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기아 스포티지 독일 테스트에서 꼴찌한 사연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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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9 13:53
[이완 칼럼] 기아 스포티지 독일 테스트에서 꼴찌한 사연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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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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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소개해드린 바 있지만 독일 자동차 전문지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면 역시 신차 비교테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경쟁 차를 모아놓고 비교하는 거야 어디든 하는 테스트이지만 독일은 항목별 (최대 100여 개)로 실시한 실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실험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은 수치에 따른 자료를 비교해 보며 자신과 맞는 차가 어떤 것인지를 좀 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2년 전부터 아우토빌트나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같은 대형 전문지에서 실시하는 이 비교테스트에서 현대나 기아차의 평가가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최고 수준의 무상보증 기간과 풍부한 사양이 기본 적용됨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점 등이 늘 현대와 기아의 평점을 높였지만 최근에는 주행성능에서도 일부 개선된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되던 제동력과 핸들링 부분도 매체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발전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기아 스포티지가 받아 들었습니다. 최근 유럽 최대 발행 부수(일주일에 80만 부)를 자랑하는 아우토빌트의 한 테스트에서였죠.

# 휴가철에 최적화된 자동차 안전성 테스트

아우토빌트는 휴가철을 맞아 가족을 태우고 짐을 가득 실었을 때 차량의 주행 안전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점검했습니다. 우선 운전자가 한 명만 탔을 때와 성인 두 명과 500kg 전후의 짐을 가득 실은 경우로 나눠 총 6가지 부분에 대한 평가를 했는데요. 짐칸 적재 능력, ISO 테스트, 제동력 테스트, 추월가속(80~120km/h) 테스트, 슬라롬 테스트, 안락함 평가 등이었습니다.

참고로 ISO 테스트는 일종의 회피능력을 살피는 것으로, 주행 중 차로에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옆차로로 재빨리 이동했다 다시 원래 주행차로로 돌아오는 속도를 측정한 것입니다. 또, 각 테스트는 수차례 반복해서 이뤄졌고 평균값으로 최종 점수를 매겼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차량은 총 14대로, 아우디 Q7를 비롯해 BMW 2시리즈 그란 투어러와 X1, 다치아 두스터, 포드 S맥스, 메르세데스 GLC, 닛산 캐시카이, 오펠 아스트라 ST, 르노 메간과 메간 GT, 폭스바겐 T6와 티구안과 투어란, 기아 스포티지 등이었습니다.

테스트에 동원된 14개 모델이 각기 성격이 다르고 성능과 가격 면에서도 다른 점들이 있긴 하지만, 휴가철 주행 안전성이 어느 수준인지 그 점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그리 문제 될 건 없어 보입니다.

# 기아 스포티지, 슬라롬·제동력·안락함 꼴찌

이번 테스트에서 아우토빌트는 ISO 테스트(회피능력)와 제동력, 그리고 슬라롬에 가장 많은 배점을 부여했고, 실제로도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이 가장 많았습니다. 스포티지의 경우 ISO 테스트에서는 공동 8위를 차지했지만 제동력과 슬라롬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요. 특히 해당 매체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스포티지의 제동력이었습니다.

보통 테스트에서는 운전자 한 명이 시속 100km에서 제동을 하지만, 이번에는 짐을 가득 싣고 시속 130km에서 브레이킹을 했을 때의 측정 결과도 반영했습니다. 이 항목에서 1위에 오른 오펠 아스트라 GT의 경우 짐이 없었을 때는 59.4m, 짐이 가득실렸을 때 제동거리는 62.1m로 2.7m의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스포티지의 경우 짐이 없는 경우는 59.9m로 1위를 차지한 아스트라 GT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짐을 가득 실었을 경우 75.1m나 더 달린 후 멈췄는데요. 아스트라와의 편차는 13m로 상당히 크게 밀린 결과를 보였습니다. 제동력 항목에서 스포티지 다음으로 나쁜 성적을 받은 폭스바겐의 승합차 T6도 68.2m로 70m를 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포티지 결과가 얼마나 나쁜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제동력 테스트의 경우 총 5번을 반복했는데,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반복할수록 밀렸고, 네 번째부터는 풀브레이킹을 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잡지에는 제동력 테스트 직후 스포티지 뒷바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나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는데요, 아오토빌트 측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큰 실망을 나타냈습니다. 짐이 가득 실린 상태에서의 슬라롬 성적, 그리고 안락함 등도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 아우토빌트, "스포티지, 창피한 결과다"

이번 테스트에서 종합 순위 1위(50점 만점)는 39점을 받은 오펠 아스트라 ST가 차지했습니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38점으로 2위에 올랐는데요. 동급 경쟁 모델임을 감안하면 25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스포티지의 성적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포드 S맥스(37점), 아우디 Q7(37점), BMW 2시리즈 GT(37점), 메르세데스 GLC(36점), 르노 메간 GT(36점), 폭스바겐 투어란(35점), BMW X1(34점), 폭스바겐 T6(32점), 르노 메간(30점), 다치아 두스터(28점), 닛산 캐시카이(27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우토빌트는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스포티지에 대해 '창피한 결과'라는, 잘 쓰지 않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독일의 그 어떤 자동차 매체보다 현대나 기아에 좋은 점수를 주는 곳임을 생각하면 정말 실망감이 컸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간 보여온 제동력 개선이 이런 극한 상황까지 고려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기아차가 아우토빌트 기사와 평가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 결과가 당연히 내부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회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이 결과가 임원들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시속 200km로 달릴 일도 없는 곳에서 250km/h 이상의 속도에서 차의 주행성능이나 안전성을 따지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번 제동력 테스트 역시 같은 논리로 반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극한 상황에서 안전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성능을 담보하지 못하는 차와 보증하는 차 중 어떤 차를 선택하겠냐며 소비자에게 묻는다면 그 답은 너무나 뻔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도로에서 극한 주행 상황에 처할 일이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동차는 그런 상황을 모두 계산하고 그것에 맞게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투자하고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신뢰받은 제조사'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빠른 개선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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