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티볼리 에어, 쌍용차를 이끌어갈 재목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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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25 10:35
[시승기] 쌍용차 티볼리 에어, 쌍용차를 이끌어갈 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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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티볼리를 만났다. 이름 뒤에 ‘에어’란 단어가 붙었다. 이와 함께 차체 뒷부분엔 고장력 강판으로 제작된 밀도 높은 뼈대가 돋았다. 휠베이스는 변화없이 차체 뒷부분만 늘렸지만 비율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티볼리가 해치백처럼 뒷부분을 싹둑 잘라버린 차란 느낌마저 들었다. 시각적인 부분에서 감점 요소가 적고, 실용성은 더 높아졌으니 일단은 합격이다.

 

# 디자인의 비밀

당연히 쌍용차도 비율에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휠베이스를 늘릴 여력은 없었다. 결국 핵심은 뒤를 얼마냐 늘리느냐가 관건이었다. 실용성을 무작정 차체를 늘리면 전체적인 비율이 깨질게 당연했다. 모험을 걸기엔 티볼리 에어에는 많은 것이 걸려있었다. 그래서 쌍용차는 유럽의 왜건을 많이 참고했다.

 

여러 왜건의 측면 비율을 연구했다. 총길이를 10으로 봤을때, 골프 바리안트의 오버행은 1.9, 휠베이스는 5.8, 리어행은 2.3의 비율로 나뉘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CLA 슈팅브레이크는 각각 2.0, 5.8, 2.2의 비율을 갖췄고, 아우디 A4 올로드 콰트로의 경우 1.9, 5.9, 2.2의 비율을 갖고 있다. 

 

쌍용차는 이런 분석을 통해 티볼리 에어의 이상적인 비율을 연구했다. 결국 티볼리 에어는 A4 올로드 콰트로와 동일한 비율을 갖게 됐다. 티볼리 에어의 비율과 티볼리의 비율은 또 별개다. 티볼리는 그 나름의 경쟁 모델과 유사한 비율을 갖추고 있다. 

 

결국 쌍용차가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그들이 티볼리 에어에 어떤 성격을 부여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물론,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차 스포티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모두 효율이나 경제성보다는 실용성이 부각된 모델이었다.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의 비율을 설명하면서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는 완전히 다른 장르의 차라고 말하고 있었다.

# SUV의 장점을 담았다

다른 장르의 차라고 말하지만 크기의 변화 외에는 달라진게 많지 않았다. 바뀐 앞뒤 범퍼와 C필러, 테일램프 등의 디자인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다듬어졌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 마저도 눈에 확 띄지 않았다.

 

사실 주목해야 될 부분은 겉이 아닌 안이었다. 차체가 길어지면서 넉넉하고, 활용성이 뛰어난 공간을 확보했다. 중형 SUV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공간이 생겼다. 특히 동급에서 흔치 않게 2열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앞뒤로 슬라이딩까지 되면 금상첨화겠지만, 등받이 각도 조절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생각됐다. 

 

트렁크 공간은 423리터에서 720리터로 확대됐다. 40:60으로 접히는 2열 시트를 모두 폴딩하면 최대 144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약간의 기울이기는 있지만 평평한 공간이 생겼다. 

 

단순하게 큰 공간만 마련된건 아니었다. 크고 작은 수납공간이 적재적소에 마련됐고, 화물 적재를 위한 러기지 보드 및 러기지 네트 등이 기본 적용됐다. 또 트렁크 벽면에는 다양한 활동을 위한 220V 단자도 마련됐다.

# 균형을 잃지 않았다

주행감각은 티볼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파워트레인도 동일하다. 차체가 조금 길어졌지만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티볼리 디젤과 동일한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사용하고 있지만 무게가 100kg 이상 늘어난 탓에 답답함이 생겼다. 또 엔진의 성능을 더 짜내기 때문에 디젤 특유의 소음이나 진동도 더 명확하게 느껴졌다. 일정 속도가 높아지면 A필러와 사이드 미러에서 세찬 바람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연비도 조금 손해를 봤다. 기존 티볼리 디젤의 연비는 15.3km/l이었으나, 티볼리 에어는 13.8km/l의 복합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티볼리 디젤에 비해 순발력도 부족해졌다. 늘어난 무게가 그대로 느껴졌다. 출발과 동시에 박차고 나간다기 보단 움크렸다가 속도를 높였다. 그래도 일단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면 30.6kg.m의 최대토크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밀고 나갔다. 

 

무게가 늘면서 나아진 부분도 있었다. 티볼리 디젤에 비해 승차감은 더 부드러웠다. 통통 튀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또 고속안정성도 나아졌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스티어’는 다소 인공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고속으로 달릴땐 충분히 묵직함을 전달해줬다.

아쉽게도 시승차는 전륜구동이었다. 티볼리 에어는 티볼리 디젤과 달리 사륜구동 시스템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선택하면 멀티링크 서스펜션도 함께 장착된다. 쌍용차의 사륜구동 시스템이 최신 장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박차고 나가는 순발력이나, 고속주행 안정성 등은 더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승코스는 여의도에서 올림픽대교를 거쳐, 곧바로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었다. 승차감이나 고속주행 안정성을 느끼긴 좋았으나, 핸들링이나 제동성능, 균형감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긴 부족했다.

# 아직은 큰게 좋은 것

‘큰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지금 시대엔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크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볼리 에어는 여러모로 분명 가치가 커졌다. 그러면서 티볼리 디젤과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그래서 문제다. 티볼리 에어가 티볼리가 처음 등장했을때 만큼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티볼리 에어란 신차를 통해 쌍용차의 전체적인 판매는 증가하겠지만, 기존 티볼리 디젤과 코란도C의 판매도 함께 오를 수 있을진 의문이다. 하지만, 새벽안개 같은 소형 SUV의 유행이 한풀 꺾이면 그땐 티볼리 에어가 티볼리를 넘어서 쌍용차를 지탱하는 기둥이 될 재목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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