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트랙스 페이스리프트…“잊혀졌던 선구자”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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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16 16:39
[시승기] 쉐보레 트랙스 페이스리프트…“잊혀졌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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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랙스를 볼때면,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201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트랙스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소형 SUV’의 대중화를 이끌 신차로 기대를 모았다. 또 지금은 아주 일반적인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까지 장착되는 등 작지만 패키지가 알찼고, 기본기도 튼튼했다. 그러나 너무 시대를 앞서설까, 그리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후발주자로 국내에 출시된 르노삼성차 QM3, 쌍용차 티볼리, 푸조 2008 등은 승승장구하며 소형 SUV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만 해도 진보적인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보다 디젤 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던 탓이다. 결국 트랙스는 도태됐고 뒤늦게 디젤 엔진을 도입했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경쟁 모델을 넘어서긴 역부족이었다.

오랫동안 빛이 보이지 않았다. 세대 교체 시기도 한참 남았다. 하지만 아주 시의적절하게 쉐보레는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창조했고, 임팔라, 말리부 등을 시작으로 전차종에 반영되기 시작됐다. 트랙스 또한 더 날카롭고, 강렬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쉐보레의 ‘듀얼 포트 그릴’은 강한 인상을 줬다. 소소하게 따져보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자동차 디자인이 전부 담겼다. 가로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와 듀얼 포트 그릴이 맞닿았고, 듀얼 포트 그릴의 아랫부분은 육각형의 형태를 띄고 있다. 쉐보레는 이를 ‘어반시크 프론트룩’이라고 부른다. 이름처럼 두루뭉실했던 인상이 트렌디하게 바뀐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생김새만 달라진게 아니라, 할로겐 램프가 프로젝션 램프로 변경됐다. 또 세련된 LED 주간주행등까지 추가됐고, 테일램프에도 LED가 적용됐다. 정말 ‘요즘 차’라고 불릴만한 요소가 많이 생겼다. 대신 기본적인 실루엣이나 크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소 껑충해보이는 모습도, 실내 공간이 조금이라도 아쉬운 소형 SUV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었다.

실내 디자인은 소소하게 달라졌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계기반이었다. 기존 트랙스는 스파크, 아베오 등과 유사한 디자인의 계기반이 사용됐다. 바뀐 계기반이 기능적으로는 부족할게 없지만, 소형 SUV가 전달할 수 있는 개성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덜 저렴해 보이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충분하진 않지만 월등히 나아진 플라스틱 마감과 크롬 도금, 하이글로시 패널, 인조가죽 등으로 인상된 가격에 대한 동의를 얻고 있었다. 인조가죽 시트는 편안했고, 경쟁 모델에 비해 촉감도 우수했다. 대시보드와 시트를 수놓은 오렌지색 스티치는 심심했던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애플 카플레이는 최신 자동차란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사실 성능에 있어서는 예전부터 트랙스는 경쟁 모델을 앞섰다.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1.6리터 디젤 엔진 모두 성능에 있어서 경쟁 모델을 압도했고, 견고한 차체와 명쾌한 스티어링 등은 여느 소형 SUV와 비교해도 돋보이는 수준이었다.

GM 산하의 독일 오펠이 개발을 주도한 1.6리터 4기통 CDTi(Common rail Diesel Turbo Injection) 디젤 엔진은 여전히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회전은 유독 매끄러웠다. 달리기 시작하면 상당히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스톱&스타트은 아직 추가되지 않았다. 스톱&스타트를 통해 얻을 것이 더 많을 것 같았다. 

QM3, 티볼리와 비교하면 트랙스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QM3는 연비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고, 티볼리는 방향을 확고히 정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트랙스는 성능으로 고개를 돌렸다. Gen Ⅲ 6단 자동변속기의 반응이 매우 신속한 편은 아니지만, 디젤 엔진의 출력과 토크를 부각시키는 일을 게을리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부품이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엔진은 경쟁 모델에 비해 최고출력와 최대토크가 월등히 높아서 빠른 속도에서도 반응에 대한 여유가 있었다. 

스티어링휠로 전달되는 신뢰감 또한 트랙스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었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물론이고, 굽이진 도로에서도 스티어링은 명확했다. 모든 차가 이래야 마땅하지만, 저렴한 소형차는 이런 기본기가 부족한 모델이 태반이었다. 우린 알게 모르게 이런 ‘부조리’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래서 트랙스의 움직임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디자인은 구매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트랙스 페이스리프트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고 판매량이 두배 가량 껑충 뛰었다. 눈엣가시였던 QM3를 단번에 넘어섰다. 확 달라진 디자인과 오래전부터 트랙스가 자랑할 수 있는 기본기의 조화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티볼리를 충분히 위협하고도 남는다. 국산 소형 SUV 시장이 한층 더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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