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19일 출시한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의 상품성이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의견이다. 한지붕 아래에 있는 두 종류의 소형 SUV가 서로 판매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

지난 3월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는 사전계약 4일 만에 1만대를 넘어서는 등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이는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져 지난 6월까지 누적 9533대를 기록하며 한국GM 전체 실적(1만8329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장 큰 인기 요인은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동급 모델보다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고도 2052만원이라는 낮은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한 등급 아래로 평가 받는 현대차 베뉴(2130만원)보다도 78만원 낮은 수준으로, 코나 1.6 터보(2537만원)와 비교하면 무려 485만원이나 저렴하다.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가 선전하자 이번에 나온 트레일블레이저의 입장이 다소 애매해졌다. 차체는 트랙스가 더 큰데, 성능과 사양은 트레일블레이저가 더 우수하다. 가격도 비싸다.  

트랙스의 전장과 휠베이스는 트레일블레이저보다 각각 100mm, 60mm 길다. 엔진은 트랙스 1.2 터보(139마력), 트레일블레이저 1.35 터보(156마력)로 차이를 줬지만, 출력 차이는 17마력에 그친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안전·편의 사양이 조금 더 좋지만, 트랙스와 상당수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사륜구동 시스템 정도가 트레일블레이저의 장점인데, 3000만원이 넘는 상위 트림에서만 210~240만원을 추가해야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트레일블레이저는 신형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210~352만원 올랐다. 모든 옵션을 더하면 3634만원까지 올라간다. 트랙스 풀옵션이 30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트레일블레이저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4452대로, 전년(7472대) 대비 40%가량 떨어진 상태다.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한국GM 로베르토 렘펠 사장은 '팀킬'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각각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비자층도 나뉜다"면서 "캠핑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면 트레일블레이저를, 다목적 소형 SUV를 원한다면 트랙스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한국GM 정정윤 최고마케팅책임자는 "두 차량은 역효과보다는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라며 "일부 소비자들은 트랙스를 보러 왔다가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실제로 트랙스 출시 후 실제로 트레일블레이저 판매가 늘어난 만큼, 차종간 잠식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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