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QM3·티볼리 '초소형 SUV 삼국지'…최후의 승자는?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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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1 10:41
트랙스·QM3·티볼리 '초소형 SUV 삼국지'…최후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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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랙스는 가장 먼저 출시됐지만, 연비 좋은 '디젤 SUV'인 르노삼성 QM3에게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티볼리가 출시되면서는 QM3의 판매량을 또 가볍게 넘었다. 부진했던 트랙스 판매량도 전년 대비 30% 늘면서 알 수 없게 됐다. 초소형 SUV 시장은 그만큼 치열하다. 

 

앞으로의 초소형 SUV 시장은 '디젤' 대결로 흘러갈 전망이다. QM3에 자극을 받은 트랙스와 티볼리가 각각 4월과 6월에 디젤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 'SUV=디젤'이라는 등식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현대기아차가 이 시장에 언제 진출하느냐다. 현재 현대차는 ix25를, 기아차는 KX3를 해외에 공개하고 판매에 나선 상황이다. 장차 현대기아차가 ix25와 KX3를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시장 판도가 급격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시장이 크게 늘지는 않았는데,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다보니 한대가 팔리면 다른 브랜드 한대가 줄어드는 식이다. 우리나라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흡사 땅따먹기를 하는 것 같다. 때문에 초소형 SUV의 판매 흐름을 되짚어봤다. 

◆ 쉐보레 트랙스의 탄생…초소형 SUV 시장의 서막

▲ 쉐보레 트랙스

한국GM은 2013년 2월 트랙스를 출시하고 초소형 SUV 시장에 진출했다. 트랙스는 소형차 아베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로, 다부진 차체에 1.4리터급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140마력, 20.4kg·m)을 탑재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너무 앞서갔다는 분위기였다. 우선 트랙스의 가격은 1940~2289만원으로, 출시 전 일선 대리점과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진 가격(1700~2000만원)보다 240~289만원가량 높았다.

한국GM 측은 "출시 전 트랙스 가격에 대해 회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왜 그런 가격대로 보도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쉐보레 트랙스 실내

당시는 초소형 SUV에 대한 인식이 이뤄지기 전인데다 디젤 모델도 나오지 않아서 '이 차급이 SUV 맞냐'며 돌아서는 소비자도 많았다.

하지만 트랙스는 초소형SUV 시장을 열어놓은 자동차라는 점에서 가치를 높이 살만 하다. 뒤늦게 가치가 알려져 판매량이 늘어나는 점도 고무적이다. 

◆ 르노삼성 QM3의 진출…물 건너온 이중국적 차 

▲ 르노삼성 QM3

르노가 2013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초소형 SUV 캡처는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르노삼성이 하반기에 캡처를 QM3란 이름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QM3의 데뷔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트랙스가 채워주지 못했던 '디젤 갈증'을 단숨에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가격은 트랙스보다 200~300만원 비싸지만, 효율 좋은 디젤 엔진(90마력, 22.5kg·m)과 독일 게트락이 개발한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조합돼 리터당 18.5km에 달하는 우수한 연비를 갖췄다.

전량 수입한다는 이유로 '수입차'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판매를 촉진시켰다.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수입차라는 점이 젊은 소비자들을 오히려 자극 시켰다.

▲ 르노삼성 QM3 실내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QM3는 없어서 못 파는 차였다. 2013년 출시 당시 12월 한정 물량인 1000대가 단 7분 만에 모두 판매됐으며, 이후에도 스페인 공장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족족 모두 팔렸다. 지금도 대기 물량이 적지 않다. 

◆ 쌍용차 티볼리의 태동…성공적인 언론 플레이와 라인업 공세

▲ 쌍용차 티볼리

작년 4월 열린 '2014 베이징모터쇼'에서 쌍용차 이유일 대표의 폭탄 발언은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내년 1월 새롭게 개발한 초소형 SUV(프로젝트명 X100)를 경쟁 모델인 트랙스와 QM3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다는 것.

이후 쌍용차는 X100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공개해 소비자들의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새롭게 개발한 1.6 엔진을 탑재하며, 가솔린·디젤 모델, 수동·자동변속기 모델, 전륜·사륜구동 모델, 일반·롱휠베이스 모델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 쌍용차 티볼리 실내

또, 작년 11월 X100의 이름은 티볼리 확정한 후에도 실내외 렌더링 이미지, 안전·편의 사양, 성능, 연비, 가격 등을 하나둘씩 공개하며 티볼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어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 대결 구도 완성…싸움보다는 몸집 불리기

티볼리의 가세로 '트랙스-QM3-티볼리'의 3자 대결 구도가 완성됐다. 아직 시작 단계고,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각 업체들은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시장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초소형 SUV 시장은 지난달 아반떼급 준중형 세단 판매량까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은 새롭게 출시된 티볼리로, 지난달 13일 출시 이후 18일 만에 2312대가 팔렸다. 이는 같은 가솔린 모델인 트랙스(713대)보다 3배나 많은 것이며, 디젤 모델인 QM3(1642대)보다도 41% 높은 수치다. 특히, 트랙스 첫 달 판매량(1262대)과 비교해도 2배가량 많은 것으로, 한 달 동안 무려 7000여대의 사전계약이 진행되는 등 트랙스보다 훨씬 강력한 신차 효과를 누렸다.

가장 저조한 모델은 트랙스다. 판매량은 2013년 8064대에서 작년 1만368대로 28.6% 늘었지만, QM3(1만8191대)의 57% 수준에 불과했다. 또, 지난달 판매량도 713대로 가장 적었다. 

QM3는 들쭉날쭉하다. 스페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일정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덕분에 작년 QM3의 월별 판매량은 16대에서 3971대까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총 판매량은 1만8191대로, 월평균 1516대 수준이었다. 

◆ 결국은 디젤 싸움…가격 인상은 위험 요소

초소형 SUV 시장은 결국 디젤 싸움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한국GM은 4월 트랙스 디젤을, 쌍용차는 6월 티볼리 디젤을 출시한다는 계획인데, SUV 특성상 아무래도 디젤 모델이 출시되면 가솔린 모델의 판매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 트랙스 디젤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진 오펠 1.6 디젤 엔진

트랙스 디젤에는 형제차인 오펠 모카에 탑재된 1.6리터급 디젤 엔진(136마력, 32.6kg·m)이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QM3(90마력, 22.4kg·m)와 비교해 출력과 토크가 각각 51%, 46%가량 우수한 것이다. 또, 가솔린 모델(젠Ⅱ)과 달리 새롭게 개발한 젠Ⅲ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복합 연비는 약 17.0km/l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티볼리 디젤에는 쌍용차가 새롭게 개발한 1.6리터급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하며, 연비는 복합 16.5~17.5km/l 수준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디젤 엔진을 장착하면 약 150만원가량 오르는데, 이럴 경우 한 단계 윗급인 현대차 투싼(2250~2600만원, 2WD)과도 별 차이 없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현대기아차의 가세…ix25·KX3 출시가 변수

▲ 현대차 ix25

트랙스와 QM3, 티볼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초소형 SUV 시장. 현대기아차는 내년쯤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ix25와 KX3를 판매하고 있어 언제든 국내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신형 투싼과 스포티지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B세그먼트 SUV 일정을 내년 이후로 미뤘다고 주장했다. 대신, 시장이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 새롭게 개발한 저배기량 디젤 엔진과 효율 좋은 DCT 등 상품성을 항상시켜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기아차 KX3

대항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신형 투싼과 스포티지에 1.7 디젤 엔진과 7단 DCT를 탑재해 방어에 나선다. 배기량은 낮아진 반면, 성능과 연비가 모두 향상돼 트랙스와 QM3, 티볼리의 공세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트랙스와 티볼리에 디젤 엔진이 장착되면 가격대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한 단계 윗급인 투싼과 스포티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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