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REBORN CT6’…낯섦과 신선함의 경계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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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31 11:26
[시승기] 캐딜락 ‘REBORN CT6’…낯섦과 신선함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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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의 영역에서는 확고한 믿음을 줘야 한다.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있지만, 선택의 가짓수는 줄어들고 있다. 취향보다 인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도전자들이 주먹 한번 뻗지 못하고 무너진다. 캐딜락은 한때 이 세그먼트를 지배했었고, 다시 돌아왔다. 전관예우는 없다. 스스로 믿음을 쌓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캐딜락이 정통 대형 세단 시장에 오랜만에 돌아오긴 했지만, 이 바닥의 생리는 잘 알고 있었다. 에스컬레이드로 그 곳이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경험하고 있었고, 독일차를 흉내내서는 틈새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의 인식은 무섭다. 독일차와 동등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독일차보다 우수한 부분이 많아야 비로소 동일선상이라 여기기 시작한다. 여기에 독일차가 갖지 못한 감성적인 부분까지 자극해야 한다.

CT6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캐딜락은 ATS를 내놓을 때부터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나아갈 방향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정했다. CT6에서는 더 명확해졌다. 돈과 시간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정통 플래그십 세단을 다시금 만들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제작했다.

모든 것은 뼈대에서 시작된다. 캐딜락이 CT6를 처음 공개하면서 가장 먼저 강조했던 것이 뼈대였다. 62%가 알루미늄이고, 38%는 고장력 강판이 사용됐다. 알루미늄과 고장력 강판이 맞닿은 부분의 용접은 각별히 신경썼다고 한다. 강성을 확보하면서 무게까지 줄였다. 플래그십은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달려도 안정적이고, 탑승객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한다. CT6의 여러 특징은 전부 뼈대에서 나온다.

기존 캐딜락의 플래그십보다 훨씬 강성이 높아지면서 CT6는 더 평온해졌다. 엔진과 변속기는 격해져도 차체는 차분하다. 큰 차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상황에서도 든든하다. 견고한 차체에 이어붙은 서스펜션의 링크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CT6를 도로에 최적화시킨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여전히 신기하지만,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뒷받침과 궁합이 중요하다. 캐딜락은 오랜동안 이 댐핑 컨트롤 시스템을 사용했고, 그 섬세함이 CT6에서 비로소 표출되는 것 같다.

5227mm에 달하는 긴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운전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 좁은 도로에서 유턴을 하거나, 미로같은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도 기민하다. 액티브 리어 스티어는 속도와 주행모드에 따라서 뒷바퀴의 차이를 두며 작동한다. 미리 인지했다면 그 차이를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모르고 있으면, 뒷바퀴가 속도와 주행모드에 따라 방향을 튼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자연스럽다.

캐딜락도 시대에 부합하는 터보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자연흡기 엔진을 스스로도 자신있어 한다. 캐딜락이 집중하는 시장도 자연흡기 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3.6리터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힘이 넉넉한 편이고, 반응도 꾸준하다. 이 엔진에 붙어있는 10단 변속기는 캐딜락의 변화를 상징한다. 10단 변속기는 효율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드라마틱한 성격의 변화도 품고 있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을 때의 CT6와 순간적인 폭발력을 내보일 때의 CT6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10단 변속기가 그것을 주도하고 있다.

변속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REBORN CT6’의 주행질감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8단 변속기와 10단 변속기의 성격 차이는 거의 없다. 견고한 뼈대에서 시작되는 단단한 주행성능과 정중함이 느껴지는 승차감은 그대로 유지됐다. 가장 큰 변화는 겉모습이다. CT6의 감성적인 부분은 대부분 디자인에서 나온다.

독일차와 기조는 같을지 몰라도 표현 방식은 다르다. 캐딜락의 디자인은 확실한 개성과 정체성으로 단단하게 뭉쳤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모양은 캐딜락의 과감함을 단번에 보여준다. 넓고, 낮게, 그리고 늘씬하게 보이는 실루엣, 단번에 그어진 굵은 선 등은 CT6를 가장 스타일리시한 플래그십으로 만든다. CT6보다 좋은 차는 많을지 몰라도, 그 차가 이런 CT6의 매력은 다 채워주진 못 할 것 같다.

뒷좌석 공간이나 편의에 대한 부분도 충분하고,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실내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양한 디지털 장비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특징이다. 후방 카메라의 영상을 룸미러로 확인할 수 있다. 확대 및 축소도 가능하고, 각도 및 밝기 조절도 가능해졌다. 차량 개발 초기부터 함께 한 보스는 34개의 스피커를 실내 곳곳에 설치했고, 스마트폰과의 손쉬운 연동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캐딜락은 CT6에 REBORN이란 이름을 덧붙였다. 단순히 얼굴만 바뀐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가치를 담았다는 얘기다. REBORN CT6는 누구보다 확고한 취향을 내비치고 있으며, 이제 낯섦보다는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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