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신형 모델 3를 출시한 테슬라 판매량도 미미하다.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독일과 전기차 대표주자 테슬라가 위축되는 모습에 일부에서는 전기차 성장이 본격적으로 둔화되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 금융 및 투자 전문 미디어 배런스(Barron’s)는 "전기차 버블이 터지고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내놨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 역성장 시그널이라는 평가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 역성장 시그널이라는 평가다.

#전기차 강국 독일, 전기차 역성장 신호탄 쏘아 올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는 독일의 올해 1~11월 누적 전기차 판매 대수가 62만70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5% 감소한 수치다. 한국처럼 독일도 연말에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할 수 있는 하락 폭은 더 큰 편에 속한다.

애초 독일에서는 9~11월에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12월부터 소비자 선호 가격대인 4만~6만5000유로(약 5676~9230만원)대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독일의 11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9% 줄어든 6만3000여대에 불과했다. ACEA 역시 올해 독일 전기차 판매 대수가 전년보다 10%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참고로 독일은 작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32%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의 주요 시장이다. 독일의 전기차 판매 부진이 유럽 전체로 확산될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신모델 출시에도 힘 못 쓰는 테슬라

신형 테슬라 모델 3. 판매량이 예상 외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형 테슬라 모델 3. 판매량이 예상 외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올해 1~7월 누적 생산량은 54만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지만, 8~10월에는 정체되더니 11월에는 -18%를 기록했다.

문제는 모델 3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됐음에도 판매량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지난 9월 신형 모델 3 생산을 위해 설비를 변경한 후 10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늘기는커녕 감소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당장 사이버트럭 효과도 보기 힘들다. 새로운 생산공정과 배터리 도입으로 본격적인 양산은 2년 뒤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024년에 7만 8천대 수준 정도만 양산하며, 2025년이 되어서야 25만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분간 테슬라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보조금 확대 & 할인 효과 미미한 한국 전기차 시장

최대 600만원 할인 카드를 꺼낸 현대 아이오닉 5
최대 600만원 할인 카드를 꺼낸 현대 아이오닉 5

한국의 전기차 판매 감소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성장했지만, 9월에는 29.2% 하락해 1만4183대에 머물렀다. 수입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9월 17% 감소한데 이어 10월에는 51.4%나 떨어졌다. 

이미 환경부는 지난 9월25일부터 연말까지 5700만원 미만의 전기 승용차를 대상으로 국비 보조금 100만원을 확대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대상으로 최대 600만원을 할인했다. 기아는 EV6에 대해 420만원, 니로 EV에는 최대 700만원을 깎아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S를 대상으로 최대 4천만원까지 ‘통 큰’ 할인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신통치 않은 것이다.

#전기차 버블 터진다 vs 성장은 지속된다

한때 테슬라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지만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고있는 니콜라
한때 테슬라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지만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고있는 니콜라

배런스는 "전기차 버블이 터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 둔화, 고금리, 전기차 기술, 전기차 선호도 등에 대한 우려가 전기차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기차 기업의 시가총액 수치 변화를 통해 거품이 붕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니콜라, 피스커, 리비안, 루시드, 니오, 샤오펑, 폴스타, 카누, 로즈타운의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은 한때 4700억달러(약 619조원)에 달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590억달러(약 78조원)으로 87%나 감소했다.

현재는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결국 미래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비영리단체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이 적기는 62%에서 많게는 86%까지 차지할 전망이라 전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노르웨이 등의 전기차 판매량이 꾸준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또, 인도네시아, 인도, 뉴질랜드 등 인구수가 많은 국가에서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신차 판매의 65%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2021년 제시한 목표보다 5%포인트 더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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