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70, 한없이 예뻐보이는 이유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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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8 13:31
[시승기] 볼보 XC70, 한없이 예뻐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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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차가 빨리 달려야 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차가 안전해야 할 필요는 있다. 견고한 차체는 물론, 그 안에 충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시켜주는 첨단 시스템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또 사고가 나더라도 탑승객의 피해를 줄여주는 세심함이 더해지면 더 바랄 것도 없겠다.

 

사실 볼보는 안전을 얘기하지 않아도 좋은 점이 많다. 그렇지만 XC70은 안전에 대한 볼보의 병적인 집착이 낳은 산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 안전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이 차를 살펴본다.

시승한 모델은 XC70 D5로 2.4리터 5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됐고 최고출력 215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판매가격은 6080만원이다.

◆ 투박하지만 오히려 매력있다

예쁜 구석을 찾아보긴 힘들다. 화려함도 없다. 과거 볼보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기교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됐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은 화려해지고 있는데 볼보는 뚝심있다.

 

XC70은 볼보의 플래그십 모델인 S80에서 파생된 모델이다. V70은 왜건, XC70은 크로스오버로 분류된다. 볼보는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라고 설명한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거침없이 달릴 수 있고 장거리 주행에서도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모습은 S80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뒷모습은 볼보의 SUV와 닮았다. 디자인을 교묘하게 섞었다. 왜건과 SUV의 성격도 적절하게 조합했는데, 오프로드에서도 잘 달릴 수 있도록 차체는 높아졌다. 덕분에 휠하우스의 공간은 넉넉해 무거운 화물을 싣어도 무리가 없겠다. 

 

범퍼를 비롯한 차체 밑부분에는 SUV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가드가 장착됐다. 모래나 자갈 등으로 생길 수 있는 손상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이미지도 얻었다. 특히 앞범퍼와 뒷범퍼 밑부분은 꽤 역동적이다.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함이 아니다. 앞범퍼에는 부드러운 플라스틱 빔이 추가돼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도록 설계됐다. 볼보에 따르면 보행자가 차량에 부딪혔을 때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크로스 멤버(Cross Member)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범퍼가 낮은 차량과 정면 충돌했을 때 상대편의 차량의 피해까지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착한 성품까지 갖췄다고 하니 투박한 디자인이 에뻐보이기까지 한다. 볼보의 인간 중심의 설계는 예상보다 훨씬 섬세하다.

◆ 새로운 실내 디자인이 기대된다

볼보의 실내 디자인은 변화가 적다. 또 각기 라인업의 차별성도 떨어진다. 특히 원목 가구를 연상케하는 볼보 특유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전 모델에 똑같이 적용된다. 굳이 손 댈 필요가 없는 부분을 바꾸지 않는 것이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라지만 슬슬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도 됐다. 또 무늬가 살아있는 원목은 고급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을 높이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디자인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낮이 짧은 스웨덴은 조명이 발전했는데 볼보도 마찬가지다. 조명을 직접 비추기보다는 빛의 반사를 이용한다. 그래서 눈의 피로가 덜하고 LED 조명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목을 가공하는 기술이나 그 디자인, 조명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산물이다. 자신의 것을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귀를 활짝 열어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벤틀리의 수석 인테리어를 지내다 볼보로 둥지를 옮긴 로빈페이지(Robin Page)가 고집 센 볼보를 앞으로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된다.

 

실내의 가장 큰 변화는 V40부터 장착돼 온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LED 이루미네이션 기어’다.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시인성, 셈세함 어느 것 하나 아쉽지 않다. 취향에 따라 세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하고 도로의 제한속도를 표시하는 도로표지 정보 시스템도 확인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등받이 각도나 엉덩이 받침의 크기, 가죽 시트의 푹신함은 세단 못지 않은 안락함을 제공한다.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뒷좌석 2단 부스터 시트도 기본이다.

 

안전과 함께 화물적재는 이 차의 존재 이유다. 전동식 테일케이트가 열리면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트렁크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다양한 장비가 제공된다. 트렁크 옆면에는 고리가 부착된 판넬이 붙어있고 알루미늄 봉으로 구성된 칸막이, 트렁크 바닥 트레일 및 해치 등이 활용성을 더욱 높인다.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적재 공간은 더욱 늘어나고 앞좌석 동반석까지 평평하게 접을 수 있어서 길다란 짐도 문제없이 싣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뒷좌석 뒷면에 부착된 그물망. 뒷좌석을 접고 집을 싣을 때 그 짐이 앞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실내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당연히 안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볼보 특유의 세심한 배려다.

 

◆ 느긋한 파워트레인, 그럼에도 꽤 역동적인 핸들링

안전을 너무 강조해서일까 5기통 엔진이나 변속기의 반응은 느긋하다. S모드로 기어를 변경해도 마찬가지다. 반응 느긋하지만 힘은 부족하지 않다. 꾸준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5기통 특유의 음색과 함께 경쾌함도 느낄 수 있다.

 

할덱스 사륜구동 시스템은 엔진회전수, 쓰로틀, 브레이크, 속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전자제어시스템과 함께 능동적으로 토크를 분배한다. 험한 산을 오를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서 안정감을 높이기엔 충분하다.

이전 모델에 비해 낮아진 지상고와 비교적 낮은 무게 중심으로 인해 일반적인 SUV에 비해서는 꽤 역동적인 핸들링도 발휘한다. 와인딩이 어울리는 모델은 아니지만 단단한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 사륜구동 시스템 등을 통해 주행 완성도를 높이려 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은 불안정한 상황이 감지되면 엔진 출력을 감소시키거나 하나의 바퀴 또는 여러 개의 바퀴에 제동을 걸어 차체 자세를 바로 잡는다.

 

속도를 높이면 거센 공기저항이 느껴진다. 디자인이나 차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디젤 엔진이 장착됐음에도 복합연비가 11.1km/l에 머문 것은 아쉽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제동 성능. 볼보의 첨단 안전 기술은 시티세이프티, 큐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위급 상황에서도 바로 차를 세울 수 있는 제동 성능이다.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는 2톤에 가까운 XC70을 가볍게 세운다.

 

◆ “오른발은 거들 뿐”

볼보의 대표적인 첨단 안전장비인 시티세이프티와 큐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일상에서 매우 활용도가 높다. 세가지 첨단 기능의 원리는 비슷하다. 앞유리에 장착된 카메라와 라디에이터 그릴에 위치한 레이다 센서로 전방을 주시하고 장애물을 감지한다. 그리고 스스로 차를 완전히 멈추도록 하거나 속도를 줄인다.

사고가 예측될 때 먼저 경고등과 경고음으로 운전자를 집중하게 만들고 그래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차를 멈춘다. 운전자가 페달에 조금이라도 압력을 가하고 있거나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반응하지 않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첫번째 걸음으로 최고 속도만 지정하면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속도를 높이거나 줄인다. 일부 브랜드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가 완전히 정지하고 재출발하기 위해서 가속페달을 밟아줘야 하는데 볼보는 스티어링휠의 버튼만 누르면 된다. 오른발은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옆에서 끼어드는 차엔 대처가 다소 늦고 반응의 민감함을 조절하진 못한다. 그러니 맹신해서는 안된다.

 

굳이 여러 첨단 안전장비가 없어도 볼보는 꽤 안전하다. 뼈대가 튼튼하다. 앞쪽 프레임 구조는 대형 차량과의 고속 정면 충돌 사고를 감안해 제작됐다. 여러 종류의 강재로 구성돼 대형 충격 흡수대가 설치돼 충돌 에너지를 흡수한다. B필러와 C필러, 사이드 임팩트바 등은 초고장력 강판으로 제작돼 충격에서 차량 내부의 변형을 막는다. 또 차엔 구급함도 차에 비치됐는데 다양한 붕대와 가위, 각종 의료 기구가 들어있다.

 

너무 유행만 쫓다보면 정작 좋은 차의 본질을 놓칠 수도 있다. XC70은 실용성이나 안전성, 주행성능 등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헌신적이니 한없이 예뻐보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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