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진짜 오프로더'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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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6 13:00
[시승기]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진짜 오프로더'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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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지난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였다. '디스커버리'라기엔 너무 화려해서 콘셉트카가 아닌가 싶었다. 랜드로버 총괄 디자이너 제리맥거번은 “선망의 눈빛을 받을만한 디자인에 최고의 다재다능한 고성능 프리미엄 SUV를 만들기 위해 디스커버리의 DNA를 바꿨다”고 말했다.  

 

​실은 앞뒤로 디스커버리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써있어 망정이지, 무슨 차인지조차 모를 뻔 했다. 이전 세대 디스커버리를 대표하던 거대한 박스형 외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생소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말하자면 레인지로버에서 풍기던 좀 '날티나는' 분위기다. 멋들어지고 잘생긴 얼굴이야 좋지만 추억 속 디스커버리가 사라진게 너무나 아쉽다. 

이름 또한 '디스커버리5'가 아닌 그냥 '디스커버리'라니, 쏘나타3가 그냥 쏘나타로 바뀌었을때의 허탈한 기분이라면 독자들도 공감하려나. 랜드로버 입장에서도 5라는 숫자를 붙이긴 낯간지러웠을지 모른다. 어렵던 시절 만든 2세대 디스커버리가 실은 1세대의 마이너 체인지고, BMW 시절을 거치며 만든 3세대는 분명 놀라운 변화였지만 이후 다시 인도에 팔리는 와중에 등장한 4세대의 변화도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온전한 풀체인지라는 개념으로 보면 이번이 3세대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킥업루프, 넓직한 C필러 등은 초대 디스커버리부터 이어온 개성이다. 휀더 그릴 장식 같이 본래의 기능이 사라지고 형태만 남은 부분도 꽤 있다. 특히 비대칭의 트렁크 도어는 타이어를 뒤에 매달기 위했던 것인데, 이번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졌다. 어찌보면 거대한 뒷모습이 껑충한 미니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과 완전한 언밸런스여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 진정한 오프로더, 기울어짐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미끈해진 디자인으로 인해 오프로드 성능이 뒤질 것 같이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차체는 작아진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전장은 4970mm, 전고는 1888mm로 이전 모델보다 길이는 길고 높이는 같다. 에어서스펜션도 장착돼 버튼 하나만 누르면 차체가 오르내린다. 최대로 올렸을때 최저 지상고는 284mm가 되는데 바퀴가 모두 잠기는 90cm 깊이의 물도 건널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시승행사에선 약 70cm 정도의 물을 담은 오프로드를 주행 했는데, 이 정도만 해도 기분에는 차가 물에 꼬르륵 잠겨버리는 듯 하다.

 

 ​물론 기분만 그렇다는거고 차는 맨땅을 달릴 때와 별반 차이없이 쑥쑥 전진한다. 까마득한 언덕이나 험로, 물길을 아무렇지 않게 슥 지나고 나면 대체 뭘 걱정했던건가 머쓱한 기분이든다. 이 차의 한계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진입각은 34도, 진출각은 30도, 램프 브레이크 오버각(측면각) 27.5도다. 숫자는 잘 와닿지 않을텐데,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용평스키장의 레드 슬로프의 가장 가파른 곳이 27도. 수치상으로 보면 스키장을 그냥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바퀴 4개 달린 차 중 가장 오프로드를 잘 오르 내릴 수 있다. 만일 이 차로 갈 수 없는 길이면 어떤 차도 못간다고 보는게 맞다.

 

​이 차는 본격 오프로더라 할 수 있지만, 또한 3열 시트를 갖추고 성인 7명이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차로 설계됐다. 경우에 따라 미니밴 역할로도 충분히 활용 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겠다. 이번 모델은 2열, 3열 시트를 모두 전동으로 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시트의 구성을 원격으로도 펴고 접는 조작을 할 수 있게 했다. 7인이 모두 타고도 용량은 258리터나 되는데, 시트를 접으면 무려 2406리터나 된다. 대형 냉장고 3개의 용량 정도다.

리어 해치를 열면 내부의 칸막이가 있고, 이 칸막이는 밖으로 펼쳐지는데 300kg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성인들이 앉아 낚시를 한다거나 신발을 갈아신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 온로드 달리기 성능...깔끔하고 준수한 수준

“이 엔진 마음에 드는데, 서스펜션은 좀 특이하네요” 가격대는 9420만원에서 1억790만원으로 천만원 넘는 차이가 나는데, 엔진은 오로지 한가지다. 3.0리터 디젤 V6엔진인데 워낙 매끄럽고 조용한데다 달리기도 시원한 편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주력 엔진이어서 신뢰도가 높고 마음에 드는 엔진이다. ZF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한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2톤이 넘는 차체 탓에 그리 짜릿한 가속까지는 어렵다. 말이 나와 말인데, 연비도 기대하지 말기로 하자.

 

현재 디스커버리을 보면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유사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실제로 플랫폼까지 같다. 매우 정교하고 온로드에도 손색 없는 차체다. 이전 디스커버리의 특징도 갖고 있는데, 우선 도로의 잔 충격은 아무렇지 않게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특징이다. 탱크 같은 오프로드 주행 성능에 비하면 스티어링의 반응도 쾌적하고 거의 승용 감각이라 할 만하다. 

반면 빠르게 핸들을 꺾는 짧은 코너에서는 휘청이며 확연히 SUV임을 느끼게 한다. 스웨이바(스테빌라이저)를 차체 무게에 비해 무르게 만들어 양쪽 바퀴의 상하 운동 범위를 늘려 놓은 세팅이다. 이런건 반대로 오프로드에서는 바퀴의 운동 폭이 커서 땅에 잘 닿기 때문에 온전히 장점이 된다. 

 

# '진짜 오프로더'를 선택하는 이유

최근 오프로더 흉내를 내는 SUV들이 적지 않아 이런 차를 구분하기 위해선 '진짜 오프로더'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국내 도로에서 이런 오프로드를 자주 달릴 사람은 거의 없을테지만, 이 능력은 실제 달리기 위한게 아니라 그만큼 달릴 수 있다는 믿음, 신뢰감을 주는 역할이다. 서울에 살면서 페라리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충분하고도 남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은 삶의 태도를 바꿔놓기도 한다. 산이 있으면 오르고 숲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불현듯 갖게 하는 것이다. 어떤 험로라도 다 내 발 아래에 놓고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점도 이 차를 사는 이유 중 하나임이 틀림 없다.

극단적으로 오프로드 성능이 우수한 차라고 해서 다른 부분을 양보 할 필요도 없다. 이 차는 최상의 오프로더인 동시에 최고의 편의사양을 갖춘 패밀리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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