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이 길어지며 제조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처음에는 일부 사양을 제외해 출고를 앞당긴 '마이너스 옵션'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판매 후 나중에 장착해주는 '선출고 후옵션' 방식까지 사용되고 있다. 

12일 국내 사전계약을 시작한 쉐보레 타호는 주차 보조 관련 시스템이 빠진 채 판매된다. 대신 나중에 부품이 수급되면 장착해준다. 한국GM 관계자는 "일시적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전·후방 주차 보조 및 후방 자동 제동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6만원을 할인하며, 차량 구매 이후 부품이 가용한 시점에 무상 장착 서비스가 제공된다"라고 밝혔다. 

쉐보레 타호 가격표
쉐보레 타호 가격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작년 중순 일부 차종에 대해 LTE 통신 모듈을 삭제한 채 출고했다. 이 시기에 차를 구매한 경우 SOS 기능이나 스마트폰 원격 시동 등 커넥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벤츠코리아는 대신 보증기간을 1년 무상 연장하고, 추후 부품이 수급되면 서비스센터를 통해 무료 장착해주기로 약속했다.

캡처=레딧
캡처=레딧

반도체 수급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모델3와 모델Y 등의 센터 콘솔과 뒷좌석에 들어가는 충전용 USB-C 포트를 빼놓은 채 출고했다. 원래 USB 포트가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빈 상태로 출고됐으며, 일부 차량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테슬라는 이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2022년형 모델3를 인도받은 해외 차주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무선 충전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에야 센터 콘솔에 USB 포트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지원팀에 문의했더니 (사측에서) 문제를 알고 있으며 반도체 부족이 원인이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불완전한 자동차를 판매했다"며 테슬라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같은 '선출고 후완성' 정책은 국산차도 마찬가지다. 기아는 지난 4월, 카니발을 구매할 때 스마트 파워 슬라이딩 도어 열림/닫힘 기능이 빠진 스마트키를 임시로 지급했다. 스마트키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키를 몸에 지닌 채 도어 주변에 일정 시간 대기 시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으로, 4세대 카니발에 추가된 주요 사양 중 하나다. 당시 카니발을 구매한 사람은 3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정상적인 스마트키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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