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도심 제한속도 50km/h 문제 없나? 독일은 30km/h 논란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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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6 07:58
[이완 칼럼] 도심 제한속도 50km/h 문제 없나? 독일은 30km/h 논란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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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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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속도 5030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도시 내 일반 도로에서는 자동차 최고속도가 50km/h를 넘어서는 안 되며, 이면도로의 경우 시속 30km/h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일부 일반도로의 경우 도로 여건을 고려해 최고속도를 60km/h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 정책은 이미 2017년부터 부산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됐고, 그 외에도 인천, 청주, 대구 등에서도 부분적으로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불만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 왜 도입했나?

도시 안에서 최고속도를 50km/h 이하로 제한한 것은 교통사고를 줄이고 부상자 및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경찰이나 행정안전부 등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정책이고, 시범적으로 운영을 하면서 그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 전국으로 확대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서울 도로 / 사진=이완
서울 도로 / 사진=이완

유럽은 1960년대부터 스웨덴 등에서 시작됐고, 시내 최고속도 50km/h 제한으로 교통사고 숫자와 사망자 수가 줄었다는 많은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우리도 도시 내 주행 속도를 낮추기로 한 것입니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천 명대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기준으로 더 사고와 사망자의 수를 줄여야 합니다.

# 문제는 없나?

오랜 기간 시속 60~70km/h까지 시내에서 운전했던 까닭에 운전자들은 아직 10km/h 감속 운전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미국의 대도시처럼 편도 4차로 이상 넓은 도로가 많은 한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유럽처럼 바꾸는 게 적절하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또한 이전 속도 흐름에 맞춘 신호체계를 그대로 두고 단순하게 자동차의 주행 속도만 낮추는 게 적절한지 따지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녹색 신호를 받지 못하고 저속 주행에 따른 잦은 신호대기에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건데요. 합리적 비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복 10차로 이상의 도로, 그리고 보행자가 없는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는 제한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탄력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독일에서 과속으로 벌금 문 사연

이쯤에서 잠시 독일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과속을 했다며 2만 원짜리 벌금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자주 다니는 곳인데 제한속도보다 8km/h를 넘겨 시속 48km로 달렸다는 이유였습니다. 제한속도가 50km/h인 도로로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더군요. 다음날 단속된 곳을 다시 지나가게 됐는데 속도 제한 표지판이 ‘50’이 아닌 ‘40’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새롭게 생긴 제한속도 40km/h 구간 / 사진=이완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새롭게 생긴 제한속도 40km/h 구간 / 사진=이완

프랑크푸르트시는 제한속도가 40km/h인 곳이 부쩍 늘었습니다. 주로 자전거전용도로가 있는 곳입니다. 자전거와 자동차의 충돌 사고를 낮추고 부상이나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입니다. 이처럼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유럽이 방향을 틀고 있다 보니 도시 내 제한속도를 50km/h에서 시속 30km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 도심 제한속도 30km/h 왜?

정치인과 환경단체, 그리고 지자체장들까지, 다양한 곳에서 시속 30km를 최고속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낮추자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부상이나 아예 사고 자체 확률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코로나19 관련 소식에 온통 관심이 몰렸을 때 2019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교통사고로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작은 화제가 됐습니다. 자동차로 인해 사고를 당한 보행자는 80명이었지만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고, 이 소식이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인구 130만 명의 도시에서 110년 만의 나온 의미 있는 결과였죠.

노르웨이 오슬로 역시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6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는 곳입니다. 우리나라가 9.8명, 세계 평균이 18.2명이니까 어느 정도로 안전한지 알 수 있는데요. 이곳도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1명,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는 ‘0’명이었습니다. 노르웨이 전체로 봐도 15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고 사망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헬싱키 소식과 함께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이런 결과는 여러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유럽 교통안전위원회(ETSC)는 제한속도를 내린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헬싱키와 오슬로의 많은 도로가 제한속도를 30km/h로 낮췄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2019년 2월에 열린 80여 개 국의 교통 관료들이 참여한 도로 교통 관련 국제회의에서도 제한속도를 낮추자는 요구를 합의문에 포함하기도 하는 등, 분위기는 도시 내 제한속도를 더 낮추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환경적인 이유입니다. 베를린과 같은 큰 도시가 도로 곳곳을 시속 30km/h로 제한하고 싶어 하는 것도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이 30% 가까이 준다는 실험 결과 때문입니다. 타이어에서 나오는 분진, 또 급제동 시 발생하는 분진, 또 자동차가 지나갈 때 나오는 부유 먼지 등, 여러 부분이 개선된다는 게 그간의 많은 테스트 결과였습니다.

베를린 시내 중심부. 제한속도 30km/h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늘어서 있다 /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운전자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속 50km, 부분적으로 40km/h와 30km/h 구간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도시 전체를 30km/h로 낮추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베를린시는 ‘30존’을 늘리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같은 곳은 도시의 2/3 이상에서 최고속도를 30km/h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베를린시가 고려한 듯합니다.

그리고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가 이런 흐름에 동참 중입니다. 미국처럼 자동차 중심인 나라도 주와 도시에 따라 제한속도를 50km/h 이하로 제한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보행자와 자전거, 그리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시를 바꾸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환경 규제와 맞물려 힘을 얻고 있으며, 이는 어느 한 지역만의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제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죠.

# 거스르기 힘든 방향성, 제대로 준비했나?

도시의 자동차 제한속도를 50km/h로 낮추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움직임, 그리고 교통 안전성 향상이라는 두 개의 거스르기 힘든 요구에 의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이를 되돌리려면 이 명분을 뛰어넘을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는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안전운전 5030’이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운전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이 빨리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신호등과 자동차 사이의 정보를 주고받는 Car-to-X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많은 곳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 곳곳에서 자동차 제조사와 지자체가 함께 신호 체계를 자동차가 인식해 이에 맞게 주행하게 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다음 신호등이 언제 녹색불로 바뀌는지 계기반에 그 정보를 띄우면 운전자는 그에 맞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녹색 물결 (그린 웨이브)을 통해 주행 효율을 높이게 됩니다.

또 독일 일부 지역의 밤늦은 시간 횡단보도 신호등의 경우 보행자가 없으면 차로 중심으로 작동하는 곳이 있습니다. 센서에 사람이 감지되면 횡단보도 신호등은 그때서야 다시 일반적인 형태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녹색불은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되고, 차량의 흐름도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속을 하지 않아도 여유 있게 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호등과 자동차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 Car-to-X도 교통 환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아우디 

교통 시스템 개발과 개선만큼 중요한 것은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안전운전 5030’의 필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제대로 교육해야 하는 것입니다. 고속도로 1차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른 체 운전대를 잡게 하는 허술한 면허 취득 과정을 그대로 두고는 좋은 교통 정책이 자리 잡긴 힘듭니다. 물론 대국민 홍보에도 힘을 기울여야겠죠. 이런 것들이 동반되는 가운데 단속을 해야 운전자들도 납득합니다.

정리를 하죠. 아직은 제한속도를 낮춘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불만도 많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은 안전과 환경이라는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 요구입니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최고속도를 50km/h, 30km/h로 제한하는 것 정도는 이제 우리도 수용할 때가 된 것입니다.

다만 이처럼 중요한 교통 정책,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신호등) 시스템 개선, 또 면허 취득 교육 강화, 그리고 충분한 대국민 홍보 등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고 단속 중심으로 가서는 빠른 정착은 어렵고 갈등만 계속될 뿐입니다. 새로운 교통 정책은 이견과 갈등 속에서 자리 잡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를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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