능 거리는 급격히 떨어진다. 배터리 잔량이 10~15% 남았을 때 충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더욱 줄어든다. 고속도로 충전기는 충전 시간이 1회 40분으로 정해져있는 만큼, 더 빈번하게 충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물 전기차 차주들이 규정을 어기고 완충까지 연속 충전을 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충전 매너는 차가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이지만, 유독 전기 화물차주들이 이러는 현상이 많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포터는 단거리 시내 배달용에 최적화됐는데, 주행거리가 짧은 차를 가지고 장거리 운송에 나가는 건 잘못됐다"면서 "전기 화물차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왔다.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특장차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특장차

반대 의견도 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나온 전기차인데, 장거리 뛴다고 욕먹는건 말이 안된다", "포터와 봉고가 무슨 죄냐, 자주 충전해야 하는 차주가 누구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 "전기차 충전소는 공공재인 만큼, 화물차든 승용차든 사용하는건 자유다", "고속충전이 안 되고 주행거리가 짧은건 전기 화물차뿐만 아니라 출시한 지 오래된 전기차들도 마찬가지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차만 팔면 끝?' 결국은 충전 인프라 문제

화물 전기차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을 주요 논쟁점으로 지적했다. 보조금을 전기차 늘리는데 쓰는 것보다 충전기를 설치하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전기차 팔면서 충전소 안깔아주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전기차는 급할 때 충전 못하는게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나 정부 모두 친환경차 보급에만 급급하고, 정작 충전 인프라 확보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속도로 충전소에서 충전중인 쉐보레 볼트 EV

실제로 지난 7월13일 경부고속도로의 모든 휴게소를 들러본 결과, 총 17개의 휴게소에는 전기차 70대 분량의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장난 충전기 4기, 설치 중인(언제 가동될지 모를) 충전기 17기를 제외하면 당장 사용 가능한 충전기는 49대에 불과했다.

충전기 성능도 큰 문제다. 충전기 70기 중 40%인 28대는 50kW급이었다. 100kW급도 설치 중인 것을 포함해 24대(34.3%)에 불과했다. 200kW급도 2대 있긴 했지만, 동시에 두 대씩 충전하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100kW급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kW급 이상 충전기가 늘어나야 한다. 특히, 휴가철이나 명절에 차량이 몰리는 고속도로에는 E-피트 같이 단시간에 차량을 충전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초고속충전소 보급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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