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베스트셀링카 TOP3…현대기아차의 빈 틈을 뚫어라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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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6 09:59
21세기의 베스트셀링카 TOP3…현대기아차의 빈 틈을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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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발생한 IMF 사태는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기아자동차는 단숨에 무너지며 법정관리 끝에 현대자동차에 팔렸고, 쌍용자동차는 대우자동차에 피인수된 뒤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거쳐 인도 마힌드라로 이어지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쌍용자동차를 무리하게 인수했던 대우자동차 역시 얼마 버티지 못하고 GM(제너럴모터스)에 팔렸으며, SM5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던 삼성자동차도 IMF의 매서운 칼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르노에 매각됐다.

 

다소 어설펐지만, 나름 다양성이 존재했던 국산차 시장은 이때부터 현대차그룹의 독무대가 된다. 당시는 수입차 시장도 그리 크지 않던 상황. 현대차그룹은 쌍용차와 대우차, 삼성차가 고전하는 틈을 타 국내 시장 점유율을 80%대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의 경우 1998년 기아차 인수 후 점유율이 조금씩 줄었지만, 기아차가 크게 증가해 그룹 전체적으로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실제로 1999년 이후 작년까지 국내 베스트셀링카 1위는 모조리 현대차가 독차지했다(상용차 제외). 1998년 대우 마티즈가 1위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무려 '17년 연속 1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올해 역시 아반떼의 1위 등극이 유력한 만큼, 연속 기록은 18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쏘나타는 EF와 NF, YF, LF까지 이어지는 동안 12번이나 1위를 차지하며 '국민차'라는 명성을 이어갔다. EF쏘나타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NF쏘나타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YF쏘나타는 2010년, LF쏘나타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1위를 기록했다. 

 

아반떼 역시 2009년을 시작으로, 2011~2013년까지 3년 연속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모았다. 싼타페도 2004년 쏘나타가 EF에서 NF로 바뀌는 틈을 타 SUV로는 유일하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아차의 경우, 비록 현대차에 밀려 1위는 못했지만 카렌스와 모닝, 스포티지 등이 TOP3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04년 출시된 모닝은 2008년 경차 기준이 800cc에서 1000cc로 바뀌면서 마티즈(스파크)를 제치고 경차 1위에 올랐는데, 2009~2011년과 2013~2014년 베스트셀링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대우차의 경우 GM에 인수되기 전인 1998~2000년에는 현대차보다 더 많은 베스트셀링카를 배출했다. 1998년에는 마티즈가 8만8951대로 1위에 올랐으며, 1999년에도 마티즈(8만2688대)와 누비라(6만7565대)가 나란히 2·3위를 차지했다. 레조도 2000년에는 6만6766대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GM에 인수된 2001년 이후에는 단 한 번도 대우차는 TOP3에 들지 못했다.

 

삼성차는 SM5가 출시 첫해인 1998년 4만1593대로 단숨에 3위까지 올랐다. 특히, SM5는 2000년 르노에 인수된 이후에도 2002년 10만777대로 2위, 2003년 8만371대로 3위, 2006년 7만1920대로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후 판매량은 점차 감소했고, 작년에는 2만3866대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2007년 이후 베스트셀링카 TOP3는 모조리 현대기아차 차지였다. 그나마 스파크가 10위권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을 뿐, TOP3에 대우차(한국GM)와 쌍용차, 삼성차(르노삼성)를 찾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현대기아차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이를 위협하는 신차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신형 말리부와 SM6를 앞세워 쏘나타와 K5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중형세단 시장을 당당히 뚫어냈다. 쌍용차 역시 티볼리로 현대기아차가 소홀했던 초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이들의 판매량이 당장 TOP3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신형 말리부와 SM6는 이미 K5를 큰 차이로 눌렀으며, 일반 판매(LPG 모델 제외)만 고려하면 쏘나타까지 넘어섰다. 티볼리도 롱바디 모델 추가 후 월 판매량을 500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투싼·스포티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활약은 한국GM·쌍용차·르노삼성이 앞으로 내놓을 신차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구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010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 덕분에 한동안 재미 없었던(?) 국내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하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지만,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꽤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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