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끼운 정의선 체제, 가까스로 반등…지뢰밭은 여전
  • 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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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6 18:20
첫 단추 잘끼운 정의선 체제, 가까스로 반등…지뢰밭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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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그룹 총괄직을 맡은 데 이어 올 초 핵심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1분기 경영 실적은 3세 경영 체제의 첫 성적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1분기 글로벌 판매 실적은 현대차 102만1377대(전년比 -2.7%), 기아차 64만8913대(전년比 +0.5%)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악화(전년比 -6.7%)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등 핵심계열사의 수익성 항목이 크게 개선된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재개하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울리고 있다.

# ‘진퇴양난’ 돌파구가 안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국내 시장(전년比 +8.7%)에서 영향력을 한층 더 높였다. 그랜저와 싼타페를 필두로, 팰리세이드가 신차 효과를 발휘했다.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신형 쏘나타 등도 향후 내수 판매를 이끌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전년比 -19.4%)과 미국(전년比 -2.5%), 그리고 유럽(전년比 -2.2%)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올해 1분기 판매 실적은 작년보다 3만대 이상 급감했다.

먼저, 시장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1분기 중국 자동차 산업 수요는 전년동기대비 10.5% 감소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우려하던 공급 과잉 문제가 본격화됐다. 

더군다나 현대차는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선두 업체와 중국 현지 업체 사이 끼인 호두 신세(nut-cracker)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브랜드 밸류를 확보하지 못했고, 합작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현지 업체에게 턱 밑까지 추격당했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 내 시장 변화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거점 도시만 벗어나면, 도로 사정이 나쁘다. 이 같은 주행 환경은 크고 화려한 외관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 등과 결합해 SU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현대차도 뒤늦게 신형 SUV를 내놓고 있지만 금새 뒤로 밀려났다. 

여기에 사드 사태 이후 냉랭해진 중국 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현지파트너인 베이징기차와의 갈등까지 엎친데 덮쳤다. 베이징 1공장 셧다운에 이어 추가 구조조정까지 불가피하다.

미국과 유럽도 시장 수요 하락에 따른 판매 감소가 이어졌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차량 교체 수요가 급감한 상황. 또한, 올들어 살인적인 한파와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폐쇄) 등으로 인해 연초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세타2 엔진 리콜을 비롯한 여러 품질 이슈와 미 정부의 고관세 부과 여부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유럽도 지난해까지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비롯한 각종 지표가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별첨 참고

# 안방서 서자는 웁니다

기아차는 해외 시장(전년比 +2.4%)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안방인 국내 시장(전년比 -7.5%)에서 발목을 잡혔다. 전체 신차 판매 대수(전년比 +0.5%)는 늘어났지만, 매출액(-0.9%)이 줄어든 원인도 내수 부진에 있다.

기아차 내수 판매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현대차다. 기술을 공유하는 양사 제품 간 간섭효과(cannibalization)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디자인경영 기치를 먼저 내건 곳은 기아차지만, 최근 그룹에서는 현대차 디자인에 힘을 더 실어주는 분위기다. 최신 기술 도입에서도 한발짝씩 늦는 모양새다.

기아차는 카니발과 경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그먼트에서 현대차에게 큰 격차로 밀리고 있다. 

더욱이 이 격차는 앞으로 더욱더 벌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비롯해 고성능 N 브랜드,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차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코나나 펠리세이드 등 새롭게 출시된 현대차 신모델도 기아차의 동급 세그먼트인 스토닉이나 텔루라이드보다 좋은 상품성을 가져가고 있다. 제품의 차이는 결국 브랜드 밸류의 차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두 회사의 성격을 달리 가져가는 차별화가 아니라, 브랜드 간 위아래 서열을 두는 방식이다. 현대차 판매가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시너지가 사라진 후 전체 볼륨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니어 럭셔리’를 표방한다면, 기아차는 ‘퍼포먼스’를 밀어줄 수 있다. 친환경차도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PHEV 등 각자 다른 영역을 나눌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내부 경쟁을 통한 건전한 상호 작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1분기 실적만 본다면, 분명 현대차그룹은 바닥을 찍고 반등의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올라가는 그 길은 여전히 험난하고 멀게 느껴진다. 해외 시장에서는 흐름을 바꿀 전략이 필요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보다 전략적인 행보가 요구된다.

*별첨

기아차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4.4% 급증한 5941억원이며, 영업이익률도 2.4%포인트 증가한 4.8%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50.3% 증가한 6491억원을 실현했다.

수익성 항목이 급증한 이유는 통상임금 소송이 마무리되며 관련 충당금 중 일부가 환입됐기 때문이다. 일회성이지만 이번 통상임금 충당금 환입 규모는 총 4300억원이다. 이 중 영업이익에 반영된 규모는 2800억원, 이자비용 등 영업외이익에 150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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