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드라이브 스루 “지프라 가능한 살 떨리는 음식 주문”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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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17 20:22
[시승기] 지프 드라이브 스루 “지프라 가능한 살 떨리는 음식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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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세단도 서킷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페라리만큼 희열을 주진 못한다. SUV가 오프로드를 달릴 땐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즐거움의 문제가 아니다. 가능과 불가능의 문제다. 큰 바위나 진흙, 모래밭 등이 앞을 막을 때, 이를 돌파하는 것은 SUV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유희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로포장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광역시의 도로포장률은 100%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오프로더들에겐 슬픈 현실이다. 그래도 지프를 비롯해, 오프로드를 사랑하는 몇몇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돌파 능력을 자랑할 수 있는 철제 구조물을 제작해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지난달 충청남도 태안군 몽산포 캠핑장에서 진행된 국내 최대 캠핑 페스티벌 ‘제 9회 고 아웃 캠프 2017’에서 지프코리아는 색다른 구조물 체험공간 ‘지프 드라이브 스루(Jeep Drive Thru)’를 운영했다. 장소가 협소했던 만큼, 철제 구조물은 간소화됐지만, 지프란 브랜드와 랭글러의 돌파력을 맛보긴 충분했다.

# 가장 짜릿한 드라이브 스루…랭글러 JK로 시소타기

지프가 스스로 마련한 행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간적인 제약이 있었다. 행사에 동원된 구조물은 27도로 기울여진 ‘사면로 코스’, 약 1m 높이에 설치된 ‘시소 코스’, 28도의 경사, 4m의 높이를 오르는 ‘언덕 코스’ 등 세가지 종류였다. 지프코리아는 간소하게 마련된 구조물로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세가지 구조물을 통과하면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 수령하는 ‘지프 드라이브 스루’를 준비했다. 지프로 구조물을 통과하지 못하는 자, 먹지도 말란 얘기였다.

사면로는 가장 기본적인 구간이지만, 언제나 낯설고, 가장 가슴 떨린다. 왼쪽 앞바퀴를 경사면에 올리고 천천히 전진했다. 이내 왼쪽 뒷바퀴가 하늘로 떴다. 마치 ‘웨이브’를 추듯 랭글러는 유연하게 몸을 비틀었다. 당장이라도 기울어질 것 같았지만, 랭글러는 침착하기만 했다. 네바퀴는 전부 다른 방향을 꺾였다. 마치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 같았다. 서스펜션은 쭉 늘어져 타이어가 땅바닥에 닿게 했다. 사면로의 중앙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를 위해 시소 코스로 향했다.

지프는 단순한 시소 코스를 스릴 넘치게 하기 위해,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 시소가 앞쪽으로 기울어질 때, 재빨리 후진으로 시소의 중심을 맞추라고 했다. 말은 쉬웠지만 누구도 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인스트럭터들도 단번에 성공하지 못했다. 거대한 랭글러를 밀리미터 단위로 아주 섬세하게 움직여야 했고, 시소의 움직임 변화를 느끼며 다시 후진해야 했다.

언덕 코스는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공포스럽다. 경사면에 양쪽 앞바퀴를 올리고 전진하면, 온통 하늘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떨어지기 직전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파란 하늘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언덕을 오를 때, 바퀴 정렬에 각별히 신경써야 했다. 사실 그것말고는 한게 없었다. 3.6리터 V6 펜타스타 엔진, 로우 기어가 만들어내는 묵직한 토크가 랭글러를 가뿐하게 언덕 정상에 올려놨다.

# ‘살림꾼’ 체로키…가장 다재다능한 지프

랭글러 JK 에디션으로 짧고 굵게 지프의 맛을 본 후, 체로키를 타고 태안과 홍성의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달렸다. 랭글러가 지프의 상징이라면, 체로키는 지프의 살림꾼이다. 레니게이드와 함께 지프의 수익 창출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우고 있는 모델이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만족시키고, 뛰어난 기동성, 실용성, 경제성 등을 갖춘 가장 다재다능한 지프다.

체로키는 지프 중에서 가장 튀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랭글러와 가장 닮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날카롭게 치솟은 LED 주간주행등은 지프의 선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차갑고, 사나웠다. 체로키의 실루엣 또한 여느 지프와 달랐다. 투박하지 않았고, 날렵하고 날씬했다.

실내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트렌디해 보였지만, 역시 지프답게 투박하고 남성적인 면모가 더 강했다. 가죽이 사용된 곳과 플라스틱이 사용된 부분의 질감 차이가 확연했고, 마감이 거친 부분도 많았다. 직관적인 구성과 큼지막한 버튼 등 사용 편의성은 뛰어났다. 다만 센터 디스플레이의 인터페이스나 ‘한국화’는 개선될 필요가 있었다.

체로키는 동급에서 유일하게 ‘로우 레인지 기어’를 갖춘 모델로, 지프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온로드 주행에서의 만족감도 높은 차다. 2.2리터 디젤 엔진의 출력은 충분했고, ZF의 설계도에 따라 FCA가 제작한 9단 자동변속기는 상황에 따라 변화폭이 컸다. 길게 뻗은 방조제를 달릴 땐, 차분하게 기어를 높이며 매끄럽고 효율적인 가속을 도왔다. 강력한 토크가 필요할 땐, 스스로 기어 단수를 두어단 낮췄고, 엔진회전수가 레드존에 가까워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FCA의 9단 변속기는 몇년 사이에 불안정한 모습을 크게 개선됐다.

체로키는 오토, 스노우, 스포츠, 샌드/머드 등 총 네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기본 주행모드로도 왠만한 오프로드는 쉽사리 통과할 수 있다. 체로키는 활동 범위가 넓고, 모든 곳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해야 하는 만큼, 여러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지프 고유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4WD 로우 레인지 기어를 사용할 수 있고, 일부 모델에는 리어 액슬 잠금 시스템까지 탑재됐다.

범용성을 감안하면 체로키는 지프에서 가장 훌륭한 모델이다. 또 지프란 배지를 떼어놓고 봐도, 매력이 충분하다. 오프로드, 레저만을 고려하지 않아도, 체로키를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실생활에 유용한 편의 및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고, 온로드에서의 만족도도 충분한 편이다.

다만, 체로키에 비해 오프로드 성능은 부족하지만, 이를 제외한 여러 부분에서 완성도가 높은 국산 및 수입 SUV가 무수히 많다. 체로키는 험난한 오프로드 만큼이나 드센 경쟁 모델을 헤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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