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코리아가 신형 크라운을 들여왔다. 69년간 16세대에 걸쳐 진화해온 모델로, 일본 현지에서는 오랜 기간동안 '성공의 상징'이자 고급차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왔던 자동차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현대차 그랜저 같은 차고, 많은 이들이 이 차를 그랜저에 비유한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직접 만나본 크라운은 굳이 그랜저와 비교하지 않아도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뛰어난 연비는 기본, 여기에 운전의 재미까지 논할 수 있는 모델이다. 세단과 SUV의 강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특유의 다재다능함도 동급 세그먼트에서는 보기 드문 강점이다. 

#'기대했던 그대로' 2.5 하이브리드

먼저 올라탄 차는 2.5 하이브리드다. 2.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e-CVT를 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239마력, 복합연비 17.2km/l를 낸다. 크로스오버답게 사륜구동계를 탑재하고, 커다랑 21인치 휠을 적용했음에도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15.7km/l)보다 연비가 10%가량 더 좋다. 참고로 그랜저는 앞바퀴만 굴리고, 가장 큰 휠도 20인치로 더 작고 가볍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탔을 때 부터 가장 먼저 느낀건 편안함이다. 서스펜션이 기본적으로 컴포트한 성향인데 정숙성도 뛰어나다. 가끔씩 들여오는 앳킨슨 사이클 엔진 특유의 껄끄러운 소리도 일정 정도 억제되어있다. 절대적인 수치를 비교해볼 순 없겠지만 렉서스 못지 않게 조용하고 편안하다. 

출력에 있어 아쉬운 점도 없다. 이만한 덩치를 끌고 나아가는 데 239마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굽이진 산길을 벗어나면서도,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속도를 올려도 별 다른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다. 다른 토요타의 모델들이 늘 그래왔듯 편안하고 여유로우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부족함 없이 달려줄 수 있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2.5 하이브리드에서 단연 인상적인건 연비다. 강원도 정선에서 강릉을 오가는 구간 동안 트립 컴퓨터는 16.8km/l를 가리켰다. 날씨가 무더워서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고, 성인 남성 네 명이 탑승하는 등 연비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조건에서 나온 결과다. 

#'반전매력 가득' 2.4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2.4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터보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해 348마력을 낸다. 2.5와 마찬가지로 사륜구동이며, 타이어도 2.5와 동일한 21인치 브리지스톤 투란자다. 에코, 노멀, 스포츠S, 스포츠S+, 커스텀 등 5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하고 리어 액슬에 자리잡은 전기모터가 수냉식으로 냉각된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앞서 2.5를 경험하고 와서일까. 체감되는 성능 차이가 상당하다. 본연의 부드러운 주행 감각은 그대로인데, 바늘이 속도계를 치고 올라가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조금만 세게 밟아 출발하면 앞바퀴가 헛돌며 튀어나갈 정도다. 하이브리드에서, 특히나 토요타에서 이런 느낌을 받아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반전은 핸들링에서 나온다. 대관령 옛길을 넘어가는 와인딩 로드를 달려나가는 상황에서 제법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컴포트 성향의 타이어다보니 반복되는 핸들링에 타이어가 연신 비명을 지르지만, 그립을 잃는 상황은 없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할 것 같은 상황에도 강력한 출력이 차체를 강제로 밀어내며 코너를 빠져나간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2.4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에만 적용된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놀랍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컴포트한 성격인 데다 차고가 높은 크로스오버인데, 차체의 기울어짐이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불안한 기색 한번 없다. 워낙 자연스레 차체가 원상태로 돌아오다보니 자세가 어떻게 복원되는지 느낄 새도 없다. 

물론 운전 재미는 연비에 반비례했다. 한참을 재미있게 즐기다보니 연비는 공인된 수치(11.0km/l)보다도 낮은 8.9km/l를 가리켰다. 하이브리드에서 한자릿수 연비라니, 헛웃음만 나왔다. 

#강인한 디자인과 풍부한 옵션

주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크라운 크로스오버를 자세히 살폈다. 크라운은 기존의 후륜구동 베이스의 정통 3박스 세단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크로스오버로 탈바꿈했다.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만나본 '왕관 로고를 붙인 각진 차'를 상상했다면 전혀 다른 차의 모습에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칠순을 앞두고 있음에도 그 만큼 변화 폭이 크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차체 크기는 전장 4980mm, 전폭 1840mm, 휠베이스 2850mm다. 비슷한 체급의 현대차 그랜저나 볼보 S90 보다는 컴팩트하게 설계됐다. 다른 점은 전고(1540mm)인데, 차체 높이만 놓고 보면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1510mm)보다도 30mm 높다. 

껑충한 키를 갖고도 제법 스포티하다. 툭 튀어나온 전면부의 헤머해드 디자인과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주간 주행등은 머슬카에서나 봤을 것 같은 느낌이다. 수평형 LED 테일램프가 유니크한 느낌을 강조했고, 21인치 휠과 곳곳에 자리잡은 크라운 전용 로고도 특별한 느낌을 강조한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실내에서는 시트가 단연 인상적이다. 여느 고급 세단을 타는 것 처럼 운전자를 감싸주는 푹신함이 기분 좋다. 2열의 경우 방석 너비와 쿠션도 넉넉한 데다, 앞 부분이 살짝 들어올려져 있어 마치 소파에 앉은듯 푹 파묻히게 되는 포지션이다. 

편의사양들도 국산차 못지 않다.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각종 선호사양들은 물론,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춰주고 안전성을 높여주는 주행 보조 시스템도 풍부하게 구성되어있다. 

실내에는 12.3인치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여기에는 토요타코리아와 LG유플러스가 함께 개발한 토요타 커넥트가 내장됐고, 이를 통해 실시간 내비게이션, 무선 통신 기반 음원 스트리밍, U+스마트홈 등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듀얼 블루투스 커넥트 등을 지원한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통풍 및 열선시트가 내장된 8웨이 전동시트, 파노라믹 선루프 등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옵션들도 갖고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와 전·후석 C타입 USB 포트로 다양한 충전 소요도 고려했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토요타 세이프티센스 3.0(THS 3.0)'는 주행 편의성을 높여준다. 어드밴스드 파킹 시스템은 전·후진과 직각 자동주차를 지원한다. 전방 충돌경고 시스템은 자동차와 보행자를 넘어 바이크 운전자와 가드레일까지 인식할 수 있다. 교차로 등에서의 교차 충돌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

토요타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특이점' 이라 할만한 기술들이다. 프리우스와 캠리처럼 대중적인 모델을 만들지만, 그 안에는 특별한 무언거를 꼭 넣는다. 크라운 크로스오버도 마찬가지다. 외관부터 전통적인 세단의 이미지를 벗어냈고, 여기에 2.4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라는 낯선 기술로 퍼포먼스를 살렸다. 껑충한 차체와 대비되는 안정적인 핸들링과 고급스러운 승차감이 함께 들어있다. 가격이나 옵션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뚜렷한 색깔은 크라운의 분명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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