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글래디에이터, 하드코어 오프로더 그 이상을 갈망하다
  • 새크라멘토=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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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3 12:06
[시승기] 지프 글래디에이터, 하드코어 오프로더 그 이상을 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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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가 코만치 단종 이후 무려 26년여만에 픽업트럭 시장에 복귀했다. 윌리스 지프 트럭부터 글래디에이터, 스크램블러(CJ-8), 그리고 코만치로 이어졌던 지프 픽업트럭 계보에 글래디에이터가 다시 출연했다. 

글래디에이터는 2005년 북미국제오토쇼(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랭글러(TJ) 기반의 2도어 콘셉트 트럭으로 첫 선을 보였고, 무려 13년 만에 양산차로 출시됐다. 물론, 베이스 모델인 랭글러는 그 사이 2번의 풀 체인지를 거치며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년 국내 출시를 앞둔 글래디에이터를 만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방문했다.

# 글래디에이터, 랭글러와 닮은듯 다른 픽업 오프로더

로마 시대 검투사를 지칭하는 글래디에이터는 이름부터 거칠고 강인한 느낌을 발산한다. 최근 섬세하고 스마트한 인상의 신차들과는 출발부터 궤를 달리한다.

전반적인 실내외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개성 강한 랭글러(JL)가 떠오른다. 7슬롯 그릴, 원형 헤드램프, 그리고 툭 튀어나온 범퍼 및 휀더 등 전면부는 랭글러와 똑같다. 공력 성능을 위해 7슬롯 그릴 윗부분을 깎은 것이나 윈드실드의 각도를 눕히고, LED 주간주행등 및 방향지시등까지 신형 랭글러의 특징을 공유한다.

겉으로 드러난 힌지나 각진 라인 등 측면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다만, 화물 적재 공간이 생겼고 그에 따라 뒷바퀴 위치가 뒤로 밀려났다. 

뒷모습은 랭글러와 차이를 보인다. 테일게이트 개폐를 방해하지 않도록 양 끝부분 테일램프가 위치하며, LED 테두리 모양도 다르다. 테일게이트는 댐퍼가 장착돼 부드럽게 작동하고, 3단계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범퍼 아래 견인 장치와 더불어 트레일 레일 카고 메니지먼트 기능 등이 장착됐다.

실내는 겉보기와 달리 좁다. 밖으로는 범퍼나 휀더가 튀어나와 있고, 속에는 롤케이지가 존재한다. 지상고가 높아 어린 아이나 치마를 입은 경우 오르내리기 불편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수평적인 배치로 깔끔하다. 정갈한 느낌의 소재가 잘 어울린다. 구형 랭글러와 비교해 기어노브, 송풍구, 계기판 디자인도 한층 개선됐다. 크롬 베젤을 적절하게 사용해 고급감을 더했다.

시트 착석감은 한결 부드럽다. 뒷좌석 폴딩 기능을 지원하며, 2열 좌석 아래는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2열 시트 등받이 각도는 조금 불편하다. 

# 온로드, 고삐 묶인 야생마

새크라멘토 도심에서 고속도로를 거쳐 산길 와인딩 코스까지 약 100km를 달렸다. 

엔진 라인업은 2.0L 터보와 3.6L V6, 두 가지다. 앞서 국내 출시된 랭글러는 2.0 터보 모델이지만, 글래디에이터의 경우 3.6 V6 모델이 들어올 예정이다. 시승차 역시 3.6 모델이다.

제원상 출력이나 토크의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V6 엔진은 좀 더 부드럽고, 가속 구간에서 완만하게 출력을 낼 수 있어 다루기 편하다. 내구성이나 신뢰도에서도 조금 더 좋은 평가를 줄 수 있겠다.

민첩하게 반응하는 8단 자동변속기도 만족스럽다. 과거 ZF 라이센스 생산 초기, 엔진과 변속기가 살짝 따로 노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신차들은 파워트레인 매칭이 훌륭하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다소 불편한 외부 소음이 크게 들려온다. 특히,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로드노이즈가 크다.

최근 출시되는 도심형 SUV 제품들과 비교해 승차감이나 라이드 앤 핸들링 성능은 평균에 조금 못 미친다. 시트 착석감도 좋고 구형 랭글러보다 한층 부드러워졌지만, 최신 도심형 SUV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스티어링 휠 조작시 응답성이 즉각적이지 않고, 유격도 꽤 있는 편이다.

#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목장은 입구부터 온통 뻘밭이다. 전날 내린 폭우로 곳곳이 움푹 패 있고, 진흙 반 물 반의 노면에서 다른 차들은 바퀴가 헛돌기 일쑤다.

글래디에이터의 진가가 드러날 때다. 기어 레버 옆 기계식 트랜스퍼 레버를 2H(이륜 고속)에서 4H(사륜 고속)로 조작한다. 별다른 추가 설정 없이 진흙밭을 편안하게 빠져나갔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코스가 이어졌다. 트랜스퍼 레버를 4L(사륜 저속)로 바꿨다. 시승차량은 루비콘 모델로, 락-트랙 4x4 시스템을 지원한다. 상시 각 바퀴의 토크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기어비와 크롤비를 조절해 인상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한다. 

코스에 따라 앞뒤 디퍼런셜 락 기능과 스웨이드 바 분리 기능을 적절히 사용하며 질척이는 뻘밭부터 깊게 파인 고랑, 거칠고 가파른 암벽 등을 차례로 공략했다. 

글래디에이터는 한두바퀴가 미끄러지더라도 바닥에 닿은 다른 바퀴에 확실히 힘을 전달하며 거침없이 험로를 돌파한다. 가속도를 붙여 한 번에 확 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느리지만 끈끈하고 안정적으로 차량을 밀어붙이며 돌산을 타고 내렸다. 특히,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운 가파른 암벽 코스에서는 능숙한 클라이머와 같은 움직임을 구현했다.

282mm에 달하는 지상고는 랭글러(269mm)보다 높다. 지상고의 경우 일반 SUV가 200~210mm 수준이다(일부 도심형 SUV는 190mm까지 낮아진다). 도하 능력은 에어서스펜션으로 지상고를 높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비슷하다.   

# 한국에서도 먹힐까?

글래디에이터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다재다능한 활용성, 그리고 압도적인 오프로드 성능 등 일상에서 탈출을 원하는 모험가에게 적합한 궁극의 어드벤처 차량이다. 

국내는 내년 출시가 예고됐으며, 3.0 V6 디젤 모델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국내에서는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동차세가 2만8500원에 불과하다. 개인사업자는 부가세 10% 환급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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