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재규어 XKR-S, 독일차와 다른 '슈퍼 스포츠카'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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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3 13:21
[시승기] 재규어 XKR-S, 독일차와 다른 '슈퍼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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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이렇게 오는데, 우리 이래도 되는거예요?"

1차선 국도, 중앙선이 점선으로 바뀌자 마자 트럭을 추월하려던 참이다. 급한 마음에 가속페달을 조급하게 밟았을까. XKR-S의 뒷바퀴가 좌우로 흔들렸다. 순간 머리털이 쭈뼛서는 공포가 이어졌다. 왼편에는 절벽이, 오른편에는 트럭이 있는 가운데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다니, 더구나 이 차는 2억이 넘는 차다. '염통이 쫄깃해진다'는 표현이 어떤 느낌을 말하는지 절로 알 수 있었다. 

"아이, 거 가속페달을 너무 밟으셨네, 조금씩 나눠 밟으시라니깐요"

 

심장이 터질것 같이 두근대는데, 조수석에 앉은 전문 드라이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느긋하게 말한다. 레이싱스쿨 DMA의 임성택 드라이버는 요즘 MBC 무한도전에도 출연할 정도로 잘나간다더니만 좀 거드름이 늘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나온다. 너무 강력한 차여서 가속페달을 반만 밟아도 뒷바퀴가 미끄러진다는 말을 들은터였다. 대략 1/5정도만 밟았을 뿐인데도 충분히 추월할만한 가속력이 나온다. 이 페달을 전부 밟으면 대체 어떤 출력을 내줄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이 괴물을 처음 본건 3년전 제네바모터쇼에서였다. 당시 XKR도 어마어마했는데 XKR-S라니 왜 이런걸 만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선과 색상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언젠가 한번쯤 운전석에 앉아보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마저 생겼다. 지금 그 차를 시승하고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다만 비가 와서 출력을 다 올리지 못하는 점이나 루프를 오픈하지 못하는건 두고두고 아쉬움이 될 것 같았다. 

 

◆ 포르쉐 911 터보를 잡는 영국차

재규어는 전통적으로 느긋한 자동차 회사로 생각하기 쉬웠다. 클래식한 프론트에 동그란 네개의 램프, 빠르게 달릴 필요는 없는 신사의 브랜드, 그게 재규어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러나 알고보면 재규어야말로 전통적으로 스포츠카 브랜드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 중 하나로 손꼽히는 E타입이 그랬고, 어릴적 벽에 붙였던 XJ220도 1992년 당시 이미 세계 최고 속도(349km/h)를 냈다. 

 

550마력이다. 이 차가 나올 당시 포르쉐 터보(500마력)라면 맞수가 되겠다. 물론 재규어 쪽이 무게는 좀 더 무겁겠지만 이 차에 달린건 터보가 아닌 슈퍼차저니 승부는 겨뤄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이 차의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4.4초로 적혀있다. 

기존 XKR에 비해 스프링은 30% 단단해졌고, 차체 높이는 10mm 가량 낮아졌다. 타이어는 앞이 255/35R20, 리어가 295/35R20로 거대하다. 더 스포티해지는 한편 야생마 같은 출력을 다루기 한결 쉬워졌다는 뜻이다. 

레이스에 쓰이는 체커기가 표시된 버튼을 누르면 다이내믹모드가 된다. 서스펜션과 트랙션 컨트롤의 임계치가 더욱 스포츠 성향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경 된다. 차가 덜 개입한다는 의미는 운전자의 자율성이 더 나타난다는 뜻도 되지만, 더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기어를 D에서 S로 전환하면 거의 레드존 근처에서 변속이 된다. 스티어링에 달린 패들로 기어를 변속하면 메뉴얼로 고정된다. 독일 스포츠카들은 패들을 이용하더라도 일정 엔진 회전수가 넘어가면 알아서 변속하는 타입이지만, 이 차는 어떤 경우도 운전자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듯 하다. 

 

◆ 독일차와 전혀 다른 '매력적 주행 질감'

유턴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짧게 꾹 밟아주니 가볍게 180도를 돌아선다. 차선 1개만 있어도 차를 돌릴 수 있다. 이 정도의 안정적인 미끄러짐이라면 어지간한 운전자는 누구나 원하는만큼만 돌릴 수 있겠다.

주행 성향도 묘하다. 트랙션컨트롤이 작동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속 페달을 조금 밟는 것만으로도 파워슬라이드를 쉽게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페달을 거두는 것 만으로도 미끄러지는 것을 쉽게 바로 잡을 수 있다. 이 차의 엔진은 5.0리터 대배기량인데다 슈퍼차져는 2500rpm부터 69.4kg-m의 최대토크를 내뿜으니 초반의 토크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힘이 갑자기 증가하는 터보와 달리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슈퍼차저라서 페달을 조금 건드리는 정도로도 온갖 자유로운 컨트롤을 쉽게 할 수 있다. 요즘 다운사이징 열풍이라지만 이렇게 멋진 대배기량 슈퍼차저 엔진은 부디 끝까지 남겨주면 좋겠다. 

핸들은 비교적 가볍게 돌아가면서도 심이 있고 예리한 느낌. 운전자가 섬세하게 다뤄줄 것을 요구하는 핸들의 감각.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노면은 잘 잡아내는 서스펜션. 이것이 바로 최고의 스포츠카 또한 갖춰야 할 재규어의 필수조건인 듯 하다. 

 

가속할때의 사운드는 XKR보다 훨씬 크다. 산길을 너머 국도 저편까지 울려퍼지니 이 차가 등장하는건 모퉁이 너머에서도 쉽게 알 수 있겠다. 포르쉐 터보를 연상케 하는 소리의 크기다. 반면 가속페달을 느긋하게 밟아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럭셔리 쿠페처럼 조용해진다. 공회전에서도 웅웅 소리를 내는 독일차와는 전혀 다르다. 호사스런 실내와 넉넉한 공간도 호들갑 떠는 어린 스포츠카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사실 서킷에서 시간을 단축하는게 목적이라면 어쩌면 포르쉐나 BMW M3를 타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속하는 동안 그저 안심하는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흥분되고 짜릿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것. 그게 스포츠카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이 영국의 스포츠카가 더 만족할 수 있는 차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 장점

- 매력적인 실내외 디자인, 굉장히 비싸보이는 모습

- 충분하고도 남아 짜릿한 가속감. 다루기 쉬운 엔진.  

- 조용히 달릴 수 있고, 넉넉한 실내공간 

* 단점

- 실제로 비싼 가격. 

- 고속주행에서 긴장해야 하는 미끄러운 주행감각. 

- 경쟁모델에 비해 무거운 차체. 

 

* 스펙

- 전장 × 전폭 × 전고 = 4794mm × 1892mm × 1312mm

- 휠베이스 = 2752mm

- 차량 중량 = 1753kg

- 구동 방식 = FR

- 엔진 = 5.0 리터 V 형 8 기통 DOHC 직분사 슈퍼 차저

- 최고 출력 = 550마력 @ 6000-6500rpm

- 최대 토크 = 69.4kg-m / 2500-5500rpm

- 변속기 = 6단 자동

- 가격 = 2억8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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