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X1,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6.03.02 19:11
[시승기] BMW X1,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BMW는 전륜구동 소형차를 선보인 경쟁 브랜드를 대놓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런 BMW가 전륜구동 모델을 내놓겠단 결정을 내렸다. BMW 스스로 강조했던 정체성을 뒤엎는 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BMW는 브랜드 최초의 전륜구동 모델인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선보였다. 

그리고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의 기반이 됐던 UKL2 플랫폼을 통해 2세대 신형 X1이 탄생했다. 구동방식이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디자인부터 X1이 내세울 수 있는 여러 특징이 변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BMW의 철학은 그대로 담겼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BMW의 철학은 X1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완벽히 지배하고 있다.

# 동급에서 가장 경쾌한 X1

물론 BMW는 그동안 미니를 통해 누구보다 재밌는 전륜구동차를 만들었다. 미니도 구조만 다를 뿐 ‘뛰어난 조종성’이란 측면에서 BMW와 추구하는 바는 같았다. 미니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신형 X1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누구도 미니의 역동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신형 X1 또한 전륜구동을 사용한다고 해서 BMW 특유의 움직임이 사라질 것은 아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만난 신형 X1은 경쟁 모델을 압도할 정도로 수준 높은 주행 질감을 갖고 있었다. 

 

현대차 투싼 사륜구동 모델보다 가벼운 차체는 강성도 뛰어났다. 스티어링은 더할나위없이 명확했다. 엔진의 힘은 차고 넘쳤다. 경쾌하게 출발했고, 힘있게 속도를 붙였다. 작은 SUV로 서킷을 내달리는게 아무런 위화감을 주지 않았다. 

BMW가 최초로 내놓은 전륜구동 기반의 SUV지만 후륜구동 기반의 BMW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모두가 BMW에게 기대하는 탄탄한 기본기는 여전했다. 또 미니와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미니가 아닌 BMW의 감각이 짙게 깔렸다. BMW 스스로도 가속, 핸들링, 소리 등 여러 부분에서 기존 BMW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어쨌든 BMW

사실 SUV로 슬라럼을 하고, 서킷을 달리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중 이동이 온몸으로 전달되고, 타이어는 시종일관 울음을 터뜨린다. 답답한 재가속도 재미를 반감시키고, 유모차를 접지 않고 넣을 수 있는 거대한 화물적재 공간도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진다.

 

예외적인 SUV도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BMW X5와 X6다. 거대한 SUV지만 코너에서 롤링은 극도로 억제됐고, 막강한 힘으로 스포츠카가 줄 수 있는 역동성을 선사한다. 신형 X1은 디자인만 그들을 닮은게 아니라, 전반적인 주행감각도 비슷했다.

BMW는 언제나 경쟁 모델보다 가벼운 차체를 갖고 있으면서 엔진의 힘은 항상 우위를 선점했다. 신형 X1에 탑재된 2.0리터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은 190마력의 뛰어난 최고출력을 갖췄다. 상대적으로 크기도 크고 더 무겁고, 배기량도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GLC220d에 비해 최고출력이 20마력이나 높다.

 

서킷에서의 주행은 이런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줬다. 신형 X1은 상당히 날렵했다. 마치 해치백처럼 서킷을 달렸다. 갑작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다시 가속 상황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반응도 신속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직결감과 변속 후 힘을 이어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BMW에 주로 장착되는 독일 ZF의 8단 자동변속기가 아닌, 일본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지만, BMW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었다.

 

신형 X1의 구동방식이 바뀌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게 배분이다. BMW는 그동안 앞뒤 50:50이라는 철칙을 내세웠는데, 신형 X1은 앞이 더 무겁다. 적용되는 엔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앞뒤 60:40 수준으로 맞췄다. 그래서 서킷에서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면 유독 쏠리는 기분이 컸다. 다른 BMW에선 쉽게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스티어링은 명확했지만 속도를 붙이면 조금씩 궤도를 벗어나려 했다.

 

여전히 동급 모델 중에서 가장 뛰어난 핸들링 갖고 있긴 하지만 기존 BMW가 보여주던 날카로움이나 섬세함은 많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물론 이 차는 SUV지만 소비자들은 BMW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게 분명하다. 

 

달리기에 적합한 기본적인 구성 요소가 충실하고, 여기에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xDrive, 이와 연계된 다이내믹 스테빌리티 컨트롤(DSC) 등이 더해졌지만 결국 전륜구동의 성격을 완전히 숨길 순 없었다. 

# 전륜구동을 택해 얻게 된 것들

하지만 X1은 전륜구동 기반이 되면서 사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플랫폼 및 부품 공유를 통한 원가절감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 주어질 혜택도 더 커졌다.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레이아웃이 크게 변경됐다. 이는 옆모습의 디자인 변화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보닛의 길이가 눈에 띄게 줄면서 더욱 SUV답게 변했다. 

 

실내 공간은 더욱 확대됐다. 기존 X1은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고, 무게 중심을 위해 엔진을 차체 중앙으로 몰았다. 하지만 신형 X1은 SUV라는 활용성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엔진이 더 앞쪽으로 배치됐고, 운전석이 차체 중앙에 위치하게 됐다. 덕분에 모든 실내 공간이 더 활용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차체 크기도 커졌다. 길이는 4439mm로 15mm 짧아졌지만, 너비는 1821mm로 23mm 넓어졌고, 높이는 1598mm로 53mm 높아졌다. 휠베이스는 90mm 줄었지만 엔진 배치가 변경되면서 오히려 실내 공간이 더 늘었다는게 BMW의 설명이다. BMW에 따르면 뒷좌석 무릎공간은 37mm 늘었고, 트렁크 공간도 기존 420리터에서 505리터로 확대됐다.

 

실내 공간이 확대되면서 활용성이 높아진 것은 SUV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어찌보면 역동성, 주행성능에만 집중하던 BMW가 이제 더 친근하고, 대중적인 방향으로 시야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던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소형차 혹은 소형 SUV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가 됐다. 사실 BMW는 조금 늦은 편이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많은 것을 공유하며 소형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고, 아우디는 폭스바겐그룹의 무한한 소형차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비록 BMW의 출발이 늦긴 했지만, BMW는 누구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운 소형차에 잘 스며들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십년이 아닌 앞으로의 수십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 장점

1. 구동방식과 상관없이 역동성을 표출시키는 BMW의 능력.

2. SUV에 한층 다가선 디자인.

3. 활용성이 더욱 향상된 공간. 

* 단점

1. 여전히 엔진 소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 실내 소재는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3.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차별성이 적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