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그래프는 5월 국내 출시된 신차를 평가했다. 같은 매체의 소속 기자지만 차를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르다. 각자 나름의 시선으로 차를 평가했다. 그럼에도 좋은 차와 그렇지 않은 차를 뽑는덴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았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및 레인지로버 스포츠 SDV6 하이브리드, 아우디 A6 및 A7 페이스리프트, Q3 페이스리프트, 푸조 308 1.6 등 지난달 국내 출시된 신차 중에서 가장 높게 평가된 차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였다. 그리고 평가가 좋지 않았던 신차는 아우디 Q3 페이스리프트였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활용성과 가격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점도 평가에 반영됐다. 반면, 아우디 Q3 페이스리프트는 현대차 투싼을 닮았다는 점과 경쟁 모델에 비해 작은 차체 등이 단점으로 평가됐다.

한편, 모터그래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5월 최고의 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현재 200여명이 참여했으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약 40%의 득표를 얻어 1위를 달리고 있다.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김한용 : 기계적인 면이나 세그멘트를 놓고 보면 이 차는 ’정통 디스커버리’라기보다는 소형 SUV ’프리랜더’의 후속이다. 그러고보면 고급 SUV인 레인지로버 이보크도 레인지로버라기 보다는 프리랜더의 고급형이나 마찬가지다. 이 꼬인 족보가 소비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면서 결국 지갑을 여는데 성공! 번뜩이는 디자인에 상급모델 이름을 붙이자 오히려 ’값이 싸다’면서 열광하고 있다. 사전 계약이 쏟아져 말 그대로 ‘없어서 못팔게 된’ 이 차들은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 볼때 가히 혁명적이다.

전승용 : 랜드로버가 더 젊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있다. 다소 투박했던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레인지로버스러운 디자인 요소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랜드로버의 변절(?)은 마니아에게는 실망이겠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김상영 : 좋은 차에 대한 기준은 다양하다. SUV는 실용성이 좋은 차를 판단하는 큰 기준이겠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해외에서는 7인승으로도 판매될만큼 넓다. 실내 공간이나 적재 공간은 상급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날렵한 디자인과 적당한 고급스러움, 랜드로버 특유의 험로주파 능력까지 두루 갖췄다. 하반기에 인제니움 엔진까지 탑재되면 더할나위 없겠다.

김민범 : 프리랜더2가 식상했는데 적절한 시기에 나온 신형이라 반갑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빼닮은 외관과 넓은 실내 공간은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디스커버리의 이름을 공유했지만, 특유의 마초적인 느낌이 사라진 건 아쉬운 대목.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디젤 하이브리드

김한용 : 하이브리드를 장착하면 둘 중 하나는 제대로 해야 한다. 연비가 좋아지거나 힘이 세지거나. 그러나 하이브리드를 장착하고도 연비가 오히려 낮아지는 차라니 좀 의외다. 힘도 그리 대단치 않아 4.4리터 모델과 비교해 그리 나은 점을 찾기 어려운데다 값이 더 비싸다는 단점까지. 나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없는건 물론이고 공연히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주던 긍정적 이미지만 파괴하는게 아닐까.

전승용 :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모터와 배터리를 연비가 아니라 출력을 위해 사용했다. 덕분에 3.0리터급 엔진으로 한 단계 높은 4.4리터급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발휘하지만, 연비는 기존 3.0 디젤 모델보다 떨어진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기존에 있던 4.4 디젤과 가격과 성능이 너무 겹친다. 

 

김상영 : 국내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적인 측면만 강조하는데, BMW나 랜드로버는 성능에 더 중점을 뒀다. 그래서 효율은 일반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성능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와 함께 큰 폭으로 상승한 가격도 눈여겨 봐야 한다.

# 아우디 A6 페이스리프트

김한용 : '얼굴을 바꿨다'더니 고맙게도 심장까지 바꿔놨다. 외관에선 램프와 그릴을 조금 손본 정도인데 지금 봐도 신차 같다. 실내 디자인도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앞선 느낌이다. 워낙 앞선 브랜드라 앞으로 몇년은 쌩쌩한 느낌이 들겠다. 화려함 속에서 우수한 성능까지 내는게 A6의 매력 포인트.

전승용 : 완성에 가까운 디자인을 수정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A6 페이스리프트 역시 디자인에 큰 변화는 없지만, 새롭게 적용된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인상적이다. 실내외 변화는 다소 아쉬운 수준이지만, 유로6를 만족시키도록 엔진을 개선하면서 성능도 높였다. 물론, 가격도 올랐다.

 

김상영 : 풀체인지도 그 변화가 미미한 시대에 A6 페이스리프트는 대대적인 변화를 거쳤다. 디자인이나 성능, 편의 장비 등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더이상 CVT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래서 엔트리 모델의 가치가 높아졌다.

# 아우디 A7 페이스리프트

김한용 : 루프를 쿠페 스타일로 만드는건 메르세데스-벤츠 CLS가 시작했지만 아우디 A7에서 완성된 느낌이다. 클레이 모형을 조각도로 빚어낸 듯, 날카로운 횟칼로 도려낸 듯 완벽한 느낌을 주는 루프는 다른 브랜드에서 찾기 힘들다. 다만 뒷좌석 머리공간은 포기하자. 이 정도 아름다움이라면 그 정도는 포기해도 되지 않나.

전승용 : A7이 국내 출시 이후 첫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변화의 정도는 A6 페이스리프트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A7의 유려한 지붕 라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김상영 : A7은 아우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종의 파생모델 중에서 A7만큼 인기있는 차도 드물다. 과감한 디자인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또 고성능 모델인 RS7은 R8 못지 않게 빠르다. 안전제한 속도가 무려 시속 305km에 달한다.

# 아우디 Q3 페이스리프트

김한용 : 아우디에겐 좀 미안하지만 현대차 투싼을 너무 닮았다. 모터쇼에는 아우디가 먼저 내놨을지 몰라도 시장에는 현대차 디자인이 먼저 깔렸다. 패스트팔로워(빠르게 쫓아가는 2인자)를 자처하는 현대차가 워낙 빨라 원조 메이커보다 오히려 먼저 상품화하는 일이 빈번하다. 당연히 Q3 쪽이 더 우수한 주행감각을 갖췄지만 디자인 프리미엄을 모두 떼고서도 이 차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전승용 : Q3는 아우디 SUV의 엔트리 모델이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3차원 입체 싱글프레임 그릴이 최초로 장착됐다. 현대차 투싼과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아우디 특유의 디자인 디테일은 Q3만의 독특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 외관 디자인 및 사양에 따라 '디자인 라인'과 '스포트 라인' 등 2가지 버전을 출시한 점도 인상적이다.

 

김상영 : 경쟁 모델에 비해 작은 것은 큰 약점이다. 하지만 Q3의 출시 시기는 매우 적절하다. BMW X1이나 메르세데스-벤츠 GLK클래스는 신선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푸조 308 1.6

김한용 : 자동화 수동변속기(MCP)는 장점도 있지만 국내 판매에 가장 어려운 걸림돌이던 것도 사실. 그동안 푸조는 이상한 고집으로 MCP만 만들어 왔다. 때문에 자동변속기를 얹은 첫번째 저배기량 차라는 점에서 308의 의미는 크다. 자동변속기라면 많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서스펜션, 실내, 실용성, 감성 면에서 모두 강점을 지녔던 자동차가 이제야 제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걸로 보인다.

전승용 : 푸조의 자존심인 MCP를 포기한 덕분에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아이신 6단변속기로 바꾸자 신형 308 특유의 탄탄한 주행 성능은 더욱 빛을 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폭스바겐 골프를 겨냥 할 만 하다.

 

김상영 : 308은 한달에 고작 30여대 팔리는 것으로 만족할 차가 아니다. 오히려 폭스바겐 골프보다 나은 점도 여럿 있는데, 유독 빛을 못 보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택할때, 브랜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308 1.6 역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차지만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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