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그래프는 2016년 4월 국내 출시된 신차를 평가했다. 기자들마다 차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 일치보다는 각자 나름의 시선으로 차를 평가했다.

 

4월에는 의외로 신차 출시가 주춤했다. 한국GM는 쉐보레 신형 말리부를 출시했다. 현대차는 아반떼 스포츠, 2017년형 쏘나타를 선보였고, 르노삼성차는 QM3 쇼콜라 브라운을 내놓았다. 기아차와 쌍용차는 신차를 출시하지 않았다.

수입차 브랜드도 신차 출시가 저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C클래스 쿠페를 출시했다. BMW는 엔트리 트림을 추가한 118d 조이, X1 xDrive 18d, 5시리즈 프로 에디션 등을 내놓았다. 아우디는 고성능 모델 RS7 플러스, 폭스바겐은 파사트 페이스리프트, 닛산은 알티마 페이스리프트 등을 선보였다. 이밖에 미니는 쿠퍼 컨버터블과 클럽맨 젠틀맨 에디션을 출시했다. 

모터그래프 기자들은 먼저 쉐보레 말리부, 현대차 아반떼 스포츠, 닛산 알티마 페이스리프트, 폭스바겐 파사트 페이스리프트 등을 이달의 차 후보로 선정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차는 쉐보레 말리부, 가장 아쉽다는 평가를 받은 차는 폭스바겐 파사트였다.

김한용, 김상영, 전승용 기자는 말리부를 최고의 차로 선정했고, 신승영, 김민범 기자는 아반떼 스포츠를 최고로 뽑았다. 그리고 5명 기자가 만장일치로 파사트가 가장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 쉐보레 말리부

김한용 : 어쩌면 우리는 갈라파고스에 살았다. 정치적 이유로 경쟁자를 배제한 독과점 시장으로 인해 그저 ‘쏘나타’가 곧 ‘중형차’라고 막연히 믿어왔던 것이다. 그래서 ‘쏘나타급’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자동차는 많았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수입 자동차에 열광했던 점이나 하릴 없이 많은 점유율을 내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말리부는 그런 이유에서 큰 의미가 있다. 르노삼성 SM6와 함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눈을 깨게 해준 자동차다. 단지 적당한 크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다양한 즐거움을 갖춰야 구매가치 높은 자동차라는 걸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전승용 : 실내외 스타일을 비롯해 들어간 사양도 꽤 좋아졌다. 1.5·2.0 터보로만 라인업을 짠 과감함도 신선하다. 미국 특유의 투박함과 실용주의는 현실과 타협을 본듯 차체 곳곳에 세심함과 스타일리시함이 더해졌다. 미국과 다른 젠3 변속기, 토글시프트, 딱딱한 2열 등받이 등 몇몇 아쉬움도 눈에 띄지만, 어쨌든 사전 계약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르노삼성 SM6와 함께 쏘나타·K5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산 중형세단 춘추전국시대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신승영 : 르노삼성 SM6에 이어 쉐보레 말리부도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양새다. 가격 및 재원표를 살펴보면, 현대기아차가 지배하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을 과감히 공략하고 나섰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이전 모델서 단점으로 꼽힌 실내 공간과 차제 중량 등을 강점으로 변모시켰다. 물론, 토글 시프트에 대한 불만과 젠3 변속기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본격적인 시승 후 새로운 단점도 하나 둘씩 드러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 말리부는 높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1.5·2.0 가솔린 터보 라인업에 올 여름 추가될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중형 세단 시장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김민범 : 일단 외관이 멋지다. 전면에 비해 뒷모습이 평범한 느낌이지만 날렵한 전체 실루엣이 이를 상쇄시킨다. 여기에 최고출력 250마력이 넘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첨단 사양을 모두 더한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르노삼성 SM6 1.6 풀옵션보다 1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중형 세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겐 '종합선물세트'다. 다만, 1.5 가솔린 터보를 사기엔 성능이 아쉽고 2.0 터보를 구매하기엔 연비가 아쉽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민이 될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르노삼성 1.6 TCe가 눈에 밟힐 수도 있다.

김상영 : 우리는 그동안 절대왕정에 강요당했다. 지금은 그야말로 중형차 시장에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 SM6가 선봉에 섰고, 말리부가 곧바로 바통을 넘겨 받았다. 신형 말리부는 한국 중형차의 새시대를 여는 주인공 답게 보수적이었던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전부 새롭게 바꿨다. 터보 엔진을 통해 세계적인 흐름에도 발 맞추고 있다. 이 정도의 상품성이라면, 그동안 잠잠했던 ‘쉐슬람’들이 다시금 일어날 때가 됐다. 

# 현대차 아반떼 스포츠

김한용 : 수개월 전 등장한 새 아반떼(AD)는 너무나 잘 만들어졌다. 이 정도의 기본기를 갖춘 차라면 조금 더 큰 엔진을 달아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탈때마다 매번 들었다. 모두의 생각이 비슷한지 현대차는 1.6리터 터보를 넣어줬는데, 깜짝쇼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도 넣었다. 램프류 디자인과 휠, 범퍼 등은 거의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변화다. 실제 주행 성능은 어떨지 몰라도 스펙상 성능은 거의 골프GTI와 맞서면서 가격은 절반이다. 이 정도면 현대차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다는 얘기다. 

전승용 : 그동안 아반떼에서 느꼈던 부족과 결핍의 빈틈을 모조리 채워 넣었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세부적인 디자인 구성을 비롯해 주간주행등과 크롬 라인의 변화는 감동스러울 지경이다. 여기에 전용 튜익스까지 추가할 수 있다. 실내도 붉은색 투톤 인테리어, 세미버킷시트와 패들시프트, D컷 스티어링휠 등으로 스포티함을 살렸다. 벨로스터 터보에도 사용됐던 1.6 터보+7단 DCT 조합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단단하게 바뀐 아반떼의 신형 플랫폼과 멀티링크 등은 달리는 맛도 향상시켰다. 월 500대로 잡은 현대차의 목표가 무척 겸손하게 느껴진다.

 

신승영 : 첫 차였던 아반떼XD 레이싱(2.0 VVT) 이후 오랜만에 갖고 놀고 싶은 '현대차'다. 아반떼AD 스포츠은 200마력 이상의 엔진 출력과 7단 DCT(패들 시프트 포함), 그리고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등 소비자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했다. 그 동안 많이 팔리는 차만 만들던 현대차의 변화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18인치 알로이 휠과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LED 리어 콤비램프 등 차별화된 디자인 사양도 매력적이다. 다양한 옵션 패키지가 운영되지만,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 컴포트 패키지면 충분하다. 오히려 주행성능과 무관한 일부 고급 편의 사양은 옵션 조정을 통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겠다. 

김민범 :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라인업 추가는 환영이다. 애초 아반떼 쿠페에 적용 됐어야 하는 사양들이 이제서야 나온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아반떼 스포츠의 2도어 모델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외관 변화는 과하지 않고 딱 적당한 느낌이며, 실내의 컬러 포인트도 나쁘지 않다. 또, 쏘나타와 K5 1.6 터보보다 높게 세팅된 엔진 성능도 매니아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스포티한 주행 감각이 아니더라도 준중형 세단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라면 아반떼 스포츠를 선택할 것 같다.

김상영 : 아반떼 스포츠는 한국의 ‘골프 GTI’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요즘 부쩍 고성능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현대차에게 아반떼는 좋은 교보재다. 고성능과 대중성에 대한 자료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하기도 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아반떼 AD는 고성능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 현대차가 당장의 판매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닛산 알티마 페이스리프트

김한용 : 많은 완성차 업체 상품 기획자들이 차를 만들때 ‘닛산 알티마’처럼 달리게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티마’라고 하면 다른건 몰라도 달리기 성능만큼은 정말 알아주는 자동차였다. 다른 업체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알티마의 외모가 성능만큼 우수하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어찌보면 좀 괴팍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가 많은 관계자들을 긴장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알티마의 새 얼굴을 보고 또 한번 한숨을 내쉬게 될지 혹은 그 반대일지 시장의 반응이 궁금하다.

전승용 : 캠리, 알티마, 어코드 등 일본 중형세당 3종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무조건 알티마다. 능숙하게 미끄러지는 주행감과 안락한 시트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실내 디자인에 큰 변화는 없지만, 소재의 고급성을 높이고 정숙성을 향상시키는 등 안락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다만, 개인적으로 외관의 V모션 그릴은 알티마와 잘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패밀리룩의 '나쁜 예'라 하겠다. 

 

신승영 : 수입 중형차의 3000만원 벽이 허물어졌다. 2990만원의 엔트리 모델은 내비게이션과 선루프만 빠졌을 뿐, 고급 편의 및 안전 사양이 대부분 포함됐다. 한국닛산은 스마트 모델(2990만원)을 미끼 상품으로 내걸고 한 단계 위 SL 모델(3290만원)을 더 많이 판매하려 하겠지만, 엔트리 모델이면 충분하다. 앞서 검증된 주행성능과 승차감 등을 고려한다면, 도요타 캠리·혼다 어코드 뿐만 아니라 국산 중형 세단도 긴장해야 할 수준이다. 다만,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가 나뉜다.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김상영 : 알티마의 상품성은 기대 이상이다. 개성이 뚜렷하고, 완성도도 높다. 더욱이 이젠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도 크게 좁혔다. 조금 ‘깡통’이 되더라도, 시작 가격을 낮추는 세일즈 전략은 ‘신의 한수’로 보인다. 그리고 2990만원의 엔트리 모델도 갖출건 다 갖췄다.

# 폭스바겐 파사트 페이스리프트

김한용 : 유럽형 파사트는 참으로 멋지다. 하지만 폭스바겐 코리아는 무슨 이유에선지 자꾸만 미국형을 내놓고 있다. 미국형이 더 크고 싸다는 점은 인정.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유럽 메이커에 원하는건 그런차가 아니다.

전승용 : 유럽용 신차를 기대했던 소비자에게는 너무나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유럽에서는 제작년 말부터 풀체인지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에는 이제야 겨우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았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미국 등을 위해 새롭게 만든 차로, 상품성을 대폭 개선했다'고 설명했지만, 이게 최선인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유럽형 신형 파사트가 더 매끈하게 잘 빠져 아쉽다.

 

신승영 : 새롭게 출시된 신형 파사트는 앞서 유럽에서 선보인 8세대 모델은 아니다. 기존 7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최근 디젤게이트를 의식한 듯 TDI 모델도 빠졌다. 7세대 미국형 파사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1.8 TSI 엔진 등은 패밀리세단으로 무난하다. 다만, 7세대(1.8 TSI) 오너로서 신차의 디자인 변화에 큰 감흥이 없다. 인상된 가격폭도 이해할 수 없다.

김민범 : 8세대 신형 파사트가 유럽에서 절찬리에 판매되는 상황에서 미국형 7세대 파사트의 페이스리프트를 산다는 것은 신형을 두고 헌차를 새로 사는 느낌일 것 같다. 디젤이 라인업이 빠졌다는 점도 의문이다. 동일한 배기량의 디젤 엔진이 여전히 CC와 골프 등에 탑재돼 판매되는데 파사트에는 왜 빠졌을까.

김상영 : 위 기자들이 틀린 말 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