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받은 온라인 견적을 회사 내 공유했다. 대부분의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특히 회사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팀 직원의 표정은 유독 어두웠다. 밖으로 나가 발품을 팔기로 결심했다. 물론 ‘이 시국’에 온라인 비대면 방식이 적합하지만, 보다 좋은 가격에 더 정확한 중고차 매매 정보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오프라인 견적은 SK엔카, K카, AJ셀카, 그리고 포르쉐 인증중고차 등 4곳에 의뢰했다. 

오프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해보니 온라인보다 더 많은 신경이 쓰였다.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온라인과 달리, 딜러와 직접 얼굴을 맞대야 하기 때문이다. 차량 상태에 딴지를 걸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가격을 후려치지는 않을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쌓였다. 그뿐인가. 이곳저곳을 다니느라 시간을 소비하고, 딜러들의 추가적인 문의도 받아야 했다.

# SK엔카, 3가지 방식 제시…진단평가로 신뢰도↑

SK엔카는 크게 3가지 판매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개인 또는 딜러가 매물을 직접 등록할 수 있는 ‘셀프 등록’, 모바일 앱 기반의 비교견적 시스템과 유사한 ‘24시간 최고가 경매’, 그리고 엔카 측이 직접 차량을 진단하고 보증하는 ‘엔카진단 등록’ 등이다.

비교견적 서비스는 앞서 충분히 소개한 바 있다. 때문에 엔카에서는 셀프 등록 방식과 진단 등록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두 서비스는 모두 유료로 제공된다. 구체적으로 셀프 등록은 2만4000원 수수료가 부과되며, 진단 등록은 국산차가 11만원, 수입차는 22만원이 각각 필요하다.

셀프 등록 서비스는 차량 번호를 입력한 후, 옵션 및 특이사항부터 주행거리, 차량 사진 등을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기본 등록 수수료는 2만4000원인데, 핫마크·우대등록·모바일 우선노출 등을 원하면 추가금을 지불해야 한다. 매매사업자가 아닌 일반 회원은 셀프 등록이 연 3회로 제한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진단 등록 서비스는 원하는 방문 일자를 예약한 후, 대금을 결제한 뒤 해당 지점에서 평가사 진단을 거치는 방식이다. 이후 딜러와 판매 가격을 상담 및 확정하면, SK엔카닷컴 홈페이지에 진단평가 매물로 등록된다.

911의 진단평가는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광고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SK엔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배경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여느 스튜디오 못지않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 선 911을 보니 모터쇼나 신차발표회 못잖은 비주얼을 뽐낸다.

진단 평가는 차량 하부 및 내외관을 포함해 50여가지 이상 항목을 검사한다. 차량의 고무 몰딩을 제거해 용접 흔적을 찾고, 부품 볼트 재결합 여부도 판단한다. 차량 창문 안쪽을 비춰 판금 수리 흔적이 있는지도 점검한다. 볼트에 마모가 있거나 용접 흔적이 다르다는 점은 사고 수리가 진행됐다는 방증이다. 하부 점검을 통해 누유 여부 등을 확인한다.

범퍼 하단 커버와 휠에서 경미한 흠집이 발견됐지만, 911은 진단평가를 통해 무사고 차량 판정을 받았다. 이후 도착한 딜러는 차량 시세에 따라 매입 가격을 안내해줬다. 

딜러는 등록증 내 차량 가액의 40%를 감가해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911 등록증에 표기된 차량 가액은 약 1억9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1억2000만원선에서 매매 가격이 결정됐다.

# K카, 법인차량 매입 전문 상담 제공…절차 간소화 용이

과거 SK엔카직영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출범한 K카는 ‘내차팔기 홈서비스’, ‘법인차 매각’, ‘폐차신청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911은 엄연히 모터그래프의 업무용 차량이었던 만큼 K카에서 법인차 매각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법인차 매각은 별도의 신청 없이 상담문의 전화를 통해서만 접수를 받는다. 번호는 상담사가 아닌 법인차 매각 담당자와 직통으로 연결된다. 유선 연락을 통해 방문 일정 등을 협의하면 약속된 장소로 매입 담당자가 방문하는 방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카의 법인차 매각 서비스는 회사 명의 차량을 보유한 사업자라면 이용할 만하다. 세금계산서 발행, 소유권 이전 등 회사 재무 부서가 담당할 비용 처리 일체 과정에 대한 업무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매입 담당자가 약속된 장소로 방문하기 때문에 약속을 잡기에도 용이하다.

업무용 차량 매각이지만, 약속 시간에 도착한 담당자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K카의 법인차 매각 서비스는 대부분 임원용 차량으로 쓰이는 대형 세단이나 영업 및 방문 사원용으로 활용되는 중·소형차, 그리고 소형화물차의 대량 매입이 주 목적이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한 포르쉐가 서 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차량 검수는 약 10여분 간에 걸쳐 진행됐다. 기록을 위해 사진을 촬영하고, 시세 평가를 위해 차량 주요 특장점도 기록했다. 이와 별개로 옵션이 많은 포르쉐 특성상 별도 옵션표 첨부도 요청했다. 오전 방문 이후, 견적서가 도착한 건 오후 5시경. 매입 가격은 1억1050만원으로 산출됐다.

# AJ셀카, 방문 진단 후 실시간 경매 프로세스 진행

AJ셀카는 최대 400여곳의 중고차 상사가 참여하는 경매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온라인을 통해 직접 경매를 신청할 수 있으며, 차량 소유자와 차량 번호, 연락처 등 기본 정보만 입력해 경매를 의뢰할 수도 있다.

기본정보 입력 후에는 상담원과 유선 연락을 통해 차량에 대한 정보 확인이 진행된다. 진단 매니저의 방문 일정이나 진단 후 경매 출품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이때 이뤄진다.

AJ셀카 측에서 방문한 매니저도 K카와 동일한 수준의 진단 절차를 진행했다. 다만, 경매에 출품하기 위한 사진 촬영과 기능 확인, 그리고 옵션 체크 등이 좀 더 꼼꼼하게 진행됐다. 경쟁입찰이란 점에서 헤이딜러 등과 비슷하지만, 회사가 직접 주관하여 경매를 진행하는 점은 큰 차이다. 

촬영이 끝난 후 911의 정보는 AJ셀카 출품 대기 목록에 올랐다. 다음날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된 링크에서 실시간 경매가 진행됐고, 3시간의 경매 끝에 1억1239만원의 입찰가가 제시됐다. 판매자는 3일간 매각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받는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일차량을 재등록할 경우, 3만3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2006년식 이전 국산차나 2010년 이전 및 주행거리 15만km 초과 수입차는 출품 의뢰가 제한된다. 강원·제주를 포함한 도서·산간지역도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차량 판매를 확정한 이후, 이를 번복할 수도 있지만 30만원의 위약금이 부가된다.

# 포르쉐 인증중고차, “약은 약사에게 포르쉐는 포르쉐에게”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포르쉐 인증중고차 센터다. 국내에는 SSCL(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과 아우토슈타트가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차량은 아우토슈타트 일산 전시장에서 출고됐기 때문에 이곳의 인증중고차 사업부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매매 의사를 전달하면, 딜러사는 전산에 등록된 차량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 매입 가격을 안내해준다. 이후 수리 내역과 차량 손상 여부에 따라 감가가 이뤄지고, 최종 가격이 확정되는 구조다. 처음 전달받은 911의 예상 매입 가격은 1억2300만원으로, 앞서 헤이딜러와 함께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다만, 진단 항목이 무려 111가지에 달한다는 딜러 안내를 받고 살짝 겁이 났다. 비교적 잘 관리된 차라고 자부했지만, 111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차값은 바로 깎일 테니 말이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매매가 거절될 수도 있다. 앞서 소개된 플랫폼들은 매도자, 즉 본인이 가격에 따라 최종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인증중고차는 가격과 별개로 제품 상태에 따라 매수자가 매입을 거부할 수 있다.

인증중고차 센터에서 만난 딜러들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차량 외관부터 살폈고, 가장 먼저 점검받은 타이어가 바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포르쉐가 제공하는 순정 미쉐린 타이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체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비싼 가격과는 무관하게 브랜드 인증 순정품을 장착해야만 했다. 

이외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 스크래치나 작은 흠집도 지적됐다. 그래도 중고차인데, 신차 검수 수준의 꼼꼼한 점검은 순간 얄밉게 느껴졌다.

이어 주행 성능과 관련된 점검은 포르쉐 서비스센터에서 진행된다. 절차는 일반 보증 기간 중 시행되는 기능 점검 프로세스와 동일하다. 이 모든 절차는 탁송을 통해 진행할 수 있지만, 직접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간 깐깐한 게 아니다. 반대로 인증중고차 구입을 고려하는 고객이라면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다.

모든 진단을 마친 우리 911은 포르쉐 인증중고차의 매입 요건을 충족시켰다. 협의 끝에 결정된 최종 매입 가격은 첫 견적에서 300여만원이 깎인 1억2000만원이다. 공교롭게도 SK엔카 엔카진단 등록과 같은 금액이다. 회사에 4장의 견적서를 추가로 전달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어느 곳에 차량을 판매할지 결정할 일만 남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