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칼럼] 배달공화국 그늘에 숨겨진 산업안전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 좋아요 0
  • 승인 2019.04.26 16:18
[최재원칼럼] 배달공화국 그늘에 숨겨진 산업안전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pr@motorgraph.com)
  • 댓글 0
  • 승인 2019.04.26 16: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배달 앱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배달시장의 성장은 숫자로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업계 선도주자라고 할 수 있는 ‘배달의 민족’의 경우 올 초 누적 다운로드 4000만건, 월간 2800만건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달 앱 시장규모가 2013년 약 3350억원에서 2018년 약 3조원 규모으로 10배 가량 급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하게 이용하는 배달 서비스 뒤에는 수많은 배달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줄여서 일명 ‘특고’,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자’라 불리는 배달노동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본인 소유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근무합니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배달 건당 수익은 평균 3000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 시간에 5건, 하루에 40~50건의 배달을 해야만 오토바이 구입비용, 기름값, 식비 등을 제외하고 실제 월 수익이 190~200만원 정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콜이 많은 주말에도 배달을 하며 장시간 근로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인정되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급여 인상이나 휴게시간 보장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개인사업자로 판단되기 때문에 특정 배달업체에서 전속되어 근무 관리를 받았더라도, 부당한 해고가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할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수많은 배달 노동자가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강도 장시간 근무환경에 종사하고 있는 것은 배달시장의 빠른 성장 뒤에 가려진 현실입니다.

이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범위에 배달노동자분들을 포함시키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특수고용형태종사자가 22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이 시점에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안전보장이 필요한 배달 노동자 

배달노동자는 눈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빠른 속도로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직면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2017년 전체 노동자 산재사고 중 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자수)은 0.52이지만, 퀵서비스 노동자만 따로 볼 경우 20.4명으로 치솟습니다.

현재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인 특수고용형태종사자는 9가지 유형(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운전기사)입니다. 배달노동자도 여기에 포함이 됩니다. 하지만 본인이 산재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는다면 근로복지공단에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토바이 구매 및 정비, 착용할 안전장비 구매 등도 근로자 본인 몫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전장비 착용이나 이에 대한 관리 및 교육 등이 미비한 것도 문제입니다.

결과적으로 배달 노동자처럼 항상 위험에 노출되는 직종만이라도 일하는 형태나 형식을 넘어 산재보험에 당연히 가입하고 예외를 두지 않도록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업장에도 부과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질 수 있어야 됩니다.

국내 노동환경은 지난 많은 아픔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라, 사전에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조치할 수 있는 성숙된 시각이 갖춰졌다고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이러한 사회 안정망의 느슨함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조치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