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쏘나타'의 거룩한 계보…렉서스 ES에서 마세라티 기블리까지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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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0 11:25
'강남 쏘나타'의 거룩한 계보…렉서스 ES에서 마세라티 기블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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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수입차에게 '강남 쏘나타'라 부르는 것은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이보다 영광스러운 호칭도 없을 듯하다. 부자 동네인 강남에서 '국민차'인 쏘나타만큼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높은 인기의 베스트셀링카라는 증거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대표 모델인 만큼, 언젠가 성공해서 꼭 타고 싶다는 욕구를 마구마구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빈부격차 및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듯한 표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강남 쏘나타'라 불리는 모델들이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수입차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렉서스 ES에서 마세라티 기블리까지 이어지는 강남 쏘나타의 계보를 간략하게 살펴봤다.

# 강남 쏘나타의 시작 '렉서스 ES'

강남 쏘나타의 계보는 렉서스 ES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IMF로 바닥을 친 수입차 시장은 2000년 도요타가 들어오면서 새롭게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모델은 누가 뭐래도 렉서스 ES다.

▲ 렉서스 ES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렉서스는 특유의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과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 능력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당시는 지금보다 더 수입차가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시절. 당연히 주머니가 넉넉한 사람들만 구입할 수밖에 없던 고가의 모델이었던 만큼 강남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1년 첫 출시된 ES300은 다음해 1885대가 팔리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다. 그 전까지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판매량이 500~600대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다. 무엇보다 1995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생긴 최초로 연 1000대를 넘긴 모델로 의미 있는 이름을 남겼다.

▲ 렉서스 ES 실내

ES는 계속 높은 판매량을 이어가며 2004~2006년까지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하며 '강남 쏘나타'란 칭호를 얻었다. 특히, 작년에도 5575대로 베스트셀링카 10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2879대로 9위에 올랐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강남에서 판매된 것은 아니지만, 당시 강남에서 쏘나타만큼 눈에 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것만은 분명하다.

# 강남 쏘나타의 전성기 'BMW 5시리즈·벤츠 E클래스·아우디 A6'

강남 쏘나타의 전성기는 BMW 5시리즈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아우디 A6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열었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베스트셀링카 1~3위를 싹쓸이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델로, 강남에서는 오히려 쏘나타보다도 자주 볼 수 있는 진정한 강남 쏘나타라 할 수 있겠다.

특히, 2010년 나온 BMW 520d는 디젤 세단 시대를 개척하며 높인 인기를 누렸다. 이전까지만 해도 BMW 판매량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이 역시 대부분은 디젤이 아니라 가솔린 모델이 차지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고급 세단에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520d는 놀랄 정도의 정숙성과 우수한 연비, 가솔린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판매량을 늘렸고, 결국 '강남 쏘나타'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 BMW 5시리즈

520d의 활약과 함께 고급 세단 시장에서 가솔린 모델보다 디젤 모델이 더 많이 팔리기 시작했고, 수입차 시장도 매년 30%가량 급성장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작년 수입차 판매량은 24만3900대로 늘었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도 11.9%에서 13.4%로 증가했다.

특히, 520d에서 시작된 디젤차의 인기는 경쟁 모델인 E클래스와 A6에도 날개를 달아주며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중형 세단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E클래스의 경우 최근 5시리즈를 누르고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A6 역시 여성 소비자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이어나갔다.

실제로 이들 3개 모델의 작년 판매량은 E클래스 1만9660대를 비롯해 5시리즈 1만8471대, A6 1만2949대 등 총 5만1080대로, 수입차 시장에서 무려 21%에 달하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 BMW 5시리즈 실내

렉서스 ES와 달리 이들이 누리고 있는 강남 쏘나타의 지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시장이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가, 국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독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까지 고려하면 이들의 아성을 깰 수 있는 신차가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 강남 쏘나타의 진화 '포르쉐 파나메라, 마세라티 기블리'

5시리즈와 E클래스, A6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그 이상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함께 늘었다. 남들 다 사는(?) 흔한 차가 아니라 조금 더 특별하고, 조금 더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 한마디로 벤틀리·롤스로이스까지는 못 가지만, BMW·벤츠·아우디보다는 비싼 차가 필요해진 것이다. 

▲ 포르쉐 파나메라

이 자리는 포르쉐와 마세라티가 차지했다. 강남 쏘나타라기보다는 '강남 그랜저'라 부르는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국내 그 어느 곳에서보다 강남에서 쉽게 눈에 띄는 만큼 강남 쏘나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볼 수도 있겠다.

▲ 포르쉐 파나메라 실내

사실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임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행보는 꽤 의외지만, 가격에 따른 브랜드 서열을 살펴봤을 때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포르쉐와 마세라티의 변절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BMW·벤츠·아우디보다 좋은 차'를 원하는 소비자와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했던 자동차 업체의 '윈-윈'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 마세라티 기블리

포르쉐 파나메라는 4도어 쿠페 스타일의 모델로, 강력한 주행성능뿐 아니라 고급스럽고 넉넉한 실내 공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인기를 모았다. 올해는 풀체인지를 앞두고 다소 주춤하기도 했지만, 작년에는 700대가량 팔리며 SUV 모델인 카이엔·마칸과 함께 포르쉐 전체 실적을 주도했을 정도다.

▲ 마세라티 기블리 실내

마세라티 기블리도 새로운 강남 쏘나타라 불릴만하다. 2013년 9월 국내에 출시된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엔트리 4도어 세단으로, 1억원 초반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마세라티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되며 인기를 모았다. 실제로 기블리의 작년 국내 판매량은 약 700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무려 70.1% 늘었다. 특히,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의 69%를 차지할 정도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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