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신형 X3…"프리미엄도 '가성비'가 중요하다"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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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0 14:52
[시승기] BMW 신형 X3…"프리미엄도 '가성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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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3는 BMW X시리즈 중 대중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모델이다. 지난 2003년 첫 출시 이후 14년간 세계 시장에 160만대 이상 팔리며 BMW 새로운 효자 차종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변화의 핵심은 '신분 상승'이다. 구형이 3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면, 신형은 5시리즈를 베이스로 개발됐다. 디자인의 고급스러움은 물론, 넉넉한 차체 공간까지 기본적으로 더 좋아졌다. 특히,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예전 그대로 동결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테리어다. 꽤 많이 바뀌었다. 벤츠 GLC와 볼보 XC60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더 많이 팔기 위한 BMW의 노력이 곳곳에 묻어있다. 전체적인 고급스러움이 높아졌고, 가죽, 금속, 플라스틱 등으로 구성된 각 패널 역시 빈틈없이 맞물려 오차를 찾아 보기 힘들다.

 

가죽과 가죽을 촘촘하게 이은 박음질은 ‘미국인들이 이렇게 꼼꼼했었나’란 생각이 들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참고로 국내에 들어오는 신형 x드라이브 20d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 4710x1890x1670mm고, 휠베이스 2864mm다. 이전 세대 대비 길이가 53mm 늘어났으며, 휠베이스도 54mm 커졌다. 제작 기반이 5시리즈로 바뀌면서 그만큼 공간 활용성이 높아졌다. 덕분에 전 좌석에서 넉넉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최대 6도까지 등받이 각도를 눕힐 수 있는 2열은 장거리 이동도 거뜬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신형으로 오면서 기본 적용된 2열 에어컨 시스템은 이런 공간에 쾌적함을 더해주는 요소. 요즘 같이 추운 시기에는 빠르게 몸을 데울 수 있다.

내부 수납공간은 충분하다. 실내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공간이 지갑, 커피잔, 스마트폰 등 다양한 소지품을 무리없이 담아낸다. 적재 용량 역시 기본 550L에서 40:20:40으로 접히는 2열을 활용하면 최대 1600L로 확장된다. 부피가 큰 짐도 거뜬히 소화할 공간이다.

 

외관 디자인은 다소 아쉽다. 커진 키드니 그릴이 가장 큰 원인인 듯하다. 코가 너무 두드러진 탓에 잘 다듬어진 헤드램프가 안쓰러워 보였다. 디자이너가 어떤 철학을 갖고 디자인에 임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래도 측면과 후면은 마음에 들었다. 짧은 오버행과 살짝 누운 윈드 실드, 그리고 완만하게 깎인 루프라인으로 여느 스포츠 SUV 못지않은 조형미를 전달한다. 공기저항계수도 기존 0.36에서 0.29로 낮아졌다.

 

온로드 가속은 평범했다. B47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고, 매끄러운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을 8초에 마무리 짓는다. 최고속도는 213km/h. 수치가 알려주듯 운전의 즐거움까지 기대할 만한 차는 아니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다. 무난하다.

몸놀림도 마찬가지다. 하체를 극단적으로 조이지 않았다. 한 사람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세팅이다. 그래서 굽이진 도로나 차선 이동 시 스티어링 휠과 가속 페달에 어느 정도 여유를 두는 편이 좋다.

 

영리한 전자식 사륜구동시스템이 시종일관 아스팔트를 꽉 잡고 나아가지만, 1670mm의 높은 키에서 오는 물리적 한계까지 극복할 수준은 아니다. 과욕은 금물이다. 타이어 세팅은 앞, 뒤 245/50 R19 사이즈의 피렐리 신투라토 P7이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잘 잡혔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다면 가솔린 엔진이라고 해도 믿었을 정도다. 공회전에서는 작은 허밍 소리가 들렸을 뿐이고, 고회전에서도 차분함을 꾸준히 유지한다. 거친 느낌을 최대한 억제했다. 역시 BMW가 디젤 엔진 하나는 정말 잘 다룬다.

 

주행모드는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트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모드는 컴포트로, 피로감이 크지 않은 부드러운 스티어링 휠과 발 빠른 변속이 일품이었다. 스포트는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스티어링과 컴포트 대비 높은 엔진 데시벨로 피로감 누적이 빨랐다.

오프로드 성능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도심에 초점이 맞춰진 SUV이기에 비포장보다는 포장과 더 친밀하다. 험로 돌파를 위한 주행모드가 따로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고, 큼직한 19인치 휠 역시 조화롭지 못하다. 게다가 이런 차는 불규칙한 노면을 많이 타면 잡소리가 심해진다. 신형 X3는 아스팔트와 궁합이 더 잘 맞는 SUV다. 

 

신형 X3 x드라이브 20d의 가격은 6870만원이다. 구형인 x드라이브 20d M에어로다이나믹 프로에서 1원 하나 오르지 않았다. 업그레이드된 상품성을 고려하면 구매 가치는 꽤 높다. 곧 6580만원짜리 x라인도 나온다고 하니 그만큼 진입장벽도 낮아진다.

벤츠 GLC, 볼보 XC60,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 등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상품성이다. ‘가성비’는 소비자를 사로잡을 가장 확실한 무기다. 신형 X3가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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