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랠리에서 또 멈췄다. 현대차팀은 이번에도 드라이버의 실수가 아닌 차량 문제로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현재까지 총 다섯경기 중 네차례나 머신 트러블로 경기를 포기했다. 신생팀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지만 폭스바겐팀이 출전과 동시에 왕좌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좀 아쉽긴 하다. 

불안한 랠리카를 끌고도 티에리누빌은 이번 랠리에서 5위를 기록하며 현대차팀에게 포인트를 안겼다. 다른 드라이버 소르도는 보닛을 열고 스스로 엔진을 해체해가며 운행했다. 랠리카 문제도 해결해야겠지만 현대차팀은 이 유망한 드라이버들을 꽉 잡고 있어야겠다.

▲ 아르헨티나 랠리는 WRC 중에서 가장 험난하기로 손꼽힌다.

마치 당연한듯 폭스바겐팀이 이번 랠리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폭스바겐팀은 9연승을 달성했고 기존 시트로엥팀이 갖고 있던 8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재까지 폭스바겐팀은 187점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트로엥팀은 90점, 포드 피에스타를 사용하는 M스포트팀은 68점으로 뒤를 쫓고 있다. 현대차팀은 55점으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 협곡에 늪까지, 자동차 지옥 같은 아르헨티나 랠리

8일(현지시간)부터 3박4일의 일정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코르도바(Córdoba)’에서 2014 WRC 5차전이 열렸다. 아르헨티나 랠리는 총 14개의 스페셜스테이지(SS)로 구성됐으며 경기구간은 총 406.12km에 달한다. 코르도바 산맥과 평원을 달리는 아르헨티나 랠리는 비포장 도로와 수많은 물웅덩이, 협곡을 이은 교각 등으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랠리로 손꼽힌다. 또 짙은 안개로 시야가 극도로 줄어들어 많은 드라이버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 누빌은 시종일관 안정적인 운영으로 5위에 올랐다.

현대차팀은 에이스 티에리누빌과 유호하니넨을 출전시키려 했지만, 지난 포르투갈 랠리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다니엘소르도를 유호하니넨 대신 출전시켰다.

◆ 첫째날, 현대차팀 쾌조의 출발

현대차팀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소르도는 연습경기인 ‘쉐이크다운(Shakedown)’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세웠다. 누빌도 소르도와 불과 1초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연습경기에서 현대차팀은 분위기를 확 끌어 올렸다. 

▲ 소르도는 포르투갈 랠리부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아르헨티나 랠리는 그 본인에게도 무척 아쉬움이 많이 남겠다.

연습경기를 끝낸 후 소르도는 “포르투갈 랠리보다 그립을 더 확보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새롭게 설정했는데 마음에 든다”고 말했고 누빌도 본인이나 차량 컨디션에 만족한다고 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SS1에서는 폭스바겐팀 세바스찬오지에가 1위를 차지했다. 오지에는 6.04km를 4분51초로 달렸다. 2위는 시트로엥팀의 매즈오스트버그, 3위는 폭스바겐팀 안드레아스미켈센이 차지했다. 누빌과 소르도는 각각 6위와 7위에 올랐다. 선두와의 차이는 불과 6초 남짓이었다.

◆ 둘째날, SS2~SS5 “i20 WRC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

SS2에서는 사고가 속출했다. SS1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오스트버그는 바위와 충돌했다. 이로 인해 좌측 앞바퀴 휠과 팬더, 서스펜션 등에 이상이 발생했다. M스포트팀의 미코히르보넨은 미끄러지면서 도로 난간을 들이박았다. 두 선수는 모두 경기를 포기했다.

▲ 사고가 속출한 아르헨티나 랠리였다. 현대차팀이 리타이어 한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지만 사고가 아닌 머신 트러블이었다는 점은 아쉽다.

소르도는 사고가 아닌 머신 트러블로 힘겨운 레이스를 펼쳤다. 경기 도중 랠리카의 출력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i20 WRC에서는 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다. 소르도는 서둘러 터보차저와 인터쿨러를 분리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많은 시간을 허비한 소르도는 17위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현대차팀은 터보차저와 인터쿨러를 연결하는 냉각파이프가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오지에는 SS2에서 1위를 차지했고, 누빌은 5위에 올랐다.

▲ SS2에서 발생한 사고는 끈질지게 소르도의 발목을 잡았다.

복구는 원활하지 못했고 SS3에서 소르도는 터보차저 없이 경기에 임했다. 결국 최하위인 29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팀 야리마티라트발라는 1위를 기록했고 누빌은 4위를 차지했다. 

서비스 파크에서 소르도의 머신은 수리를 받았고, SS4에서는 다시 상위권에 진입했다. 오지에가 1위를 기록했고 누빌은 4위, 소르도는 6위에 올랐다.

SS5에서 현대차팀의 두대의 랠리카에서 모두 이상이 발생했다. 누빌도 소르도가 겪었던 터보차저와 인터쿨러 문제로 고생했으며 순위가 16위로 떨어졌다. 소르도는 배기 매니폴드가 손상되며 17위를 기록했다. 1위는 폭스바겐팀 라트발라가 차지했다.

▲ 현대차팀의 서비스 파크는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 셋째날, SS6~SS10 “소르도 결국 리타이어”

현대차팀 새벽 3시까지 두대의 랠리카 정비를 이어갔으며 6시 30분부터 서비스파크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SS6에서 누빌은 4위를 기록했다. 그립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지만 비교적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소르도에겐 이번 아르헨티나 랠리는 악몽과도 같았을 것이다. 바위에 충돌한 후 또 다시 출력이 저하됐다. 엔진 오일도 너무 빨리 없어졌으며 매우 낮은 속도로 SS6를 마무리해야 했다.

▲ 소르도는 애써 아쉬움을 감췄다. 그는 "랠리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SS7에서는 라트발라가 1위에 올랐고 오지에가 2위를 차지했다. 미켈센은 3위에 올랐고 1위부터 3위까지는 불과 5.7초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누빌은 5위에 올랐는데 선두와는 꽤 격차가 벌어졌다.

SS8를 앞두고 현대차팀은 소르도의 i20 WRC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포르투갈 랠리와 이번 연습 경기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던 소르도는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SS8도 라트발라가 1위를 차지했고 그는 SS9까지 연속해서 선두를 지켰다. 

SS10에서는 누빌이 1위에 올랐다. 현대차팀의 네번째 스페셜스테이지 우승이다. 2위와의 차이는 불과 0.8초였다. 소르도의 리타이어는 아쉽지만 누빌의 활약으로 마지막날의 전망을 조금이나마 밝게 했다. 

▲ 누빌은 이번 랠리에서도 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SS10에서 1위를 차지하며 폭스바겐팀의 싹쓸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 마지막날, SS11~SS14 “짙은 안개를 뚫어라”

마지막날은 유독 안개가 심했다. 드라이버들은 짙은 안개 때문에 무척 힘든 경기를 펼쳤다고 호소했다. 가시 거리는 불과 십미터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폭스바겐팀 드라이버들은 다소 주춤했고, 안정적인 운영을 펼쳤다. 이에 반해 M스포트팀 히르보넨은 공격적인 주행으로 세번 연속 스페셜 스테이지 1위를 기록했다.

▲ 누빌은 완주에 성공하며 현대차팀에게 8포인트를 선물했다.

이미 종합기록으로 라트발라의 우승이 정해졌고, 오지에 또한 그것을 시인했다. 대신 오지에는 추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마지막 스페셜스테이지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랠리 최종 순위는 폭스바겐팀 라트발라가 4시간 41분 24초의 기록으로 1위, 폭스바겐팀 오지에가 4시간 42분 51초로 2위에 올랐다. 3위는 시트로엥팀 크리스미케가 차지했고, 현대차팀 누빌은 마지막 스페셜스테이지에서 구동계통의 이상으로 고전했지만 종합 5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 우승을 차지한 라트발라. 언젠가 현대차팀도 샴페인을 터뜨릴 날이 오겠지.

경기가 끝난 후 누빌은 “많은 사고와 난관이 있었던 랠리였다”며 “어려움이 많았지만 되도록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 “신생팀으로 5위에 오른 것도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 WRC 6차전은 내달 5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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