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올란도·캡티바…우리가 몰랐던 쉐보레 SUV의 '매력 포인트'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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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9 21:29
트랙스·올란도·캡티바…우리가 몰랐던 쉐보레 SUV의 '매력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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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화려해지는 현대기아차의 SUV(RV)에 비해 쉐보레 SUV는 좀 투박해 보인다. 모델 변경 주기가 긴 탓도 있지만, 차체 강성과 주행 안정성 등 소위 말하는 '차의 기본기'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디자인과 첨단 기술 등 눈에 보이는 부분에 조금 소홀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지식할 정도로 일관된 정책에 답답함도 느껴지지만, 덕분에 쉐보레 SUV는 든든한 고정팬들을 확보했다. 단단한 차체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주행 능력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는 쉐보레에 대한 높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다.

실제로 쉐보레 SUV 라인업은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막내인 트랙스의 경우 월 1000대, 허리를 담당하는 올란도는 월 1500~2000대, 큰형인 캡티바는 월 500대 수준을 아직까지 이어가고 있다. 비록, 현대기아차에 비해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고 모델 변경도 느리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쉐보레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자라섬캠핑장에서 쉐보레 SUV 3총사와 함께 오토캠핑을 즐기며 이들의 매력 포인트를 간략하게 살펴봤다. 

# 트랙스, 달리기만큼은 지지 않는다

 

트랙스는 지난 2013년 2월 등장한 모델로, 국내 초소형 SUV 시장의 개척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출시 당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인식 및 연비 좋은 디젤 모델 부재 등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성능은 좋지만 실내 디자인과 소재 등이 저렴해 보인다는 평가가 늘면서 초소형 SUV 시장의 주도권을 후발 주자인 르노삼성 QM3와 쌍용차 티볼리, 기아차 니로 등에 넘겨줘야만 했다.

 

그러나 달리기 능력만은 동급 최고다. 파워트레인이 경쟁 모델에 비해 우수한데, 가솔린 모델의 경우 다운사이징 된 1.4리터급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0.4kg·m의 우수한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디젤 모델에는 오펠(Opel)이 개발을 주도한 1.6리터급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35마력, 최대토크는 32.8kg.m로,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차체 경량화뿐 아니라 내구성과 정숙성도 뛰어나다.

특히, 트랙스의 차체에는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이 66% 이상 사용돼 과격한 주행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강성이 우수한 데다가, 스티어링휠의 움직임과 차체 거동의 연결도 우수한 편이어서 급격한 와인딩 코너도 제법 날렵하게 빠져나간다. 또, 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하는 등 주행 안정성에도 신경을 썼다.  

 

외관 디자인도 가장 SUV답다. 소형차와 SUV를 크로스오버했다는 이질감보다는 캡티바를 그대로 축소한듯 단단함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외관은 굵직한 느낌으로 볼드 처리해 강인하면서도 민첩한 인상도 준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보닛, 바디라인으로 연결되는 매끈한 라인은 인상적이며, 헤드램프와 에어댐, 일체형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공기역학적 요소와 디테일을 동시에 살렸다.

# 올란도, 카렌스 제압한 만능 재주꾼

 

2000년대 초반은 국내 소형 미니밴 시장의 전성기였다. 1999년 출시된 기아차 카렌스와 2000년 출시된 대우차 레조는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싼타모(현대차)와 카스타(기아차)가 주도하고 있던 소형 미니밴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바꿔놨다. 실제로 2000년 국산차 베스트셀링카 TOP3를 살펴보면 카렌스(8만4089대)와 레조(6만6766대)가 사이좋게 EF쏘나타(10만5111대)에 이어 2·3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소형 미니밴 시장 최후의 승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뒤늦게 등장한 쉐보레 올란도가 차지했다. 2000년을 정점으로 이들의 판매량은 점점 줄었고, 레조는 2007년을 끝으로 단종됐다. 이후 3~4년 동안 숨고르기를 했던 한국GM은 2011년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며 올란도를 출시했고, 결국 카렌스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압하고 소형 미니밴 시장의 승자로 우뚝 섰다.

 

올란도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넓은 공간에서 나오는 실용성이다. 차체 크기만 해도 4665×1835×1635mm로, 카렌스(4525×1805×1610)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좌석뿐 아니라 트렁크 공간까지 여유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후면부 디자인까지 박스형으로 만들었다. 카렌스의 경우 3열 공간 및 트렁크 공간이 다소 아쉬운데 올란도는 제법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 또, 2·3열 풀플랫이 가능해 커다란 짐도 문제없이 실을 수 있다.  

또, 카렌스처럼 전형적인 밴 스타일이 아닌, SUV에 가까운 모습이어서 최근의 SUV 열풍에도 그리 큰 피해를 받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상고뿐 아니라 시트포지션까지 높아 운전하기가 편하고 험로 주행까지 가능하는 등 SUV 역할까지 톡톡히 감당하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은 2.0 LPi와 1.6 디젤 등 2가지가 장착됐으며, 모두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1.6 디젤의 경우 트랙스 디젤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엔진이다. 연비의 경우 2.0 LPi 8.0km/l, 1.6 디젤 13.5km/l로 카렌스(9.0km/l, 14.9km/l)보다 다소 떨어진다. 올란도의 차체 무게가 1645kg으로, 카렌스(1520~1535kg)보다 100kg 이상 무겁기 때문으로 보인다. 

# 캡티바, 묵직한 주행감 '든든하게 달린다'

 

캡티바는 쉐보레 SUV의 큰형님으로서 해야할 임무가 막중했다. 라인업 부족으로 투싼급 소형 SUV에서 싼타페급 중형 SUV까지 모두 커버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실패다. 투싼과 스포티지가 월 5000~6000대, 싼타페와 쏘렌토가 월 7000~8000대 팔릴 정도로 급성장한 국내 SUV 시장에서 캡티바는 고작 월 500대를 파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풀체인지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캡티바는 또 페이스리프트됐다. 2006년 출시 이후 2011년과 2013년, 그리고 올해까지 10년 동안 무려 3번이나 페이스리프트된 것이다. 물론, 주행 성능이 크게 개선돼 정통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더 매력적인 변화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까지도 공략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래도 단단한 차체에서 나오는 캡티바의 묵직한 주행 능력은 발군이다. 출시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흔히 말하는 기본기는 요즘 나오는 일부 신차보다도 우수해 보인다. 고장력 강판을 다량 사용한 차체는 기본적인 안정감을 준다. 커다란 차체에도 롤링이 최대한 억제되고, 서스펜션 최척화를 통해 차체의 움직임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전자식파워스티어링휠(EPS, MDPS)도 저렴한 칼럼(C) 타입이 아니라 고급인 랙(R)타입을 장착했다. 확실히 C타입에 비해 움직임이 정교해 저속이든 고속이든 불안하지 않았다.

주행 성능도 개선됐다. 오펠에서 수입한 유로6 2.0 디젤 엔진(170마력, 40.8kg·m)과 아이신사의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시켰는데,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한층 좋아졌다. 이전 엔진에 비해 출력이 7마력 좋아졌을 뿐이지만, 이 힘을 뽑아내는 변속기의 능력이 확 달라졌다. 1900kg이 넘는 커다란 덩치를 끌고 나가는 방식은 신기할 정도로 능숙하다. 한 번 탄력을 받으면 고속까지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는데, 속도를 줄인 후의 재가속 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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