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봉고가 불황에도 잘 팔리는 진짜 이유는?
  • 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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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11 14:28
포터·봉고가 불황에도 잘 팔리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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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발'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의 인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포터가 그랜저·쏘나타·아반떼 등을 제치고 2021년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다. 지난해 포터 판매량(9만2218대)은 연 10만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반도체 수급난으로 위축됐던 국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다. 

포터뿐 아니라 봉고도 작년 한 해 5만9729대를 기록하며, 국산차 판매 7위에 올랐다. 2021년 국산차 총판매량이 143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포터와 봉고 단 2종뿐인 1톤 트럭이 시장의 10%를 차지한 셈이다.

새해에도 두 차의 인기는 여전하다. 포터의 경우 1월 계약 시 출고 대기 기간만 8개월이 소요되며, 봉고도 5~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1톤 트럭 판매 실적과 다양한 산업 및 시장 수치를 연관지어 분석해봤다.

# '포터지수' 이제는 옛말!

'포터지수'는 포터 판매 실적이 경기에 반비례하여 증감하는 현상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경기 흐름이 나빠지면 실직자 및 취업취약계층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생계형 자영업자와 1톤 트럭 수요도 증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포터 판매량과 경기 흐름을 함께 묶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쏘나타와 아반떼 등 주요 승용차 판매량은 예년의 20~30%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포터는 70%에 달하는 판매량을 유지하며 선방한다. 특히 1997년부터 쌓였던 재고 물량도 이듬해 하반기에는 빠르게 소진되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급증한 계약 물량에 출고 적체 현상까지 발생한다.

당시 언론은 외환위기에 따른 생계형 노점상 증가와 포터 판매량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직장을 잃거나 취업에 실패한 이들이 자영업자 대열에 합류하며 포터를 구입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도 1톤 트럭 판매량은 경기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포터 및 봉고의 판매 실적을 살펴봤다.

두 트럭은 2008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 2012년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며 잠시 주춤하지만, 2014년부터 매년 15~16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포터가 연 10만대 판매를 처음 달성한 2017년 1톤 트럭 총판매량은 16만3607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를 경기종합지수(동행종합지수)와 비교해봤다. 경기종합지수는 한국은행이 생산, 투자, 소비, 고용 등 경기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요 경제 지표를 종합해 작성한다. 추세 성장을 살펴볼 때,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고 낮으면 경기가 어렵다고 평가한다. 다만, 단순한 수치 분석보다 방향성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

1톤 트럭 판매 실적과 경기종합지수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두 지표는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 경기가 좋거나 회복세를 보일 때 포터와 봉고도 더 많이 판매됐다.

반대로 두 트럭의 판매가 전년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2008년과 2012년을 짚어보면, 상관관계는 명확하다. 포터와 봉고 판매가 급감한 2008년에는 리먼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고, 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며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다. 즉, 경기가 나쁠 때 1톤 트럭 판매는 급감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1톤 트럭 판매량은 심각한 경제 쇼크 이후 경기 회복기에 한층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후 포터와 봉고는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매년 15~16만대의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이외 포터지수에서 함께 언급된 자영업자 수와 1톤 트럭 판매의 인과관계도 맞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3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까지 자영업자 수는 3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지만, 같은 기간 포터와 봉고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 포터·봉고, 이러니 잘 팔릴 수밖에

포터와 봉고의 판매 실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국내 유통 및 물류 산업의 변화와 맞물린다. 2000년대 초 TV홈쇼핑을 시작으로, PC 기반 인터넷 쇼핑이 본격화되며 생활 물동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더욱이 2014년을 기점으로 모바일 쇼핑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택배 산업은 물론, 1톤 트럭 판매도 덩달아 급증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2000년 2.4개에서 2010년 25개로 10배가 증가한다. 이어 2015년 35.7개, 2020년 65.1개까지 치솟는다. 만 15세 이상 노동 의사 및 능력을 가진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2020년 한 해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122건에 달한다.

유통 및 물류 산업의 변화와 함께 자동차 시장에서도 호재가 더해졌다.

한때 연 1만대 이상 판매되던 한국GM 다마스·라보가 단종된다. 일부 수요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와 기아 레이 밴 등으로 이동했지만, 생활 물류 부문에서 포터와 봉고가 명백한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정부의 노후경유차 규제와 도심 진입 금지 정책도 기존 1톤 트럭 고객의 차량 교체 시기를 한층 더 앞당겼다. 여기에 환경부 노후경유차 교체 지원 및 세금 감면 혜택은 신차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 이뿐 아니라 LPG 및 전기 1톤 트럭에 대한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과 전기 트럭의 영업용 번호판 총량제 면제 혜택 등도 한 팔을 거든다.

이외에도 자동차관리법 개정 후 캠핑용 차량에 대한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레저 및 아웃도어 목적의 1톤 트럭 구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차가 포터를 기반으로 설계한 포레스트는 현재 9개월의 출고 대기 기간이 필요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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