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파사트 GT '백 투 더 저머니'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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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3 14:37
[시승기] 폭스바겐 파사트 GT '백 투 더 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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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돌아왔다. 수많은 예측이 오갔다. 대다수가 티구안 혹은 아테온을 첫 출시 모델로 꼽았다. 공백 기간이 길었던 만큼 단번에 시장을 휘어잡을 그런 차종을 기대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파사트 GT를 택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오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만큼, 모두의 관심에서 한 발짝 떨어진 차를 우선 투입한 것.

그러면서도 실리를 추구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세단 지상주의'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한 조용히,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한 셈이다.  

 
 

짧게 경험한 파사트 GT는 분명 만족스러운 차였다. 준수한 생김새와 넓은 실내 공간 그리고 부족함 없는 동력성능을 갖춘, 기본에 충실한 세단이었다.  

디자인은 흠잡을 곳 없이 깔끔했다. 날을 세운 캐릭터 라인은 도시적인 이미지를 구현했고, 구형 대비 늘어난 휠베이스와 짧아진 오버행은 균형 잡힌 차체를 드러냈다.

실내는 여러 패널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독일 특유의 철두철미함을 강조했다. 오차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빈틈없는 조립 품질도 으뜸이었다.

무엇보다 운전자 손이 가장 많은 닿은 스티어링 휠 스티치는 실오라기 하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촘촘히 짜여 있었다. 플라스틱 패널과 가죽이 만나는 부분도 부드럽게 처리됐다.

 
 

도어패널과 대시보드에 적용된 플라스틱 소재 역시 우드 느낌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만져보지 않는 이상 눈치 못 챌 정도로 질감 표현이 잘 됐다. 진짜 같은 가짜였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아우디와 공유한다. 다만, 폰트를 달리해 차이를 뒀다. 깔끔한 그래픽과 빠른 반응 속도는 여전했다. 덕분에 시인성은 수준급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마련됐다.

센터페시아 한 가운데 있는 디스플레이는 현대엠엔소프트 지니 내비게이션을 품었다. 국내 도로 환경을 100% 소화하는 제품이다. 다만, 디지털 클러스터와 연동은 안 된다.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 4765x1830x1460mm, 휠베이스 2786mm다. 구형 대비 4mm 짧아지고 10mm 넓어졌으며 14mm 낮아졌다. 특히 휠과 휠 사이 거리가 74mm 늘어났다.

 
 

덕분에 실내 공간이 꽤 넓게 다가왔다. 1, 2열 모두 넉넉했다. 키 175cm 성인 남성 기준 레그룸, 헤드룸 모두 부족하지 않았다.

트렁크도 널찍했다. 여러 짐을 싣고 나르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기본 용량은 586L고, 40:20:40 비율로 접히는 2열을 활용하면 최대 1152L까지 증가한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싱글 터보와 6단 DSG로 구성됐다. 최고출력은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는 40.8kg.m(1900~3300rpm).

잠깐의 터보 래그 구간을 지나자 재빠른 가속이 진행됐다. 두 개의 클러치가 차곡차곡 단수를 높여갔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7.9초.

 
 

고속 영역에서도 화끈한 달리기는 이어졌다. 보통 디젤 엔진은 뒷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느낌은 없었다. 회전수를 높여가도 활기를 잃지 않았다. 최고속도는 233km/h.

승차감은 시종일관 차분했다. 빠른 속도에서도 침착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차선 이동이나 굽잇길을 돌아 나갈 때도 쉽게 기우뚱하지 않았다.

'이게 가능할까'란 생각이 드는 급격한 코너도 잘 버텨냈다. 탄탄한 하체와 각종 전자 장비가 만든 몸놀림이었다. 제동 역시 굼뜨지 않았다.

디젤의 진동과 소음은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풍절음은 정말 잘 잡았다. 고속에서도 실내는 조용했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 총 4가지가 마련됐다.

 
 

주행 안전 품목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트래픽 잼 어시스트, 에이 리어 뷰 등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신뢰를 갖기에 충분했다. 스티어링 휠은 끈질기게 차선을 따라갔고, 레이더와 카메라 등은 앞차와의 거리 유지를 위해 부지런히 엔진을 제어했다.

잘 나가고 잘 돌고 잘 섰다. 다수의 선택을 받고 또 다수의 사람을 태울 차는 응당 이런 거동을 구현해야 한다. 때로는 맹렬하게, 또 때로는 부드럽게 성격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가격은 4320만~5290만원. 트림 라인업은 기본형,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 4모션이다. 언뜻 보기엔 비싼 것 같지만, 실제 경험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값이다.

구형 대비 진입 장벽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신차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만들어진 '오리지널'이다. 싸게 팔기 위해 제작된 염가판이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경쟁 모델도 과거 도요타 캠리였다면, 이제는 렉서스 ES로 바뀌었다.  

 

파사트 GT는 돌아 온 폭스바겐의 첫 단추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두 번째 단추도 잘 꿰는 법이다. 잘 팔려야 하고, 무너진 입지를 다시 단단히 다져 놓아야 한다.

출시와 동시에 내놓은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높은 경쟁력을 지닌 파사트 GT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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