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가성비 모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각 제조사들은 시작 가격을 낮춘 저가 트림을 선보이는, 일명 '가성비 마케팅'으로 소비자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단연 소형 SUV 시장이다. 차값이 저렴한 만큼 100~200만원 차이로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문을 연 것은 쉐보레다. 새롭게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에 2052만원의 가격표를 붙이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제로 4월 3072대를 비롯해 지난달에는 3396대가 판매되며 한국GM의 효자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에 KG모빌리티도 지난달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1883만원짜리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트랙스보다 무려 170만원이나 낮다.

중요한건 상품성이다. 가격이 저렴한건 알겠는데, 과연 '가성비 모델'이라 불릴 정도로 성능(상품성)도 좋냐는 것이다. 모터그래프에서 트랙스와 티볼리 기본 트림을 비교해봤다.

먼저 차체 크기다. 신형 티볼리는 길이X너비X높이 4225X1810X1620mm다. 경쟁 모델이 대부분 4300mm를 넘는 것을 고려하면 아담한 편이다. 반면 트랙스(4540X1825X1560mm)는 소형 SUV 치고는 꽤 크다. 티볼리 일반 모델보다 315mm 길 뿐만 아니라, 롱바디인 에어(4480mm)와도 60mm 차이가 난다. 한 체급 위인 이전 세대 투싼(4480mm)을 넘어설 정도다. 

휠베이스도 트랙스(2700mm)가 티볼리(2600mm)보다 100mm 길다. 덕분에 2열 공간에서도 트랙스가 더 넉넉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티볼리(423리터)로 트랙스(414리터)보다 크다. 그러나 2열을 접으면 트랙스가 1405리터로, 티볼리(1115리터)보더 더 넓은 공간이 나온다. 

KG 신형 티볼리
KG 신형 티볼리(사진은 풀 옵션 사양)

파워트레인은 서로 다른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티볼리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단종했던 자연흡기 엔진을 다시금 불러냈고, 트랙스는 배기량을 줄인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으로 승부한다.

티볼리는 4기통 1.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기본이다. 일부 사양에 차이가 있지만, 1.5 터보(2209만원)보다 326만원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고출력은 126마력으로 준수한 편이지만, 초반 가속에 힘을 보태는 최대토크(15.8kgf·m)는 아쉽다. 배출가스 4등급을 받으면서 저공해 자동차 할인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은 액티브 트림)

트랙스에 탑재된 1.2 가솔린 터보 엔진은 여러모로 쏠쏠하다. 자동차세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저공해자동차 3종으로 분류돼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의 혜택도 챙겼다. 최고출력은 139마력, 최대토크는 22.4kgf·m로 1300kg의 무게를 끌기에 무리없다. 다만, 3기통 엔진의 거친 회전 질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변속기는 모두 6단 자동이다. 티볼리는 1.5 터보에서는 4WD 선택이 가능하지만 1.6 가솔린에서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트랙스는 사륜구동 옵션이 아예 없다. 복합 연비는 티볼리 11.6km/L(16인치), 트랙스 12.7km/L(17인치)다. 휠·타이어 크기를 고려하면 트랙스의 효율이 티볼리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 

KG 신형 티볼리(사진은 풀 옵션 사양)

기본 트림인 만큼 두 차 모두 빠지는 옵션이 너무나도 많다. 티볼리는 LED 주간주행등이 빠진다. 안개등이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헤드램프도 LED가 아닌 할로겐 프로젝션 타입이다. 우레탄으로 만들어진 스티어링 휠은 열선 기능이 제외됐으며, 직물 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오토 라이트 및 우적감지 와이퍼도 빠졌다.

주행 보조 사양도 빈약하다. 정해진 속도만 유지하는 일반적인 크루즈컨트롤만 있을 뿐, 차선 이탈 경고나 차선 유지 보조도 없다. 무엇보다 전방 추돌 경고나 긴급 제동 보조 등 안전 사양조차 빠진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트랙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동은 열쇠로 걸어야 하며, 직물 시트에는 열선 기능이 빠진다. 티볼리와 마찬가지로 공조 장치는 모두 수동으로 조작하고 스티어링 휠도 가죽 대신 우레탄 소재다. 후방주차 보조 시스템도 없다.

그래도 티볼리보다는 좋다.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 일부 안전 사양과 오토홀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오토 라이트 등이 들어간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은 액티브 트림)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은 액티브 트림)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가격'은 잡았지만 '성능'을 잡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그럼에도 저렴한 엔트리 모델 구입을 원한다면 최소한의 옵션은 더하는 것이 좋겠다.

티볼리는 밸류업 패키지(120만원)를 추천한다. 스마트키부터 열선이 포함된 전동식 가죽시트, 열선 가죽 스티어링 휠, 2열 암레스트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스마트폰 미러링을 지원하는 8인치 내비게이션 패키지(61만원) 정도를 추가하면 최종 206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트랙스는 오직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한 가지 옵션만 추가할 수 있다. 가격은 35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장거리 주행이나 막히는 시내에서 큰 도움을 받는 만큼, 꼭 추가하는 것이 좋다. 최종 가격은 208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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