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최고의 희열', BMW M3…영원히 그 자리에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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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9 01:18
[시승기] '최고의 희열', BMW M3…영원히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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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BMW가 얼마나 대단한 차를 만든건지 모르겠다. 출시된지 6년 지났고 곧 세대 교체 모델이 나올 판인데  M3(E92)는 여러 차 중 최고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손에 가장 많은 땀을 쥐게 했다.

M3는 각 세대별 특징이 뚜렷해 신 모델이 나오더라도 여전히 이전 세대의 향수가 깊어지고 결국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내고 마는 점도 특징이다.

▲ 가장 기대감이 낮았지만 타고 난 후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M3.

특히 지난 16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시승한 4세대 M3는 M3 역사상 마지막 V8 자연흡기 엔진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모델이기에 그 존재가 더욱 특별했다.

◆ E92 M3, 꼭 한번은 타봐야할 차

전세계적인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스포츠카도 변하기 시작했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던 슈퍼카 브랜드마저 터보차저를 사용해 배기량을 낮추고 있는 것.

BMW는 언제나 성능과 친환경을 동시에 강조했다. 다양한 터보차저 시스템을 적용하면서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즉 친환경 기술 도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 M3는 퓨어 스포츠카에 가깝다. 작고 가볍고, 내가 곧 M3고 M3가 곧 나다.

신형 M3, 혹은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M4로 출시 될 신차에는 M의 상징이던 V8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하지 않는다. 대신 직렬 6기통 엔진과 터보차저가 장착된다. 수많은 마니아들은 V8 특유의 사운드와 자연흡기의 즉각적인 반응이 사라지는게 아니냐며 벌써 안타까워한다. BMW 측은 새 엔진의 성능이 더 높아졌고 최신 터보차저 기술로 인해 반응도 자연흡기 엔진이 이상이라고 설명하지만 마니아들은 신차 출시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E92 M3를 찾고 있다.

◆ 다양한 M을 타다

BMW코리아 준비한 M 트랙데이에서는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M카가 출동했다. 시간 관계상 전부 타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BMW 최근 내놓은 M5, M6 그란 쿠페를 타볼 수 있어서 운이 좋은 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M3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없었다. 이미 시승도 해봤고 표면적인 성능도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M이 모였다. 수동변속기 모델인 1시리즈 M 쿠페 빼고.

하지만 인제스피디움에서 번걸아 가며 타보니 각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고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M3를 추앙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M5는 폭발적이지만 5시리즈 흔적이 너무 진하다. M 특유의 느낌보다는 빠르고 스포티한 5시리즈라는 느낌이다. 또 엔진 성능은 강력하지만 서스펜션이나 하체는 무른 편. 당연히 서킷 주행이 쉬운 편은 아니고 차체는 천근만근으로 느껴진다.

▲ M5. 5시리즈의 잔상이 너무 짙다.

M6 그란 쿠페는 가장 기대가 컸던 모델. 가장 최신 모델이자 화려한 실내외 디자인과 M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까지 갖췄다. 하지만 역시 무겁다. 그래서 서킷에서는, 특히 오르막과 내리막, 까다로운 코너가 반복되는 인제스피디움에서는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그래도 가속은 슈퍼카 못지 않게 폭발적이었고 M카 중에서 유일하게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장착돼 브레이크 하나 만큼은 기가 막힌다.

▲ 긴 차체를 감안하면 서킷에서 매우 잘 달려준 편이다.

◆ 험난한 서킷도 M3의 놀이터

고저차가 심하고 까다로운 코너의 연속인 인제스피디움에서 M3는 무척이나 날랬다. 가볍고 작은 차체는 경쾌하기만 했다. 낮은 속도에서도 핸들링이나 엔진의 반응은 예민했다. 어떻게 보면 까다롭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했다.

속도를 높이면 운전석 바로 앞까지 깊숙하게 자리한 자연흡기 엔진의 날카로운 소리가 온몸을 자극한다. 인위적인 배기음의 긴장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빠진 호흡을 겨우 가다듬을만 하면 차체가 들썩일 정도의 강력한 변속충격이 이어지고 회전계의 바늘은 또 다시 레드존으로 향했다.

▲ 저마다 취향은 있겠지만 결론은 M3다.

스티어링의 반응이 다소 신경질적이라 휠을 조금만 돌려도 차는 방향을 휙휙 바꿨다. 코너를 탈출하면서 급한 마음에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420마력의 강력한 힘이 뒷바퀴만에 전달돼 차체가 미끄러진다.

차가 미끄러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드리프트를 위한 라인이 아닌 그립주행을 위한 라인을 달리다 욕심을 낸 탓이다.

근데 신기하게도 차는 약간의 겁을 주는 정도로만, 딱 거기까지만 미끄러진다. 점차 미끄러짐이 익숙해지고 속도도 자연스레 높아지니 미끄러지는 거리나 각도도 더 심해졌다. 말은 안해도 M3가 내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다. 내 운전실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우린 좋은 파트너가 되고 있었다.

▲ 어서 빨리 신형 M4가 출시되길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M3의 중고차 가격이 더 내려갈테니.

얼마든지 차를 코너에서 미끄러뜨릴 수도 있지만 그립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단단한 하체와 서스펜션은 코너에서도 차체의 균형을 유지시키고 바닥에 딱 달라붙게 한다. 기어를 낮추고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코너에 진입하고 재빠른 방향 전환과 함께 가속페달을 밟으면 총알처럼 탈출구로 튀어나간다. 연속되는 시케인 코너에서도 한계점이 높아 감속을 최소화하면서 통과할 수 있다.

▲ M카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하지 않겠다. 단연, M3다.

분명 M3 보다 빠른 차는 많다. 하지만 이 정도의 긴박감과 역동을 발산하는 차는 그리 많지 않다. 차는 자꾸만 커지고 엔진은 자꾸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제 M3, M4도 곧 신모델로 등장하겠지만 역시 너무 부드럽고 화려해 보인다. BMW E92 M3야 말로 수십년이 흘러도 최고의 긴장감과 희열을 주는 차로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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