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V40, 시속 210km로 달려보니…역시 든든해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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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16 10:31
[시승기] 볼보 V40, 시속 210km로 달려보니…역시 든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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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시속 210km다. 저 멀리 점처럼 보였던 자동차가 훽 소리를 내며 뒤로 멀어진다. 숫제 비행기를 타고 있는 듯 하다. 심장이 펌프질을 하고 기분마저 활발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꿋꿋한 주행감각은 '역시 볼보’라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과속을 무슨 자랑꺼리처럼 늘어놓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도 ‘과속'은 아니다. 시속 200km에서도 수시로 백밀러를 살펴야 하는 도로. 이곳은 속도 무제한의 독일 아우토반이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 아우토반을 달려 프랑스의 숙소까지 무려 550km를 달려야 했다. 멀고먼 '에비앙'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그저 샤워기를 틀때마다 고급 생수가 마구 쏟아져 나온다고 해서였다. 

부드럽고도 강인한 라인이 인상적인 볼보 V40

◆ 마지못해 타게 된 볼보 V40, 반전의 매력

애초 볼보를 염두에 둔건 아니었다. 경차급인 폭스바겐 업!(UP!)을 빌릴 생각이었는데, 후배 기자가 곧죽어도 자동변속기를 타야 한다고 고집하는 통에 돈을 더주고 이 차로 업그레이드 했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업!을 빌렸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주차된 차를 받으려는데 보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국서 보는 볼보는 조금 잘못된 구멍에 끼워진 퍼즐처럼 겉도는 느낌이었는데, 여기서 보는 V40은 너무나 잘 어울리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자잘한 선이 없이 물흐르는 듯 이어진 두툼한 라인이 너무나 예뻤다.

트렁크는 또 이상하리만치 넉넉했다. 대형 캐리어 가방을 두개 넣고 한참이 남는다. 고민에 따라 4개는 충분히 넣을 수 있겠다. 유럽선 주로 작은 차만 타다가 볼보를 타니 아주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외관부터 일단 좋은 기분으로 출발하니 모든 점이 좋아보인다. 서울에서 수없이 운전했던 차니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우토반에서 타고 달리는 느낌은 또 달랐다.

이 차는 한국에는 팔지 않는 V40 D3모델인데 4기통과도 다르고 6기통과도 다른 볼보 특유의 5기통 엔진 소리가 매력적이다. 출력은 148마력 정도지만 DCT변속기가 결합돼 있고 디젤 터보엔진 특성도 있어 출발하는 느낌은 200마력은 넘는듯 빠릿하다. 178마력짜리 D4도 있지만 그 정도까지 바랄 이유가 없겠다.

V40은 유럽 풍경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아우토반을 시속 200km 넘는 속도로 줄기차게 달려대는데도 연비는 15km/l를 넘는다. 국내 정식 출시는 안돼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D2모델 연비로 미뤄보건대 연비는 대략 17km/l 정도가 될걸로 보였다. 

초고속으로 주행하는 도로에서 안전을 위주로 여긴 회사의 차를 타는건 일종의 보험같이 여겨지기도 했다. 사고가 나기 직전 어떤 브랜드 차에 앉아있고 싶은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볼보에 앉아있고 싶은 심정도 든다. 

계기반에는 시속 214km라는 속도가 찍혀있고, 아이폰의 애플맵으로 내비게이션을 대신하고 있다. 본토에서도 내장 내비게이션 성능은 그저 그렇다. 

◆ 디자인, 성능, 안전장비까지...유별난 프리미엄 인정받는 볼보

우리나라는 자국차를 중저가 브랜드로 여기지만 독일인들은 유독 자국차들만 프리미엄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지간한 외제차들은 좀 무시당하는 분위기지만 볼보는 독일에서도  ‘프리미엄’의 반열에 올라있다. 

고급스런 실내외 질감이 매력적이고, 어느 부위를 떼놓고 봐도 단순하지만 고급스런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제품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젠 누구도 '볼보'라는 이름에서 사각형을 떠올리지 않겠지만 볼보 디자이너는 강박적으로 직선을 빼고 스타일리시한 곡선을 활용하고 있다. V40의 디자이너 사이먼 라마(Simon Lamarre)는 앞서 C30의 디자인도 맡았는데, 당시부터 지금까지 후면 디자인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볼보다운 정체성과 프리미엄카의 퀄리티를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다. 

그러고보니 볼보 V40의 해치는 C30과 무척 닮았다. 

경량화를 위해 초고장력강판과 알루미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납을 중시하는 자동차 구성임에도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 멀티링크 리어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다. 전면은 S60에 들어가는 서스펜션을, 후면에는 모노튜브 댐퍼를 이용하고 있어 운동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역시 본질을 중시하는 차다. 스티어링은 독일 자동차들과 비교하면 예리하다고까지 볼수는 없지만 부드럽고 고속에서 안정성이 우수하다. 

다만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어서 유럽차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간혹 뒷좌석 공간이 좁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으니 직접 앉아보는게 좋겠다.

볼보는 지금도 비행기 엔진과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물론 이젠 볼보에어로(Volvo Aero)라는 별도 회사다. 

◆ 볼보 V40의 가격은 터무니없다

볼보의 이상한 점은 가격이 너무나 싸다는 점이다.

기능만 놓고 봐도 놀랍다. 스포츠 주행모드에 걸맞게 변경되는 풀 LCD 계기반이나, 고성능 오디오 시스템 같은 감성적 기능은 물론이고, 여기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에 따라 핸들을 조금씩 돌려주는 등 각종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차안에 가득 채워져있다. 

무엇보다 V40은 엔트리모델이라 할 수 있지만 볼보답게 안전성능도 무척 강조돼 있다. 

보행자와 부딪치면 보닛이 올라오고 에어백이 앞유리에 펼쳐지는 보행자 에어백이 장착돼 있고, 보행자나 자동차를 들이받지 않고 정지하는 '시티세이프티'는 이제 시속 50km까지 커버한다. 

인간중심의 안전장치는 이 뿐 아니다. 좌우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하는 BLIS는 기존엔 카메라식이던것이 레이더식으로 바뀌어서 감지 능력이 향상됐고,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을 진동시키는 차선이탈경고 시스템도 장착됐다. 

스위스 고속도로에는 친환경 농산물로만 요리를 만드는 마르쉐(Marché) 휴게소가 있다. 태어나서 먹은 것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는 스테이크를 팔지만 물론 가격도 꽤 비싸다.

경쟁모델과 비교가 안되는 기능을 죄다 달고도 가장 비싼게 4690만원, 가장 저렴한 모델은 비록 옵션이 다르지만 3290만원이다. 아무래도 볼보는 국내서 너무 저평가 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분류를 핫해치로 해야 할지 왜건으로 해야 할지 고민된다

볼보는 그동안 V시리즈를 만들어오면서 왜건의 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러나 V40은 겉모양도 스포티하고, 실내 공간도 그리 크지 않아 단순히 왜건이라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볼보는 아마도 V40을 통해 왜건과 핫해치의 중간에 서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 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훌륭하게 성공했다. 왜건을 생각한 사람도, 핫해치를 생각한 소비자도 이 차는 반드시 살펴보고 나서 결정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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