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3보다 주행 페이스가 훨씬 빠를 것이니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사진=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두 달 만에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교육 프로그램 5단계 중 레벨4에 해당하는 '현대 N  어드밴스드'를 듣기 위해서다. 레벨 1~3을 통해 배운 드라이빙 스킬을 바탕으로 서킷 랩타임을 줄여나가는 것이 목표다.

레벨4부터는 별도 체험 코스 없이 오직 풀 서킷 주행만 반복된다. 레벨 1~3에는 젖은 노면, 킥 플레이트 코스, 고속주회로 등 독특한 테마를 가진 코스가 하나 이상은 마련됐는데, N 언드밴스드는 3.4km 풀 서킷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말 그대로 훈련인 셈이다.

어김없이 이론 교육부터 시작하는데, 차량 하중 이동에 관한 내용이 깊다. 핵심은 '캄 서클(Kamm's Circle)'이다. 간단히 말해 타이어는 상황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접지 한계가 있다는 뜻인데, 이를 넘어서는 순간 익숙한 현상인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 마음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지만, 그래픽을 활용한 인스트럭터의 쉬운 설명 덕분에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타이어 벤투스 RS4가 장착된 아반떼 N
한국타이어 벤투스 RS4가 장착된 아반떼 N

함께 달릴 차량은 레벨3와 같은 아반떼 N이다. 차이점이라면 타이어가 다른데, 본격 고성능 타이어인 한국타이어 벤투스 RS4를 신었다. 생소한 트레드 패턴에 눈길이 절로 간다. 노면과 닿는 면적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배수로를 대폭 줄였다. 덕분에 마른 노면에서는 일반적인 타이어와는 차원이 다른 접지력을 선사한다. 덕분에(?) 타이어 수명 척도인 트레드웨어도 200으로 무척 낮은 편이다.

가벼운 몸으로 출발했던 전과 달리, 레벨4부터는 헬멧을 착용한다. 사고 시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이 주 목적이지만, 약간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한다. 시트 조절을 마치면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N 어드밴스드는 몸풀기 코스도 짧다. 앞선 레벨에는 슬라럼과 급제동, 긴급 회피, 8자 주행 등 다양한 워밍업이 있었는데, 이젠 언밸런스 슬라럼과 브레이크 컨트롤 연습이 전부다. 사실 이마저도 사람이 아닌 자동차를 위한 준비 운동이다. 고성능 타이어가 제 성능을 내기 위해선 적정 온도까지 달궈져야 하는데, 이를 돕는 과정에 가깝다.

워밍업을 간단히 마친 후, 곧장 서킷으로 진입했다. 인스트럭터는 정찰랩을 돌아본 뒤 곧장 페이스를 올렸다. 체감상 레벨3에서 가장 빨랐던 주행보다 더 빠른 속도다. 앞서 교육받은 드라이빙 스킬들을 상기하며 선두 차량을 재빨리 쫓아갔다.

빠른 페이스에서는 무엇보다 트레일 브레이킹이 중요하다. 코너의 꼭짓점(CP)까지 브레이크를 물고 들어가는 제동 방법으로, 차량의 무게 중심을 활용해 타이어의 그립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때 사용한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한 다음에는 적절한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풀고 조향을 시도해야 하는데, 너무 빠르게 브레이크를 떼면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며 라인이 무너진다. 이는 곧 시간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차량의 무게 중심을 적극 활용하는 트레일 브레이킹을 꼭 사용해야 한다.

숨 가쁜 첫 세션이 지났다. 고작 한 시간 남짓 달렸을 뿐인데 벌써부터 피로감이 느껴진다. 이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로 수 시간을 달리는 프로 레이서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코스와 코스 사이에서 휴식을 취했던 기존과 달리, 레벨4는 피트로 복귀해 강의실에서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이때는 차량에 설치해 둔 액션캠으로 촬영한 본인의 운전 모습을 모니터로 감상하며 인스트럭터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사진=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사진=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다음으로는 동승 주행이다. 인스트럭터가 차량에 동승해 실시간 피드백을 전달하는 시간이다. 그 말인즉, 내 앞을 수호자처럼 지켜주던 선두 차량이 빠진다는 뜻이다. 텅 빈 서킷에 오르니 당황스럽다. 마치 레이싱 게임 속 가이드라인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선두 차량을 따를 때는 그저 앞 차와 간격만 신경 쓰며며 달렸는데, 이제는 스스로 레코드 라인을 찾아가야 한다.

확연히 페이스가 느려졌다. 어느 지점에서 어느 속도로 달려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그간 팔로우 주행에만 신경 썼던 나 자신에 대한 후회가 쏟아진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옆자리 인스트럭터의 피드백을 곱씹으며 점차 페이스를 높여가면 된다. 물론 한계치를 넘어가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과욕은 금물이다.

마지막 순서는 팔로우 주행이다. 내가 선두에 서는 건 동일하지만, 이번엔 인스트럭터 차량이 뒤에 붙어 피드백을 준다. 차량의 거동을 살피며 어느 지점에서 어떤 실수가 있는지 무전으로 상세히 알려준다. 이때는 실수가 잦았던 마지막 인코스 공략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동승보다는 팔로우 주행이 훨씬 더 효과적인 교육이라고 생각된다.

사진=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사진=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모든 교육이 끝났다. 레벨 1~3은 체험과 교육이 적절히 이루어졌다면, N 어드밴스드는 훈련 그 자체다. 교육 시간은 레벨3와 비슷한 250분이지만, 전반적인 페이스가 훨씬 높아 체력 소모도 크다. 서킷을 이해하고 한계점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4시간 남짓 시간에 이를 통달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상급 교육을 가지 않고 이를 반복해서 듣는 교육생도 많다고 한다.

다음은 대망의 N 마스터즈다. N 어드밴스드가 자신의 한계를 찾는 과정이라면, 레벨5 마스터즈는 모터스포츠 입문을 목표로 하는 이들을 위한 최상위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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